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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참선과도 같은 그의 묘법 시리즈는 동서양의 미감을 동시에 충족시켰죠?
지난달 열린 프리즈 서울에선 기술과 만난 박서보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이 박서보 화백 작고 2주기였는데요.
그동안 활동을 자제해왔던 박서보 재단 움직임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가을에 한껏 취한 붉은 단풍색!
싱그러운 풀잎 색에서는 금방이라도 새순이 돋을 것 같습니다.
붉은 진달래부터 제주의 노란 유채,
정겨운 아궁이의 잿빛 기억까지
고 박서보 화백의 손끝에서 태어난 자연의 색이 디지털 감성으로 재해석돼 올가을 프리즈 서울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를 수식하는 '묘법'은 한없이 비워내는 작업입니다.
한두 달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밀어내기를 수만 번,
이렇게 골을 만들어 고운 색을 입히고,
각각의 선들이 튀지도 죽지도 않게, 조화로움을 위해 잘라 내는 마치 수련과도 같은 작업입니다.
3살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는 묘법,
정작 아들은 평생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박승호(아들) / 박서보 재단 이사장 : 마치 불상 앞에서 천 번쯤 절을 하는 행위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을 통해서 얻은 자기의 마음의 평안 그것이 남들 눈에는 수련 수신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평온함은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반골 기질로 반국전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고
전후 한국의 어둡고 격정적인 정서를 거칠게 그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헛발질이라고 표현한 실험의 시기를 거쳐 1970년대에 정착한 묘법!
초기 단아했던 묘법은 점차 화려해지며 박서보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합니다.
동서양을 동시에 끌어안은 미감 덕분에 해외 미술관의 러브콜도 수차례!
한국 예술가 중 처음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루이뷔통'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작고 2주기! 그동안 잠시 쉬고 있던 작품들이 궁금해 수장고를 찾았습니다.
파킨슨병으로 불편해진 말년의 작업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초기 묘법과 닮았습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작품엔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열정이,
신문 묘법 뒤편에 적힌 "사랑하는 아내 윤명숙이 태어난 날에 발간된 신문"이라는 글자에는 애틋한 마음이 또박또박 담겼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비워내고 또 비워낸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생전 인터뷰 /2010년 12월 : 그림은 수신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거지 도구에 불과하고 수신하는 과정의 찌꺼기가 그림이라는 거죠. 그 이상 아무 의미는 없습니다. 이 세상 하직할 때까지 열심히 해서 비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죠.]
작고 이후 2년 동안 해외 전시 요청도 정중히 거절해 왔다는 재단은
지난달 26일 자서전 발간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예고했습니다.
[박승호 / 박서보 재단 이사장 : 내년에는 비로소 아버지의 주요 작품을 보따리처럼 싸서 해외 미술관들을 순례하는 전시 일정을 기획하고 있고요.]
국내외 전시부터 온라인 미술관 구축, 연구 자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까지
내년에는 국민화가 박서보를 추억할 기회가 더 많아질 예정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이수연
YTN 김정아 (ja-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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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참선과도 같은 그의 묘법 시리즈는 동서양의 미감을 동시에 충족시켰죠?
지난달 열린 프리즈 서울에선 기술과 만난 박서보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이 박서보 화백 작고 2주기였는데요.
그동안 활동을 자제해왔던 박서보 재단 움직임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가을에 한껏 취한 붉은 단풍색!
싱그러운 풀잎 색에서는 금방이라도 새순이 돋을 것 같습니다.
붉은 진달래부터 제주의 노란 유채,
정겨운 아궁이의 잿빛 기억까지
고 박서보 화백의 손끝에서 태어난 자연의 색이 디지털 감성으로 재해석돼 올가을 프리즈 서울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를 수식하는 '묘법'은 한없이 비워내는 작업입니다.
한두 달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밀어내기를 수만 번,
이렇게 골을 만들어 고운 색을 입히고,
각각의 선들이 튀지도 죽지도 않게, 조화로움을 위해 잘라 내는 마치 수련과도 같은 작업입니다.
3살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는 묘법,
정작 아들은 평생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박승호(아들) / 박서보 재단 이사장 : 마치 불상 앞에서 천 번쯤 절을 하는 행위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을 통해서 얻은 자기의 마음의 평안 그것이 남들 눈에는 수련 수신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평온함은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반골 기질로 반국전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고
전후 한국의 어둡고 격정적인 정서를 거칠게 그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헛발질이라고 표현한 실험의 시기를 거쳐 1970년대에 정착한 묘법!
초기 단아했던 묘법은 점차 화려해지며 박서보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합니다.
동서양을 동시에 끌어안은 미감 덕분에 해외 미술관의 러브콜도 수차례!
한국 예술가 중 처음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루이뷔통'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작고 2주기! 그동안 잠시 쉬고 있던 작품들이 궁금해 수장고를 찾았습니다.
파킨슨병으로 불편해진 말년의 작업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초기 묘법과 닮았습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작품엔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열정이,
신문 묘법 뒤편에 적힌 "사랑하는 아내 윤명숙이 태어난 날에 발간된 신문"이라는 글자에는 애틋한 마음이 또박또박 담겼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비워내고 또 비워낸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생전 인터뷰 /2010년 12월 : 그림은 수신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거지 도구에 불과하고 수신하는 과정의 찌꺼기가 그림이라는 거죠. 그 이상 아무 의미는 없습니다. 이 세상 하직할 때까지 열심히 해서 비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죠.]
작고 이후 2년 동안 해외 전시 요청도 정중히 거절해 왔다는 재단은
지난달 26일 자서전 발간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예고했습니다.
[박승호 / 박서보 재단 이사장 : 내년에는 비로소 아버지의 주요 작품을 보따리처럼 싸서 해외 미술관들을 순례하는 전시 일정을 기획하고 있고요.]
국내외 전시부터 온라인 미술관 구축, 연구 자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까지
내년에는 국민화가 박서보를 추억할 기회가 더 많아질 예정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이수연
YTN 김정아 (ja-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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