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찬물 고문에 알몸 사진 유포...가해자 부모 신고로 드러나

단독 찬물 고문에 알몸 사진 유포...가해자 부모 신고로 드러나

2017.07.19.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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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동네에서 청소년들이 한 학생을 상습적으로 괴롭혀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옷을 벗겨 찬물을 뿌리거나 알몸 사진을 SNS에 유포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을 태우기까지 했는데요.

이 사건을 단독 취재한 나현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고등학교 1학년생이 동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심했던 겁니까?

[기자]
저희 취재진이 피해 학부모를 직접 만나서 피해당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10대 아이들이 친 장난이라고는 보기보다는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피해 학생 A 군의 생일잔치를 해준다며, 모텔에서 옷을 벗긴 뒤 샤워기로 한 시간 동안 차디찬 물을 뿌려 괴롭혔습니다.

A 군을 기둥이나 가로등에 묶어 놓은 뒤 바지를 벗기거나 중요 부위를 만지기도 했습니다.

자는 A 군의 머리카락을 태우고, 머리를 다듬어주겠다고 한 뒤 아무렇게나 잘라버려 결국, 삭발까지 해야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피해 학생의 옷을 벗겨서 놀리고 심지어 SNS에 유포까지 했다고요?

[기자]
피해 학생은 최근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평소 가해자들과 속옷을 찢는 놀이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자신은 줄곧 당하는 입장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옷을 벗긴 뒤 사진을 찍어서 놀리기도 했는데요.

나체 사진을 메신저로 친구들과 공유했고요.

심지어 일부 학생은 아예 SNS에 알몸 사진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조금 전에 확인해봤지만, 아직도 해당 사진은 삭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데에는 직·간접적으로 10여 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학생과 가족은 가해자들로부터 약 2년간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해 학생들이 집까지 찾아와서 피해 학생을 괴롭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피해 학생의 부모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부부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는데요.

가해 학생 중 일부는 학교에 가는 대신에 거처할 곳이 필요하면 A 군의 집을 이용했습니다.

A 군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했습니다.

어떤 날은 피해 부모가 낮에 집에 와 보니, 가해 학생들이 안방에 버젓이 누워 자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딱히 갈 곳이 없으면 피해 학생의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놀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피해 학생 집에 수차례 찾아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학생을 상담했던 청소년보호단체 교사는 취재진에게 "피해 학생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곳은 학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동네 곳곳뿐만 아니라, 집까지 와서 A 군을 괴롭혔기 때문에 학교가 가해 학생을 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던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어떤 이유로 그토록 괴롭힌 겁니까?

[기자]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과 같은 중학교 출신이고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가해 학생들의 괴롭힘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취재진이 어제 가해 학생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괴롭힌 이유를 묻자 단지 심하게 장난친 것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요.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피해 학생에게 괜찮은지 안부를 물었고, 그럴 때마다 피해 학생이 괜찮다고 해서 별일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가해 학생 부모의 결단 때문이었습니다.

A 군이 지속적인 괴롭힘 당하는걸 여러 차례 목격한 뒤, 보다 못해 피해자 부모에게 알린 겁니다.

[앵커]
이토록 고통을 받았으면, 피해 학생의 심리가 무척 불안할 것 같습니다.

최근 병원 심리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요?

[기자]
A 군이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서 최근 심리 검사를 받고 왔는데요.

우선 정서적인 불안감과 피해의식이 있었습니다.

또 청소년 보호단체 상담교사가 확인해보니, A 군은 이미 신변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던 겁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심리치료 등 지원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쳤고, 가해자들을 입건한 뒤 어제부터 불러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심정도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요.

하루속히 피해 학생이 제자리로 돌아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현호 기자[nhh7@ytn.co.kr]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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