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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서 우리와 이란의 인연을 참 질깁니다. 무려 5회 연속 8강에서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우승 후보 일본과 호주도 결정적인 순간 한국 축구를 가로 막았습니다.
1편에 이어 1988년 아시안컵부터 가장 최근인 2015년 대회까지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1988년 카타르 대회…통한의 결승전 승부차기 패배
한국은 1986 멕시코 월드컵 참가 이후 아시아 무대에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김주성을 필두로 이태호, 정용환, 박경훈, 최강희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대학생 새내기 황선홍도 힘을 보탰습니다. 일본, 이란, 중국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서 사우디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시안컵 최초의 결승전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해, 또다시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김주성이 대회 MVP에, 이태호는 득점상을 받았습니다.
▲사진: 1988년 아시안컵 대표팀
■ 1992년 일본 대회…대학 실업선발 내보냈다가 예선 탈락
예선에서 태국, 방글라데시와 맞붙게 되자, 축구협회는 프로선수들을 대표팀에 차출하면 모처럼 일기 시작한 프로축구 붐이 식는다는 명분으로 대학실업선발팀을 내보냈습니다. 이미 1988년에도 대학실업선발이 나가 가뿐히 예선을 통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안방에서는 호랑이’로 돌변하는 홈팀 태국에게 패하면서 본선 티켓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몇달뒤 일본이 아시안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허탈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 1996년 UAE 대회…충격의 이란전 2-6 대패
아직도 많은 팬들이 잊지못하는 악몽의 대회입니다. 1992년의 경험을 거울 삼아 한국은 예선부터 최정예로 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선 첫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UAE와 비기고 쿠웨이트에 패하면서 간신히 조3위 와일드카드로 8강에 올랐습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전반을 2-1로 앞섰으나, 후반에 상대 골잡이 알리 다에이에게 4골을 허용하며 충격의 2-6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6골은 아시아 팀에게 허용한 역대 최다실점입니다. 들끓는 여론속에 박종환 감독은 해임됐습니다.
■ 2000년 레바논 대회…이란에겐 복수했지만...
시드니 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허정무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김상식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연장전에서 이동국이 골든골을 성공시키면서 4년전의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오래가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사우디에 1-2로 주저앉았습니다. 6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득점왕 등극이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 일본이 우승을 차지해 2002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국내 축구계는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였습니다.
▲사진: 2000년 아시안컵 8강전 이동국
■ 2004년 중국 대회…난타전 끝 3-4로 무릎 꿇어
참가국이 14팀에서 16팀으로 첫 대회입니다. 2002 월드컵 4강과 2003 동아시안컵 우승팀 한국으로서는 이번이야말로 절호의 우승 기회였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듀오에다 공격진엔 안정환, 이동국이 있었습니다.
UAE와 쿠웨이트를 무너뜨리며 순조롭게 가던 우승 길목을 이번에도 이란이 가로막고 섰습니다. 8강에서 다시 맞붙은 양팀은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면서 3-4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세경기 연속 0-0 무승부 진기록
처음으로 4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공동개최로 열렸습니다. 경기중 조명탑이 꺼지는 등 불상사가 잇따랐습니다. 한국의 수비는 그런대로 안정적이었으나 공격이 문제였습니다. 8강전부터 4강전, 3/4위전까지 세경기 연속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를 벌이는 진기록을 만들며 3위에 그쳤습니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던 감독, 코치가 퇴장 당하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베어벡 감독이 대회 후 사임했고, 대회 중 몇몇 선수들의 음주사실도 드러나 실망을 안겼습니다.
■ 2011년 카타르 대회…황재원의 짜릿한 동점골도 허사
조광래 감독의 한국은 대회 초반부터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우승 후보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겨운 8강 친구’ 이란을 이번에도 또 만났습니다. 메이저 대회에서 같은 팀을 5회 연속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더구나 8강전에서만 계속 맞붙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번엔 윤빛가람의 골로 제압했습니다.
준결승 상대는 일본. 1-2로 뒤지던 종료 직전 황재원이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호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초반 3명의 키커가 모조리 실축하는 바람에 0-3으로 패했습니다.
▲사진:2011년 아시안컵 황재원 득점
■ 2015년 호주 대회…모처럼 결승에 진출했건만...
슈틸리케 감독의 이른바 ‘늪축구’로 한국은 경기마다 한 골씩만 넣으며 꾸역꾸역 올라갔습니다.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차두리의 60미터 돌파에 이은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급상승했습니다.
