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올림픽 정신' 메달 소외국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신' 메달 소외국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

2021.07.27.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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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의 올림픽 정신' 메달 소외국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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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고전을 하면서 지금까지 동메달 1개를 얻는 데 그쳤는데 한국의 부진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태권도가 널리 보급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뉴욕타임스는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메달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 규모가 적은 나라들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태권도의 세계화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대로 역대 올림픽에서 '노메달 국가'였던 코트디부아르, 요르단, 니제르, 베트남, 가봉,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은 모두 태권도에서 나왔다.
요르단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로 첫 금메달을 땄고 코트디부아르와 타이완의 첫 금메달도 태권도에서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의 로흘라 니크파이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연달아 태권도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 영웅'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도쿄올림픽에 61개국과 난민 대표팀 선수 3명이 태권도 부문에 출전한다"면서 "겨우 5회째를 맞는 짧은 역사를 지닌 종목이지만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태권도는 체조나 복싱같이 대중적인 스포츠도 아니고 시청률이 높은 종목은 아니지만 '호신술'이자 '겨루기'로서 인기는 상당히 높다. 뉴욕타임스는 태권도가 아프리카, 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싼 장비가 필요 없으며 넓은 장소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 등 진입장벽이 낮은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사카 이데 니제르 올림픽위원회 화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니제르같이 가난한 나라에서는 태권도가 최고"라며 "종주국은 한국이지만, 많은 장비를 갖출 필요 없이 연습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 주 종목으로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권도에서 메달을 딸 때마다 올림픽의 영광이 드문 나라일수록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다. 나세르 마잘리 요르단 올림픽 위원회 사무총장은 남자 68kg급 선수인 아흐마드 아부하우시가 요르단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인 금메달을 딴 지 3개월 만에 요르단에서 태권도복 5만 벌이 팔렸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알리기 위한 세계태권도협회의 역할도 컸다. 협회는 국경을 넘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세계태권도협회는 난민촌에 태권도를 전파했다.

뉴욕타임스는 "난민 텐트 사이, 공간만 생기면 태권도 공간으로 개조해 태권도를 알렸다"면서 "태권도는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요르단, 터키, 르완다, 지부티의 난민 캠프에서 태권도 선수들이 훈련을 받고 있고 이렇게 생활 스포츠로 태권도가 자리 잡으며 선수층도 넓어지고 종주국을 뛰어넘는 선수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난민 대표(EOR)로 태권도에 출전한 선수는 3명이다. 난민 대표 중 이란 출신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23)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태권도 57kg급에 출전해 이란 여성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란의 여성 억압에 항의해 이란을 떠나 난민 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무대에 선 알리자데는 32강에서 자신의 전 코치가 지도한 이란 선수를 꺾고, 16강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영국의 제이드 존스를 꺾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러시아 국적 선수 미니니 타티아니를 만나 아쉽게 패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협회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태권도는 격투 종목이지만 올림픽 운동에 평화적으로 기여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매번 새로운 나라들이 메달을 가져간다"면서 "정말 다양한 나라들에서 메달이 나온다"는 말을 전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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