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박고, 차별 받고...교묘한 폭력에 얼룩진 대학야구부

머리 박고, 차별 받고...교묘한 폭력에 얼룩진 대학야구부

2019.04.23. 오전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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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대학 야구부에서 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선수 생활을 포기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최근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정부 차원의 개선책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피해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꼭 신체적 폭력에만 국한해서 볼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보도에 김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D대학 야구부 선수들은 학교 체육실의 요청으로 예외 없이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각서에 명시한 조항들을 어길 경우 최고 제적까지 가능하며 학교의 어떠한 조치에도 선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장기간의 훈련 불참, 허위 사실 유포, 발전 가능성이 없고 기량 미달이라고 판단되는 선수 등이 대상입니다.

조항을 보면 대부분 학교나 코치진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하는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각서를 요구한 배경에는 지난달 스스로 야구부를 나간 3학년 A 선수가 있습니다.

A 선수가 야구부에서 겪은 부당함을 제보해 취재가 시작되자 내부 단속에 나선 거로 보입니다.

[A 선수 / D 대학 야구부 : 저 때문에 쓰는 거라고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A 선수가 야구를 그만둔 표면적 이유는 선배들의 가혹 행위 때문입니다.

훈련을 마친 뒤 야구부 숙소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박는 일이 3년 넘게 반복됐습니다.

[A 선수 / D 대학 야구부 : 오래 할 때는 30~40분 할 때도 있고요. 짧게 할 때는 5분~10분. (평소에) 목이 많이 안 좋아서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가혹 행위로 야구를 그만둔 선수는 또 있습니다.

[B 선수 / D대학 야구부(음성변조) : 다음 날 운동 지장 있을 정도로 진짜 심했던 거 같아요. 도를 넘었던 거 같아요.]

선수들은 코치의 차별도 야구를 그만둔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A 선수 / D대학 야구부 : 너는 쟤한테 안 된다. 저한테 득 되라고 하는 말을 거의 안 했어요. 밑으로 깎아내리는 느낌. (차라리) 저를 때리면 맞는 고통은 잠깐인데 저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준 건 트라우마로 남아서 힘들었거든요.]

[B 선수 / D대학 야구부(음성변조) : 학생들을 나누는 거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 싫어하는 선수를 나눠서 싫어하는 선수가 잘하면 칭찬이 아니라 네가 언제까지 잘할 거 같아 이러시니까…]

취재 초기 선배들의 가혹 행위를 부인했던 야구부 측은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제시하자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차별 부분은 지도 방식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D 대학 야구부 코치 : 제가 애정을 갖고 시간을 투자한 애를 깎아내린다 이거는 말이 안 맞는 거 같거든요, 그 부분(지도 방법상)에서 제가 전략적으로 설명한 거예요. (제가) 지금 (스트레스로) 병원에 다니거든요. 정말 너무 많이 힘들어서…]

해당 코치는 오히려 A 선수 아버지의 폭언과 협박에 고통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A 선수와 아버지 측은 체육실과 야구부 코치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YTN 김재형[jhkim0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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