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밤사이 폭우..."오늘 밤, 마지막 고비일 듯"

연이은 밤사이 폭우..."오늘 밤, 마지막 고비일 듯"

2025.07.18. 오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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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정지웅 앵커, 엄지민 앵커
■ 출연 :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특보]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에는 취재기자와 함께 이틀째 쏟아진 밤사이 폭우의 원인과 이후 전망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그제 밤엔 충청이더니 어젯밤엔 남부가 난리였습니다. 폭우 양이 어느 정도였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네, 그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비가 지난 밤사이에는 남부지방에 특히 집중됐습니다.

전남 나주의 누적 강수량이 450mm에 육박했고요, 큰 피해가 있었던 광주도 438.5mm, 담양도 400mm에 달했습니다.

경남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창녕에서는 376mm의 비가 쏟아졌고, 함안과 산청에서도 300mm를 넘겼습니다.

이와 함께, 충청 지역에도 비가 계속되면서 서산은 누적강수량이 500mm를, 서천은 400mm를 넘어섰습니다.

[앵커]
이번 폭우로 하루 강수량이 '역대 1위'를 기록한 곳도 많다면서요?

[기자]
네, 광주와 서산에서는 어제 하루에만 4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관측이래 역대 1위 값을 기록했는데요.

일일 강수량 기준으로 광주에서는 관측이 시작된 1939년 이후 86년만, 서산은 1968년 이후 57년 만에 가장 많은 양입니다.

이 밖에도 어제 홍성과 천안, 서청주에서도 각각 지역 기준 역대 최고 일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 말은, 태풍이 왔을 때도 이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기록입니다.

[앵커]
많이 온 것도 문제지만, 피해는 비가 얼마나 강하게 쏟아졌는지가 더 큰데요. 강도는 어땠나요?

[기자]
비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레이더 영상 준비했는데요. 화면 보면서 폭우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오후부터 분홍색과 남색의 강한 비구름이 남부지방을 지나가더니, 자정을 넘어서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 경남 산청에는 1시간에 101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고요.

나주에도 시간당 92mm, 순창과 광주, 담양 등에도 시간당 7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비가 강하게 내린 원인이 뭔가요?

[기자]
기압 배치 모식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제 충청 등 중부에 물 폭탄을 쏟은 중규모 저기압이 북동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채우면서 많이 내려온 상태였고요.

한반도 남동쪽에서는 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제보다 어제 우리나라 쪽으로 더욱 확대됐는데요.

이미 많이 내려온 건조공기와 더 강하게 유입된 뜨거운 수증기 사이에서 비구름이 더욱 압축됐기 때문입니다.

그제와 어제 비구름을 비교해보면, 강한 비구름을 의미하는 보라색과 남색 영역이 그제보다 어제 한층 더 가늘고 길게 분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폭이 좁고 동서로 길게 늘어진 강한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구름대가 걸친 지역에는 폭우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겁니다.

[앵커]
이렇다 보니 한 지역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무척 크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제, 충남 서산에서 나왔는데요.

그래픽 화면 보실까요?

어제 서산에서 기록된 일 강수량 438.9mm는 수석동에서 관측된 기록입니다.

하지만 22km가량 떨어진 서산 대산읍에는 강수량이 76.5mm에 그쳤습니다.

하루 동안 같은 지역 안에서 무려 6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겁니다.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예상 강수량은 지역의 대표적인 값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렇게 곳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예보된 최대치의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걸 꼭 염두에 두고, 많은 비가 예보됐다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앵커]
앞서 현장 연결해보니, 지금 곳곳에서는 빗줄기가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비구름이 빠져나간 건가요?

[기자]
네, 지금은 비가 한결 약해졌고요. 지역에 따라서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들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레이더 영상 보겠습니다.

자정을 넘어서부터는 다행히 비구름대가 내륙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요, 조금 약해지거나 위쪽 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건조한 공기와 남쪽 수증기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중규모 저기압'이라는 게 발달했는데요.

이 저기압이 반시계방향으로 계속 회전하면서, 그러니까 소용돌이가 치면서 동서로 길게 늘어섰던 비구름대가 서해 상에서 휘감겨 올라가 남서풍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 겁니다.

