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심석희, 자격정지 2개월...'사적 메시지' 처벌할 수 있나?

쇼트트랙 심석희, 자격정지 2개월...'사적 메시지' 처벌할 수 있나?

2021.12.22.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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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 동료 욕설·비하 사실이 인정돼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상황인데, 심석희는 구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쟁점과 전망 짚어보죠,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은지 기자!

어제 징계 수위를 정하는 자리에, 심석희 선수가 직접 나와서 소명했던데요?

[기자]
네, 심석희는 본인과 관련된 동료 욕설과 고의충돌, 승부조작 의혹 등 추문이 불거지고 두 달 만에 대중 앞에 섰습니다.

빙상연맹 스포츠 공정위원회에 출석하기 전에 취재진 앞에 섰는데, 특별한 사과나 입장표명은 없이 굳은 표정으로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심석희 / 쇼트트랙 국가대표 : (사건 이후 첫 공식 석상인데, 한 말씀 해주시죠.) 사실대로 성실히 임하고 오겠습니다. (사과의 뜻을 전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심석희는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는 변호인, 소속사 관계자와 함께 1시간 반 넘게 소명했는데요.

동료를 욕하고 비하한 거 사과한다, 반성한다, 많이 괴롭다, 선수로서 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내용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마라톤 회의 끝에 심석희에게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는데요, 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 있는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훼손했다면서, 어제 징계 의결 날짜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선수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앵커]
심석희 선수,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야겠죠?

[기자]
심석희는 소치와 평창에 이어 베이징까지, 3회 연속 올림픽 열망이 아주 큰데요, 선수촌에서 나온 지난 10월 이후 최근까지도 목동링크에서 개인훈련에 매진해 왔습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내년 2월 4일 개막이니까, 일단 출전은 불발입니다.

심석희 측은 선수생활이 걸린 중대한 일이라면서 다양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고요, 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하거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체육회 재심은, 징계 사실을 통보받고 7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빙상연맹은 오전에 징계의결서 작성이 끝나서 이르면 오늘 중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재심인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내년 1월 14일 열리는데, 올림픽 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23일까지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심석희는 법적 조치도 동시에 투-트랙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올림픽에 나설 최종 명단은 빙상연맹의 경기력 향상위원회에서 다시 따지게 돼 있어서 도돌이표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또, 급하게 베이징 막차를 탄다고 해도, 욕설 피해자인 최민정, 김아랑 등과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을지도 변수입니다.

[앵커]
다시 징계 부분으로 돌아가면, '사적 메시지를 통해 욕한 것'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건지, 법리적 공방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실제 심석희 측도 그 부분을 매우 강조했고, 어제 위원들끼리의 회의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사적인 개인 간의 대화가 조재범 전 코치의 이른바 사적 앙갚음 차원의 폭로로 공개된 건데 이걸 처벌할 수 있느냐, 이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위법 수집증거 배제 법칙'이라고 어떻게 모은 증거인지가 법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민사나 징계사건에서는 크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법의 관점과 다를지는 몰라도, 과연 올림픽 기간에 코치와 선수가 국가대표 동료를 욕한 것을 사적인 대화라고만 볼 수 있느냐, 이것도 징계의 근거였다고 합니다.

파벌과 갈등이 첨예한 체육계에 일종에 가이드 라인을 주고, 경종을 울리는 효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철 /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 :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이미 공론화 된 상태에서 징계를 안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심석희와 이른바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대화를 비롯해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조항민 당시 코치도 자격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국가대표 지도자로 심석희를 다독이고 나무라야 하는데, 오히려 동조하고 부추기는 내용이 있었다는 게 상벌위원들이 판단입니다.

어쨌든 심석희 측 대응 방침이 정해지고 향후 체육회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심석희 사태'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조은지입니다.

YTN 조은지 (zone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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