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최강 포핸드? 당연히 유승민이죠!"

[와이파일] "최강 포핸드? 당연히 유승민이죠!"

2021.11.09. 오전 11:3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빅3'가 벌이는 테니스계 GOAT(역대 최고 선수) 논쟁을 보면서, 탁구 사상 최강 '왕드라이브'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탁구 역사상 최고 선수라면 이론의 여지없이 '스웨덴의 여우' 발트너를 꼽겠죠. 하지만 중국 선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올림픽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발트너도 최강의 포핸드는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우연히 같은 날 올림픽 금메달 유승민 현 탁구협회장,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을 만나면서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원샷원킬' 유승민의 파워드라이브
아테네 금메달 영광의 순간

유승민 회장이 밝힌 본인 포핸드의 강점은 큰 스윙 아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였습니다. 유난히 긴 팔을 이용한 풀 스윙, 마치 "다음 공은 없다"라는 '원샷원킬'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탁구 동호인인 저도 2년 전 유승민의 드라이브를 받아봤는데, 한 마디로 '인간의 공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펜홀더 특유의 손목 스냅 사용, 번개같은 풋웍이 바탕이 됐겠죠. 우주 최강 마롱도 전성기 자기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변화무쌍' 유남규, 송곳 같은 날카로움
'꾀돌이' 별명처럼 영리한 경기 운영도 일품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은 특유의 곡선과 부챗살 각도가 일품. 왼손잡이답게 현란한 서비스로 쉽게 찬스 볼을 만들었다는 점도 오로지 포핸드 하나에만 의존했던 유승민보다 유리한 점이었습니다. 파워 면에서도 유승민과 난형난제이지만, 유승민이 상대적으로 더 큰 근력이 필요했던 라지볼(40mm 탁구공)을 때린 데 반해 유 감독은 38mm 시절을 풍미했다는 점에서 유승민의 근소한 우세라는 대표팀 관계자의 평가입니다.

'올라운드' 김택수, 우직한 공수 겸장
호쾌한 파워드라이브의 전형 김택수 전무

'류궈량과의 32구 랠리'로 유명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택수 현 탁구협회 전무는 어떨까요. 유승민, 유남규보다 폭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강력한 백핸드까지 다양한 무기를 갖췄다는 점에서 '한방 탁구'보다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포핸드 톱스핀 분당 회전 수가 4,000을 넘겼다는 (테니스 나달의 경우 RPM 3,000~4,000)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유 감독은 90년대 스포츠정책과학원 실험 결과 자신의 수치가 더 높았다고 기억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 전무만 '의문의 1패'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장강 뒷물결..뒷걸음질 한국탁구
아시아선수권 역대 최고성적 이상수 신유빈

화려했던 선배들의 과거. 그러나 요즘 탁구 대표팀 후배들의 경쟁력은 앞 세대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한방의 위력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쿄올림픽 노메달이 그 결과입니다. 일본의 스피드, 중국의 파워에 대항할 만한 '한국식 탁구'가 아쉽습니다. 중국의 세계챔피언 마린, 딩닝이 "한국은 步法(보법, 풋웍)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미 과거입니다. 리우올림픽에서 전력이 다 노출됐다고는 하지만, 신유빈 정도를 빼면 지금 대표팀 멤버는 5년 전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올림픽 이후 이상수가 우리 선수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강 중국 불참에 라이벌 일본 에이스 하리모토 대신 2군이 참가했던 영향이 컸습니다. 여자부 준우승을 차지한 신유빈 역시 우승자인 2020년 일본 챔피언 하야타 정도를 빼면 상대들이 수준급의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회장도 "2회 연속 올림픽 노메달이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다"라고 토로하더군요.


유남규 현정화 이후 20년..차세대 스타는?
김민혁이 가장 빛났던 최근 올스타전

은퇴 20년이 가깝도록 유남규 김택수 현정화가 여전히 대표적 스타입니다. 2004년 세계 챔피언 유승민에 필적할 만한 선수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무에 입단한 남자 에이스 장우진은 부진이 길어지고 있고, 정영식도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습니다. 뒷걸음 치는 한국 탁구의 현주소입니다. 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 초 프로리그 출범을 외쳤지만, "가뜩이나 레드오션인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빡빡한 예산의 실업팀들이 섣불리 프로화 했다가 얻을 게 있느냐, 피곤한 선수들은 무슨 죄냐"라는 현장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한번의 시험대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최강 중국에 일본 유럽까지 총출동

국대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총출동해 상금 잔치를 벌였던 지난주 석정도시개발 올스타전은 케이블TV 시청률 0.1% 수준, 그들만의 리그로 끝났습니다. 이제 대표팀 선수들은 도쿄 무대에 이어 또 한 번의 시험대 이달 말 휴스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표팀 내부에서는 내심 혼합복식 메달권 진입 정도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손목을 다친 신유빈도 연습량이 부족해, 도쿄에서의 '깜짝 활약'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중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올림픽보다 입상이 더 힘들다는 세계탁구선수권. 우리 선수들에겐 다시 한번 '현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기우일까요?(사진 출처 ITTF / 대한탁구협회)
서봉국[bksuh@ytn.co.kr]


YTN 서봉국 (bksuh@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