그래서 남부지방은 이렇게 비가 그친 곳이 있고요, 수도권과 일부 중부지방에 비구름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저기압은 많이 들어봤는데, 중규모 저기압은 뭔가요?

[기자]
공기는 고체가 아니라 기체이기 때문에, 물 위에서 바람 불면 파도의 크기가 다 제각각이듯이 서로 일정하게 충돌하는 게 아니라 한쪽 부분이 순간적으로 유독 강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말려 올라가면서 소용돌이를 형성하는데요, 이 소용돌이가 바로 저기압입니다.

다만, 워낙 작은 규모라 '중규모 저기압'이라고 부르는데요.

짧게는 1시간, 몇십 분 만에도 발생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수직으로 강하게 발달해서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쏟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기압이 '큰 밥그릇'이라면, 중규모 저기압은 '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저기압의 크기도 쌀, 콩 크기 등 제각각인 데다 워낙 규모가 작아서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밤이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수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상청은 내일까지 전남과 경남에 300mm 이상, 전북과 경북, 충청에 200mm 이상, 수도권과 강원에도 최대 150mm의 많은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는데요.

특히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 사이 남부지방은 시간당 80mm의 '극한 호우'가, 중부도 시간당 30에서 많게는 50mm의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어제 서산에서는 기상 관측장비가 낙뢰에 맞아 먹통이 되기도 했는데요. 오늘 밤사이에도 낙뢰가 자주 발생할까요?

[기자]
네, 그제부터 오늘까지 전국에 관측된 낙뢰는 무려 2만5천 번입니다.

지난해 1년 내내 관측된 게 14만5천 회 정도인데, 이번 사흘 사이 1/6에 달할 만큼 많이 발생했습니다.

낙뢰가 발생하는 이유는 손에 물을 묻히고 얼음을 만지면 얼음이 손에 달라 붙게 되는데요.

얼음 표면이 건조해서 물방울의 수분을 뺏는 겁니다.

물방울의 수분이 얼음으로 이동해 나가면서 한쪽은 +, 다른 한쪽은 -가 되는 전기적인 성향을 띄게 되는데, 이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류하면서 빵 터지는 게 번개, 그리고 이게 떨어지면 벼락이 됩니다.

현재 남쪽으로부터 강하고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고 있는 와중에 북쪽에는 찬 공기도 많은 상태기 때문에 번개와 벼락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바다 수온이 크게 올라서 비가 더 강해졌다는 말이 돌던데, 실제로 영향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위성영상이 찍은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 분포를 지난해와 비교해봤는데요.

왼쪽이 지난해 7월 17일, 오른쪽이 어제입니다.

1년 전 같은 시간보다 확실히 더 붉죠.

해수 온도가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의미인데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북태평양 고기압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먼 남쪽 해상에서는 열대 요란이나 태풍의 발달도 부추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대기 중의 수증기를 품을 수 있는 용량, 쉽게 말해서 물탱크의 용량이 커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바다에서 대기 중으로 비구름의 재료가 되는 수증기가 증발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건데요.

지금 보시는 화면의 노란색은 북태평양 고기압이고요.

이 가장자리를 따라 있는 붉은색, 수증기입니다.

뜨거워진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이렇게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연이은 폭우에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데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뭔가요?

[기자]
네,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요. 산사태 발생 우려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충남 전역을 포함해 전국 18곳에는 산사태 경보가, 55곳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 중이고요.

산사태 위기경보는 충청은 재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고,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경계' 단계입니다.

토양 수분함유량이 포화 수준으로 많아진 만큼,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산 인근 지역 주민들은 사전에 대피 정보를 확인하고,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되거나 산사태 발생이 감지되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신속하게 대피하셔야 합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께서도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이번 비, 언제쯤 그치는지 전망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비는 오늘 밤사이에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뒤, 내일 늦은 오후나 밤부터 점차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일요일부터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더 넓혀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요일 오후에는 내륙 곳곳에 소나기가 지나겠고요.

다음 주에는 다시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앵커]
이번 비, 오늘 밤이 마지막 고비라고 하니 잘 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와 함께했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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