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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여행지의 낯선 설렘, 즉흥적 감상 - 최수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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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뉴스퀘어1층 아트스퀘어에서 최수란 작가의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뽀족한 첨탑과 벽돌 건물, 붉은 지붕이 드러난 이국적인 풍광, 유럽의 명소뿐만 아니라 소박한 골목길까지 작가의 발길이 닿은 여행지를 그려낸다.

이국의 풍경은 낯섦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 부드러운 선과 따뜻한 색채가 어우러져 작가가 느낀 아늑한 감성도 전해져온다.

그의 작품은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삐뚤빼뚤한 선, 속도감 있는 붓질로 대상의 경계가 흐릿하고, 여러 색이 뒤섞여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붓과 나이프로 물감을 덮고 긁어낸 거친 질감은 역동성을 더한다.

덕분에 작가가 실제 경험한 여행지를 꺼내 보여도 꿈속의 장면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게 한다.

낯선 곳에서의 설렘, 긴장, 혹은 휴식 등 작가의 즉흥적 감상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30일 까지다.

《작가 노트 中》
수수히 내리는 거리의 빛처럼 살아가고 살아내는 무수히 많은 별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인연...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추억이요, 머물고 싶은 향수이다.
찰나의 시간들을 더듬어 그곳에 내가 서 있듯이 회화로 표현한다.



YTN 아트스퀘어 최수란 초대전 (11.1 ~ 11.30)

최수란 작가는 1969년 대전에서 출생했다. 작가는 초대 개인전 16회,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다수 참여했으며, 2018년 아트버스카프 공모작가 당선, 2017년 안견미술대전 장려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최수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최수란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전시 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산토리니’를 주제로 처음 초대전을 열게 됐고, 이후에도 여러 여행지의 감상을 담은 작품들로 전시 기회를 얻어 뜻밖에 '트래블링 작가'라고 소개되기도 했어요. 여행 경험이 대단히 많진 않지만, 좋아하는 곳은 여러 번 가는 편입니다. 오스트리아, 스페인은 같은 장소를 세 번 정도 다녀왔죠.

이번 전시 작품들은 오스트리아, 스페인, 그리고 동유럽 배경이 주제예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스페인의 톨레도, 마드리드의 광장을 굉장히 좋아해요. 전시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추억,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Q. 작품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림의 색이 그 작품의 분위기, 인상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의 80%는 색감을 먼저 맞춰놔요. 스케치를 미리 하지 않고, 머릿속의 구상을 색으로 쭉쭉 캔버스에 깔아놓는 거죠. 그다음에 형태를 그리고, 점점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좋아하는 색은 옐로워커, 황토색을 가장 좋아하고요. 회색, 어두운 갈색 톤도 많이 써요.

제가 경험한 여행지를 바탕으로 그리지만 실제로는 반구상 작품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 느낌으로 작품의 색을 만들고, ‘여기는 나무를 조금 빼고 싶어. ’여기는 사람을 더 많이 넣어볼까‘ 이런 식으로 제 상상을 반영해 저만의 반구상 작품을 하는 거죠.

Q. 전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몽퇴르의 저녁‘, ’짤츠브르크 오후‘ 이 두 작품을 제일 좋아해요.
여행할 때는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같은 여행지였어도, 정말 같이 간 사람에 따라 느낌이 참 달라요.

스페인을 여러 번 갔는데, 소설가인 친구와 여행했을 때의 기억이 참 좋았어요. 저는 사진으로 스페인의 골목을 찍고 다니고, 글을 쓰는 친구는 녹음하면서 다녔거든요.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함께 얘기할 때는 서로 어떤 것에 글감이 생겼는지, 작품에 영감을 받았는지를 나눴던 시간들이 행복했어요. 그런 감정들이 작품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Q. 나만의 표현 방식이나 작업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처음에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테레빈유로 바르는 흰 물감)를 칠해요. 젯소의 질감이 거칠거칠한 느낌이 나거든요. 그거를 나이프로 발라요. 질감이 우둘투둘한 게 젯소 질감이죠. 물감으로 그 두께를 쌓으려면 한도 끝도 없어요. 유화는 찐득거리고 마르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젯소로 밑 작업 두께를 올린 다음에 물감으로 밑 작업을 하는 거예요. 그림이 반듯한 이미지가 아니라, 거친 질감을 주는 게 제 작품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성장 배경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할아버지가 과수원을 하셔서 어린 시절 방학이면 늘 원두막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시골 정서가 제게 남아 있어선지, 시골 풍경을 참 좋아해요. 유럽에 가서도 오래된 원목이나 낡은 것들이 제게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와요. 새것이나 반듯한 이미지보다 낡고 흐트러진 이미지를 좋아하는 게 제게 익숙한 시골 정서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Q. 40대에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셨다고요. 그림에 대한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포크 아트를 취미로 배우면서 그림을 시작했어요. 그 물감으로 집에서 모네 그림도 따라 그려보곤 했죠. 지인들이 제 그림을 보면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알아봐 줬어요.

가족들은 그림을 원체 잘 그렸어요.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시고, 큰오빠가 미대를 나왔죠. 제 딸도 그림을 전공하고 있고요. 가족들은 그림에 재능이 있는데, 나는 왜 그림을 못 그릴까? 생각했었죠. 저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걸 잘 못해요. 늘 삐딱하게 그림을 그리니까 나만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지금 보면, 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그것도 아이러니해요.

제가 정형화된 걸 싫어하나 봐요. 반듯반듯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어요. 뭘 해도 좀 색다른 게 좋고, 선을 표현할 때도 정확하게 쫙 긋는 것보다 자유롭게 그리는 게 좋아요.

작가 베르나르 뷔페의 이야기 중에 ‘그림은 모를수록 아방가르드하다’라는 말이 제게 확 꽂히더라고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아서 전문 지식은 잘 몰라요. 그런데 모를수록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우리 딸이 그림을 전공했지만 제 그림을 보고 ‘엄마는 그림 안 배운 게 너무 잘한 거야’ 이런 얘기를 해요. 지식이 많으니 이렇게 그리면 허용되고, 이렇게 그리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형식이나 기법에 갇혀 단절되는 게 많다는 거예요.

반면 저는 그림 그린 지 8년 정도 되는데, 여전히 과감하게 그림을 그린단 말이에요. 그림은 수학 공식이나 국어의 문법을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그림은 그림일 뿐이에요. 그냥 좋으면 좋은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Q.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전시장에 가면 '작가 노트'가 배치돼 있어요. 작가 노트가 몇 줄만 쓰여 있더라도 그걸 읽어보고 작품을 보면 작가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의도를 알 수 있거든요. 작가 노트를 참고해서 보면 좀 더 풍성하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고요.

처음에 전시장에 들어가면, 제가 하는 방법인데요. 작품들을 가볍게 쭉 둘러보다 보면 내 마음에 딱 들어오는 작품이 있을 거예요. 그 작품을 위주로 오래, 천천히 감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 전 다녀온 아프리카를 주제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요. 반구상으로 그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해체한 그림, 형태를 좀 더 지우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작품을 보시면서 여행지에서의 좋은 기억, 추억을 떠올리시면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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