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중요한 날”…손흥민의 유로파리그 결승 그리고 토트넘의 딜레마

“내 인생 가장 중요한 날”…손흥민의 유로파리그 결승 그리고 토트넘의 딜레마

2025.05.19. 오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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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중요한 날”…손흥민의 유로파리그 결승 그리고 토트넘의 딜레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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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야 하는가?

스포츠 전문매체 디 에슬레틱의 도발적인 질문은 지금의 토트넘이 안고 있는 깊은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각 오는 오는 목요일 새벽,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격돌합니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무관에 시달려온 토트넘에게 이번 경기는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상징성을 지닙니다. 17년 만의 우승 기회이자 1984년 이후 첫 유럽 대회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우승팀에게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경기입니다.

프로 데뷔 이후 15시즌 동안 한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손흥민 개인에게도 커리어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나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현지 언론과 팬들은 토트넘의 상징과 같은 손흥민의 선발 출전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에 선발 출전해야 하는가?> 디애슬레틱 기사 캡쳐

손흥민은 지난 10년 가까이 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감을 유지해왔습니다. 2018-19 시즌 이후 줄곧 기대 득점(xG)을 초과하며 ‘결정력의 아이콘’으로 불렸습니다. 골이 나오기 힘든 위치나 상황에서 기적 처럼 골망을 흔들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기대 득점과 실제 득점이 거의 비슷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골 결정력이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7골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8시쯘째 이어어고 있는 두자릿수 득점 기록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물론 어시스트 9개를 기록 중이지만, 결정력과 드리블 돌파, 박스 안 침투 등 핵심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통계는 손흥민의 현재 폼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손흥민의 부진한 경기력에는 올 시즌 완전하지 않은 토트넘의 전력을 감안해야 합니다. 매디슨, 쿨루세브스키, 베리발 등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공격 2선의 창의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공격진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단지 골잡이를 넘어서,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까지 떠맡았습니다. 리그 득점 7골에 그친 손흥민이 도움 부문에서 팀 내 최다인 9개를 기록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전술 변화도 손흥민의 부진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주로 최전방 원톱으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올 시즌 도미닉 솔랑케의 합류 이후 다시 왼쪽 측면에 고정됐습니다. 문제는, 지나치게 터치 라인에 붙어 있다는 점입니다. 측면으로 치우친 위치는 손흥민이 중앙의 위험 지역에 슈팅할 기회를 제한합니다. 이러다 보니 박스 안쪽으로 침투해 기회를 만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좁은 각도의 슈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솔랑케가 과거 해리 케인처럼 상대 수비진을 아래로 끌고내려와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유형의 공격수가 아닌 점도 손흥민의 슈팅 범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손흥민의 결정력이 떨어진 이유는 민첩한 동작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 타이밍을 만드는 과정이 예전 같지 않은데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드리블 돌파 성공률은 54%에서 35%로 급락했고, 슈팅이 막히는 비율은 32%로 커리어 최악을 기록 중입니다. 이 수치는 단지 ‘컨디션 저하’를 넘어 기량의 하락을 말해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평가합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물론 앞서 설명한 대로 팀이 제대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이 리버풀에서 뛰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 인정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즉, 손흥민의 폼 저하는 단순히 나이 또는 기량 하락의 차원이 아니라, 그를 중심에 두지 못한 시스템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손흥민이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시즌들은 해리 케인이나 매디슨 같은 정상급 공격 자원으로부터 꾸준한 지원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통계적인 수치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지만, 손흥민 선수의 선발 출전을 옹호하는 주장도 강력합니다. 손흥민은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경험을 가진 몇 안 되는 토트넘 선수로서 , 결승전이라는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팀의 주장으로서 ,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토트넘은 2008년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기에 , 결승전 경험이 풍부하고 리더십을 갖춘 손흥민 선수의 존재는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 역시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언론과 팬들은 ‘손흥민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결승전을 앞두고 냉정함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대안은 누구일까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마티스 텔과 히샬리송, 윌손 오도베르 등입니다. 히샬리송은 본래 중앙 공격수지만, 유로파리그 준결승 두 경기에서 왼쪽 측면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손흥민과 비교할때 제공권 능력이 뛰어납니다. 텔과 오도베르는 스피드와 직선적인 돌파, 강한 압박등 지금의 토트넘에 없는 색깔을 제공합니다.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손흥민이 과거의 손흥민과 같지 않다면, 결승이라는 승부의 세계에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토트넘은 2008년 칼링컵 우승 이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유럽 대회 우승은 1984년 UEFA컵(현 유로파리그)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금 두 개의 시간을 오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손흥민이 상징하는 토트넘의 과거이고, 다른 하나는 결승이라는 냉혹한 현재입니다. 손흥민을 선발로 기용한다는 것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믿음에 대한 선택일 수 있고, 새로운 옵션을 내세운다는 것은 전술적 승부수일 수 있습니다.

경기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경험과 상징성을 지닌 손흥민을 선발로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신선하고 활동량 많은 젊은 자원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선택이 어느쪽이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계산된 도박을 해야 합니다.

스포츠에서 팀, 감독, 선수를 막론하고 성공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는 결국 ‘우승을 했느냐’입니다.

*기사에 사용된 통계 자료와 인용은 디애슬레틱(The Athletic) 등 현지 축구 매체 보도를 종합한 것입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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