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이세돌답게'..."한 판 잘 즐기고 갑니다"

마지막까지 '이세돌답게'..."한 판 잘 즐기고 갑니다"

2019.12.21. 오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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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공지능 AI를 상대로 은퇴 대국에 나선 이세돌 9단이 고향에서 열린 마지막 대결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습니다.

이세돌답게 두겠다던 다짐대로 25년 프로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는 멋진 승부로 남았습니다.

김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아버지에게 처음 바둑을 배웠던 고향에서 이세돌 9단은 25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뜻깊은 자리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특별한 응원이 함께했습니다.

[박양례 / 이세돌 9단 어머니: 엄마가 늘 항상 가슴속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죠. 부모 마음으로서는… 사랑한다. 내 아들]

1국과 마찬가지로 이세돌 9단이 두 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접바둑 방식이었습니다.

이기는 바둑보다 이세돌답게 두겠다던 다짐대로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습니다.

40수를 전후로 전개된 우하귀 전투에선 묘수로 한돌의 기세를 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국에서 이세돌 9단의 묘수에 무너졌던 AI 한돌은 두 번의 실수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세돌 9단의 기세에 한때 20%대로 떨어졌던 한돌의 승률은 90수에 50%를 돌파하더니 127수엔 94.3%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결국, 181수 만에 돌을 던지며 이세돌 9단은 프로 기사 25년의 마지막을 패배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세돌 9단 / 바둑 기사 : 오늘은 물론 패했지만 사실 이렇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서 오늘도 정말 행복하고요. 마지막 순간 행복해서 너무 기쁘고요.]

12살에 프로에 입단해 세계대회 우승 18번을 비롯해 우승컵 50개를 들어 올린 최고의 승부사.

2016년 세계가 주목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은 25년 프로 생활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현재 바둑 인공지능의 성능을 고려할 때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무이한 인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세돌 / 바둑 기사 : 정말 한 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고요. 예전에는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배우는 시대, 마지막까지 인간의 바둑을 지키길 원했던 승부사 이세돌은 이제 인생 2막을 준비합니다.

YTN 김재형[jhkim0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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