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눈 많이 오면 무조건 비행기 못 뜨나?

[뉴스통] 눈 많이 오면 무조건 비행기 못 뜨나?

2016.01.25. 오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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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공항 마비사태를 몰고 온 것이 바로 '눈' '폭설'인데요.

눈이 많이 오면 무조건 항공기 이착륙은 금지되는 것일까요?

눈, 바람, 안개 중에 항공기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밀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눈이 오면 활주로와 항공기에 눈이 쌓이는데 폭설이 아닐 경우에는 이 눈을 치우고 항공기 운항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각 공항에는 국제 기준에 따라 제설차와 제빙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설차는 통상 활주로의 눈을 치우고 제빙 장치는 항공기 몸체에 쌓은 눈을 녹이는 작업, '디아이싱'이라고 하는데요, 이 작업을 끝내면 운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주공항에는 이례적으로 약 10cm 이상의 많은 양의 눈이 와서, 말 그대로 제주도 기준으로는 폭설이 내려서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이번에 제주공항 마비의 주범은 눈 보다는 사실, 낮은 온도와 바람이었습니다.

온도가 높아서 내린 눈이 바로 녹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치면서 눈이 얼면서 활주로가 빙판길로 변한 겁니다.

미끄러질까봐 항공기 이착륙을 못한 것입니다.

활주로에는 노면이 얼마나 미끄러운지를 알아보는 '활주로 마찰 계수'라는 게 있습니다.

수치가 낮을 수록 미끄럽다는 뜻입니다.

마찰계수가 0.25 밑으로 떨어지면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한데 이번에 제주공항은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마찰 계수가 0.25 밑으로 떨어져서 공항이 폐쇄된 겁니다.

꽁꽁 얼어붙은 활주로 상태 다음으로 이번에 영향을 준 게 바로 바람입니다.

제주도는 원래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데요.

이번에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특히, 바람의 방향이 왔다갔다 하는 난기류까지 겹쳐서 이착륙이 불가능했습니다.

보통 항공기 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위험한 바람은 바로 비행기 뒤에서 부는, 배풍, 비행기 옆에서 부는, 측풍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옆에서 부는 바람, 측풍이 비행기한테는 가장 무서운 바람인데요.

착륙 도중 비행기가 기우뚱하면서 활주로를 벗어날 위험 때문입니다.

보통 측풍이 초속 15m 이상 지속적으로 불면 이착륙이 금지되는데 어제 같은 경우 제주공항에는 측풍이 초속 18m 이상 불었습니다.

참고로 조종사들은 강한 바람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이번 제주공항 마비사태와는 관련이 없지만 항공기를 이착륙을 무력화시키는 또 하나의 적은 바로 안개와 미세먼지입니다.

공항마다 약간 기준이 다르지만 김포공항 같은 경우엔 안개나 미세먼지가 많이 끼어 시정이 좋지 않아 활주로 시정이 550m이하로 떨어지면 저시정경보 1단계가 발효됩니다.

시정이 400m 이하로 떨어지면 정시정 경보는 2단계로 올라갑니다.

저시정 경보가 발효된다고 해서 무조건 이착륙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활주로 길이와 바람 등 다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착륙 금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시정이 125m 이하로 떨어지면 이때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됩니다.

또 일반적으로 이륙보다는 착륙이 더 어렵기 때문에 착륙 때 정시정 경보를 더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오점곤 [ohjumg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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