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언어들

[열린라디오 YTN]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언어들

2025.06.25. 오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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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6월 2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열린 라디오,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우리 민족의 참혹한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이 일어났었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기리는 현충일도 있는 달이기도 한데요. 호국보훈, 순국선열, 현충처럼 우리가 자주 듣는 말들의 명확한 의미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나라에 대한 헌신과 감사에 대한 말들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서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 중인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나오셨습니다.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안녕하세요, “말 속에 답이 있다!”.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벌써 여름이 왔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 최휘 : 저야 시원한 사무실에서 근무해서 괜찮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다양한 현장에서 애쓰고 계신 군인, 경찰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커지네요.

◆ 신동광 : 공감합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울 뿐입니다.

◇ 최휘 : 이렇게 나라를 지키는 일을 ‘호국’이라고 부르는데, 호국보훈이란 말의 뜻은 잘 모르겠어요.

◆ 신동광 : ‘호국보훈(護國報勳)’이란 ‘나라를 지켜 주신(護國)’ 분들의 ‘공로에 보답(報勳)’한다는 의미입니다. ‘지킬 호’, ‘나라 국’, ‘갚을 보’, ‘공 훈’자로 이뤄졌죠. 영어로 표현하면 ‘thanksgiving to patriots/nation protection’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지난 현충일 기념식 추념사에서 대통령께서도 이러한 헌신에 대해 강조하셨는데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애국자들을 지원하는 주관 부처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신동광 : 네, 바로 국가보훈부(國家報勳部)입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지원하고,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보호도 담당합니다.

◇ 최휘 : 부처의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 역사를 알아보면 그 의미가 잘 와닿을 것 같아요.

◆ 신동광 : 그렇죠. 국가보훈부는 1961년 ‘군사원호청(軍事援護廳)’으로 창설됐습니다. ‘군사 군’, ‘일 사’, ‘도울 원’, ‘도울 호’, ‘관청 청’자로 이뤄진 말입니다. 상이군인(傷痍軍人)과 전사자 유족을 돌본다는 의미를 담았었죠. 상이군인의 한자는 ‘다칠 상’, ‘다칠 이’, ‘군사 군’, ‘사람 인’입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다치신 군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이후 1962년 원호처를 거쳐 1981년 국가보훈처로, 2023년 국가보훈부로 이름을 바꿉니다.

◇ 최휘 : 원호와 보훈이란 말에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 신동광 : 맞습니다. 보훈이라는 이름에는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국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애국자들의 위상이 ‘형편이 어려워 돌봐야 할 원호희생자’에서 ‘은혜를 갚아야 할 보훈영웅’으로 높아졌으니까요. 미국의 경우, 제대군인뿐만 아니라 현역군인에게도 예우와 지원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 최휘 : 우리나라의 제대군인에 대한 처우는 항상 논란의 평행선을 긋는데요. 군대에 소신이 있으신 작가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 신동광 : 사실 우리 대한민국 군인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직은 드문 것 같습니다. 나라 지키느라 고생하는 우리 병사들, 마주치면 고생한다 고맙다 인사도 해주고요. 늘 고맙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금 더 조성되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 최휘 :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치는 가장 고마운 젊은이들인데요.

◆ 신동광 : 최근에는 병사 월급이 너무 올랐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떨어져서, 업무시간 이후에도 집처럼 마음 놓고 쉴 수도 없어요. 전역하신 분들 중에 월급을 더 많이 줄테니 다시 훈련병부터 시작하라고 하면 이걸 하실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 최휘 : 저는 군생활은 잘 모르지만, 육체적 피로보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퇴근 후에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자기개발 공부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체력과 뇌가 한창일 때라, 사회에서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시기일 텐데요.

◆ 신동광 :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드릴게요. 대학 시절 같은 학번 운동부 특기생이 부상을 입어 공부를 시작했던 적이 있습니다. 2년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죠.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친구였습니다.

◇ 최휘 : 운동에만 전념했던 분이 고시를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신동광 : 처음엔 한자를 몰라 행정학개론 첫 장을 넘기는 데 1주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군복무기간은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길고 소중한 기간이란 방증입니다.

◇ 최휘 :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보훈대상자 분들은 국가를 위해 애쓰다가 불운과 슬픔을 겪은 분들이네요.

◆ 신동광 : 애국심은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실질적 지원과 보상이 동반될 때, 나라를 믿고 지키려는 마음은 더 두터워진다는 데 이견이 없으실 겁니다.

◇ 최휘 : 현충일은 어떤 뜻인가요?

◆ 신동광 : 6월 6일 현충일은 순국선열(殉國先烈: 목숨 바칠 순, 나라 국, 먼저/돌아가신 이 선, 세찰 렬)들과 호국영령(護國英靈: 지킬 호, 나라 국, 뛰어날 영, 영혼 령)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감한 분’이란 뜻을 품고 있습니다. 현충일(顯忠日: 나타날 현, 충성 충, 날 일)의 ‘현충’은 ‘충성을 드러냄’을 뜻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한 이들을 ‘기억하는 날(memorial day)’을 의미합니다. 1956년 ‘현충기념일’로 제정되었다가 1975년 ‘현충일’로 이름이 바뀌면서, 한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할 때 직관적 이해가 쉽지 않아 아쉽습니다.

◇ 최휘 : 여러 언어로 해석하니 그 뜻이 좀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가 되네요. 기획력 관련 책을 읽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외국어로 생각해 보라던 구절이 떠오르네요. 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애국자’의 뜻도 설명 부탁드릴게요.

◆ 신동광 : ‘애국자(愛國者: 사랑할 애, 나라 국, 사람 자)’는 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애국자의 영어단어 ‘페이트리엇(patriot)’은 ‘아버지의 나라’를 뜻하는 그리스어 ‘patris’에서 왔습니다. 아버지 ‘pater’는 영어단어인 ‘father’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 최휘 :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가, 영어로는 ‘조상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겠군요.

◆ 신동광 : 우리는 애국자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애국자란 좁게는 ‘국방, 납세, 준법 등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 넓게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국민과 국가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한 가지를 더하다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하고 헌신할 각오가 서있는 국민’이란 마음도 듭니다.

◇ 최휘 : 오늘 이렇게 호국보훈에 대한 다양한 말들의 어원들을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동광 : 네,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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