준결승에서 이라크를 쉽게 누른 뒤 1988년 대회 이후 결승전에 올라 홈팀 호주와 대결했습니다. 8만 대관중의 함성속에 호주가 선취골을 넣고 손흥민이 후반 막판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55년 만의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김재형 [jhkim03@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1편에 이어 1988년 아시안컵부터 가장 최근인 2015년 대회까지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1988년 카타르 대회…통한의 결승전 승부차기 패배
한국은 1986 멕시코 월드컵 참가 이후 아시아 무대에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김주성을 필두로 이태호, 정용환, 박경훈, 최강희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대학생 새내기 황선홍도 힘을 보탰습니다. 일본, 이란, 중국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서 사우디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시안컵 최초의 결승전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해, 또다시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김주성이 대회 MVP에, 이태호는 득점상을 받았습니다.
▲사진: 1988년 아시안컵 대표팀
■ 1992년 일본 대회…대학 실업선발 내보냈다가 예선 탈락
예선에서 태국, 방글라데시와 맞붙게 되자, 축구협회는 프로선수들을 대표팀에 차출하면 모처럼 일기 시작한 프로축구 붐이 식는다는 명분으로 대학실업선발팀을 내보냈습니다. 이미 1988년에도 대학실업선발이 나가 가뿐히 예선을 통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안방에서는 호랑이’로 돌변하는 홈팀 태국에게 패하면서 본선 티켓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몇달뒤 일본이 아시안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허탈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 1996년 UAE 대회…충격의 이란전 2-6 대패
아직도 많은 팬들이 잊지못하는 악몽의 대회입니다. 1992년의 경험을 거울 삼아 한국은 예선부터 최정예로 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선 첫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UAE와 비기고 쿠웨이트에 패하면서 간신히 조3위 와일드카드로 8강에 올랐습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전반을 2-1로 앞섰으나, 후반에 상대 골잡이 알리 다에이에게 4골을 허용하며 충격의 2-6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6골은 아시아 팀에게 허용한 역대 최다실점입니다. 들끓는 여론속에 박종환 감독은 해임됐습니다.
■ 2000년 레바논 대회…이란에겐 복수했지만...
시드니 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허정무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김상식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연장전에서 이동국이 골든골을 성공시키면서 4년전의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오래가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사우디에 1-2로 주저앉았습니다. 6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득점왕 등극이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 일본이 우승을 차지해 2002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국내 축구계는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였습니다.
▲사진: 2000년 아시안컵 8강전 이동국
■ 2004년 중국 대회…난타전 끝 3-4로 무릎 꿇어
참가국이 14팀에서 16팀으로 첫 대회입니다. 2002 월드컵 4강과 2003 동아시안컵 우승팀 한국으로서는 이번이야말로 절호의 우승 기회였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듀오에다 공격진엔 안정환, 이동국이 있었습니다.
UAE와 쿠웨이트를 무너뜨리며 순조롭게 가던 우승 길목을 이번에도 이란이 가로막고 섰습니다. 8강에서 다시 맞붙은 양팀은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면서 3-4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세경기 연속 0-0 무승부 진기록
처음으로 4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공동개최로 열렸습니다. 경기중 조명탑이 꺼지는 등 불상사가 잇따랐습니다. 한국의 수비는 그런대로 안정적이었으나 공격이 문제였습니다. 8강전부터 4강전, 3/4위전까지 세경기 연속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를 벌이는 진기록을 만들며 3위에 그쳤습니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던 감독, 코치가 퇴장 당하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베어벡 감독이 대회 후 사임했고, 대회 중 몇몇 선수들의 음주사실도 드러나 실망을 안겼습니다.
■ 2011년 카타르 대회…황재원의 짜릿한 동점골도 허사
조광래 감독의 한국은 대회 초반부터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우승 후보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겨운 8강 친구’ 이란을 이번에도 또 만났습니다. 메이저 대회에서 같은 팀을 5회 연속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더구나 8강전에서만 계속 맞붙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번엔 윤빛가람의 골로 제압했습니다.
준결승 상대는 일본. 1-2로 뒤지던 종료 직전 황재원이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호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초반 3명의 키커가 모조리 실축하는 바람에 0-3으로 패했습니다.
▲사진:2011년 아시안컵 황재원 득점
■ 2015년 호주 대회…모처럼 결승에 진출했건만...
슈틸리케 감독의 이른바 ‘늪축구’로 한국은 경기마다 한 골씩만 넣으며 꾸역꾸역 올라갔습니다.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차두리의 60미터 돌파에 이은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급상승했습니다.
준결승에서 이라크를 쉽게 누른 뒤 1988년 대회 이후 결승전에 올라 홈팀 호주와 대결했습니다. 8만 대관중의 함성속에 호주가 선취골을 넣고 손흥민이 후반 막판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55년 만의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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