119 무전 24시간 도청...시신 선점해 영업

119 무전 24시간 도청...시신 선점해 영업

2018.08.27. 오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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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9 구조대의 무전을 도청하고,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에 먼저 도착해 시신 운송비와 장례비를 챙긴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무전이 도청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방당국은 무전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차상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부산의 한 다세대주택을 경찰관들이 급습합니다.

창가 쪽에서는 전원이 켜진 무전 장비와 휴대전화기가 발견됐습니다.

119 상황실이 일선 구조대에 보내는 무전을 몰래 엿듣다가 경찰에 적발된 겁니다.

[도청 조직이 엿들은 119 무전 : ○○빌라 1동 302호,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CPR(심폐소생술) 쳐도 됩니다.]

장례 지도사와 장례식장 대표 등으로 구성된 도청 조직원들은 119 무전 내용을 엿듣다가 사건·사고나 자살 등으로 숨지는 사람이 발생하면 경쟁업체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유족으로부터 시신 운반비와 장례비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조직이 3년여 동안 도청으로 선점한 시신은 1,000구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회성 / 부산 남부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장례식을 따내면 건당 150~180만 원 정도의 이득을 남겼고, 시신 운반만 하면 수당으로 건당 10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도청 조직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수개월마다 도청 상황실을 옮기는 치밀함을 보였고, 3개 조로 나눠 8시간씩 무전을 엿들으며 24시간 도청 체계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청 문제가 불거지자 부산소방안전본부는 119 무전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신 기술과 장비만 있으면 도청이 가능한 아날로그 무전과는 달리, 암호화가 이뤄진 디지털 무전은 도청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심 재 민 / 부산소방안전본부 정보통신계 주임]

"현재는 8월 8일자로 불법 도청이 가장 심한 구급망을 디지털로 전환했고요. 올해부터 내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해서 나머지 작전망도 디지털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도청 조직원 4명을 구속하고,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청 조직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차상은[chas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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