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추상회화의 무한 실험...정상화와 박영하

한국적 추상회화의 무한 실험...정상화와 박영하

2023.06.06. 오전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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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흔 넘은 거장 정상화 작가와 칠순의 박영하 작가,

연륜은 20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한국적 추상회화의 새 지평을 개척해온 투철한 예술혼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교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백색 추상화들을 모은 전시장은 정상화 작가가 평생 구축하려 한 평면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엇비슷한 백색이라도 격자들의 크기와 각도, 색채에 따라 다른 깊이의 숨결을 느끼게 합니다.

정교한 밀도의 격자무늬가 어우러져 다른 차원의 공간감을 불러일으키고, 밑바탕에 숨어있던 형형색색이 갈라진 틈에서 배어 나오는 듯합니다.

1970년대부터 2019년 작까지 40여 점을 통해 정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캔버스 천에 고령토를 바르고 접은 뒤 나무칼로 떼어내고 물감으로 메우는 작업을 반복하며 새로운 미학적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상화 / 작가 : 지금 다 했다고 생각 안 해요. 들어냈다가 메웠다가 들어냈다 메웠다 하는 반복, 반복 사람이, 인간이 산다는 것도 그 반복성이야. 똑같아. 그 속에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게 있다고요.]

차세대 단색화의 계보를 잇는 박영하 작가의 추상화엔 나무와 바람 등 자연의 숨결이 흐릅니다.

형상은 모호하지만 토담을 연상시키는 흙빛 색감과 거친 질감이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화폭에 자연 그대로를 품으려는 작가의 열망은 아버지 박두진 시인의 정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진명 / 학고재 이사 / 미술평론가 : (박영하) 선생님도 마찬가지 모든 자연을 그리는 거지만 사실은 그게 자연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 자체 스스로 그러한 것이 무엇인가 그거를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도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몇 달에 걸쳐 흙과 도자기 가루 등을 섞어 만든 안료를 겹겹이 쌓아 올리다 마음에 들어서야 붓질을 멈춥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문세

화면제공 : 갤러리현대

■ 전시 정보
- 정상화 개인전 '무한한 숨결'
7월 16일까지 / 갤러리현대

- 박영하 개인전 '내일의 너'
6월 17일까지 / 학고재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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