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내리막길 안 가려 발버둥...100년 뒤에도 볼 영화 목표"

박찬욱 "내리막길 안 가려 발버둥...100년 뒤에도 볼 영화 목표"

2025.10.19. 오전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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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찬욱 감독이 '어쩔수가없다'로 전작 '헤어질 결심'의 관객 수를 뛰어넘으며 또 한 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구 어디선가 100년 뒤에도 볼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거장 박찬욱을 김승환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영화 '친절한 금자씨' : 너나 잘하세요]

[영화 '올드보이' : 한 가지만 묻자, 누구냐 넌]

[영화 '헤어질 결심' 1차예고 :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영화 '어쩔수가없다' :당신이 사라져야, 내가 살아.]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캐릭터와 보는 이들을 어딘가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

이와 대조되는 아름다운 미장센이 스크린 속에서 기묘하게 어우러지며 박찬욱 세계관이 탄생합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감정과 드라마가 있으면 그것을 묘사하는 방법이 어떻게 기분 좋은 충돌을 일으키는지….]

그렇게 충돌이 이뤄질 때 좀 더 관객은 인상적으로 기억하니까…"

잔혹함조차 미학으로 끌어올린, 거장의 작품 세계.

피식 웃음이 나는 블랙코미디와 아이러니가 뒤섞인 이곳엔 모두의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선의, 호의를 갖고 하는 행동이 상대방을 항상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공교롭게 이렇게 풀려간다' '이 일이 왜 이렇게 풀리지?' '하필이면 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잖아요, 살면서…. 우리 인생은 항상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한땀 한땀 디자인된 영화와 달리, 찰나의 거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사랑하는 박 감독 취향 역시 '아이러니'입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사진 작가는) 두 번째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고, 영화 투자를 더 못 받게 되면 그때는 오로지 사진 작가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영화로 세상을 탐구해온 박찬욱의 생각은 단 하나로 모입니다.

100년 후에도 볼만한, 밀도 있게 꽉 차서,

깜깜한 영화관에서 집중해야만 하는 영화.

[박찬욱 / 영화감독 : 10년, 20년, 100년이 흘러도 지구 상 어디선가 어느 시네마테크에서, 또는 어느 집에 TV에서는 이것이 틀어지고…. 그런 고전으로 남는 것, 그것이 저의 목표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나 말러 교향곡 5번처럼,

100년을 훌쩍 넘은 클래식 음악이 작품마다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제가 지향하는 영화라는 것이 좀 풍부하고 복잡한 영화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길고 수많은 레이어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풍성함, 복잡함을 좋아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21년 전 칸 영화제 수상 직후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농담과 달리, 어느덧 한국영화계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직후) : 제가 만든 영화 여러 편이 전부 굉장히 염세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어 보인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염세주의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아, 이제 내 인생에선 내리막길만 남았구나….]

[박찬욱 / 영화감독 : '어쩔수가없다' 배우들 하고 (있는) 단톡방에 누가 짓궂게 올려놓는 바람에 (과거 발언 영상을) 보고 너무, 그거 올린 사람이 미웠는데…. (그 이후) 계속 더 내리막길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영화를 썩 잘 만들진 못한다며 스스로에 박한 평가를 한 박찬욱.

늘 세상에 없는 영화를 만들게 하는 힘은, 뜻밖에도 '후회'입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부족한 면이 자꾸 눈에 띄고…. 그렇게 후회하는 마음, 자책하는 마음, 그런 게 커서…. 저는 다른 사람보다 적어도 기준은 높은 것 같아요.]

자기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 본인 인터뷰 영상을 안 보고,

자신을 소개한 위키 사전 역시 읽어본 적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덴 관심이 없습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본인이 나오는 위키 백과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평소엔) 집에 음악 듣고 영화 볼 수 있는 방을 만들었고 거기서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하고, 산책하고 고양이하고 놀고 그 정도입니다.]

언제나 전작과 달라지는 데서 출발한다는 박 감독의 다음 도전 역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입니다.

[박찬욱 / 영화감독 : (미국 배경의) 서부극은 계속 준비해왔어요. 몇 년 동안…. 투자 결정이 된 게 없기 때문에 바로 다음 작품이 되긴 어려울 것 같고…. 이 영화('어쩔수가없다')가 성사된 걸 보면서 또 희망을 갖게 됐기 때문에 계속 노력을 할 생각인데….]

관객의 습관이 바뀌고 극장의 풍경이 달라져도,

잘 만든 이야기의 힘은 굳건하다는 믿음을 붙든 채, 박 감독은 또 새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YTN 김승환입니다.


영상기자 : 이현오
디자인 : 우희석


YTN 김승환 (k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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