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이순재 "기성세대가 젊은세대 오염시키지 말아야"

[뉴스큐] 이순재 "기성세대가 젊은세대 오염시키지 말아야"

2023.01.06.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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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매기, 원형 그대로 무대 올리고 싶었다"
"고전, 시대를 초월해 감동할 수 있어"
"기성세대, 젊은 세대 이념과 사상 오염시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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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이순재 연극 ’갈매기’ 연출가 겸 배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더 완성할 게 있을까요? 무얼 더 완성하고 싶으신지 궁금한 게 많은 분입니다. 이번에는 연극 갈매기 연출가 겸 배우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 연극무대에 예능까지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배우 이순재 선생님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순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앵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희 스튜디오 앞에 조규성 선수 왔을 때만큼 굉장히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는데 저런 반응은 익숙하신가요?

[이순재]
익숙하지 않죠. 익숙하지 않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YTN 시청자 여러분들 앞에 나오셨는데 새해 덕담 먼저 한번 해 주시고 시작을 할까요?

[이순재]
YTN 시청자 여러분, 작년 한 해 여러 가지 힘이 많이 드셨겠지만 금년 새해는 우리 새로운 희망을 가지시고 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오늘 뉴스Q에서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지금 관련 언론 기사를 보니까 최고령 신인 연출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던데 첫 연출작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순재]
그렇습니다. 연출이 전공은 아니고 역시 연기니까 과거 80년대 중반 극단 사저에서 어떤 경우에 연출을 하게 됐는데 그때 몰리에르의 수전노, 정현 작가의 환상살인, 그다음에 메리만의 가을소나타, 이 세 작품을 내가 연출해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단하고 다시 한 작품 더 하려다가 배우가 조건이 맞지 않아서, 시간을 안 지키고 연습을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취소해 버리고 다시 연기를 하다가 2000년도 들어서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관악극회라고 과거 대학극을 했던 사람들, 또 현업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모여서 하나 만들었어요.

초대 회장을 했는데, 두 번째 작품이 아서 밀러의 시련입니다. 그건 전부 연출가, 교수들 다 우리 후배들 동문들 모아놓고 저보고 연출하라고 해서 내가 연출한 적이 있는데 긴가민가하고 따라들 왔어요. 그러다가 또 내 일이 바쁘니까 다시 하다가 이 작품 만나서 이건 한번 원형 그대로 해 봤으면, 그런 바람으로 시작이 된 겁니다.

[앵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선택하신 배경이 궁금하기도 한데 안톤 체호프의 작품 갈매기, 인생의 첫 버킷리스트였다 이렇게 또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이순재]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공부한 건 아닙니다마는 이미 우리나라도 100년 전에 안톤 체호프가 들어와 있어요. 문학적으로 다 들어와 있습니다. 그다음에 사실주의 연기, 다 들어와 있어요.

다만 직수입이 안 됐을 뿐이지. 그다음에 많은 사람들, 학자들이나 또 관계자들이 많이 연구를 했는데 체호프는 우리 때는 사상주의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어서 못 했어요.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알다시피 시대적 상황으로 봤을 때 뭔가 이 시대는, 이 체제는 부실밖에 없다. 이 시대가 미래가 없다고 느낀 게 체호프예요. 그래서 서민들에 대해서 아주 깊은 연민을 가지고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게 이 4대 희극입니다. 이게 희극이 아니라 희곡이에요.

희극이라는 건 일종의 위장이고 4대 희곡입니다. 거기 보게 되면 작품 할 때 다 개혁이 들어가 있고 변형이 들어가 있고 뭔가 이런 조건들. 갈매기 같은 건 이 체제하에서는 젊은이들의 미래가 없다고 설파한 게 바로 체호프의 생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걸 원작 그대로 한번 해 보자. 그동안 체호프는 우리 연극계에서 여러 형식으로 또 연출가에 따라서 여러 해석으로, 여러 가지로 해 봤어요. 해 봤는데 결국 원작 그대로 원형 그대로 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체호프의 문학이나 역작은 변형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 원작 그대로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그 바탕 위에서 연출가들이 자기 연출의 세계, 연출의 예술 창조를 해서 변형하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원작은 기본을 살려줘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원작 그대로 한번 해 보자. 그러나 뭐냐. 반드시 수반돼야 되는 게 배우의 연기력이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한번 배우들하고 합의를 해서, 일종의 공동제작 형식이에요. 내가 연출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것도 없고. 다만 모든 걸 하여튼 연출이 부가할 수 있는 외적인 조건은 다 배제하고, 원작 그대로. 그러니까 심플합니다. 배우와 영상 등 장치가 아주 심플합니다. 무대가 심플합니다.

[앵커]
무대가 심플하다, 단순하다는 말씀이시고. 시대적 배경이 중세 러시아 말기로 알고 있고 아까 희극은 위장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그때 시대적 배경을 담아서 그러니까 희극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그러니까 정론으로 다루기에는 어려웠다는...

[이순재]
어려웠죠. 왜냐하면 이게 러시아 말기라는 말이에요. 무너져간 쇠락한 전제군주제하에서 국민들은 정말로 빈곤과 이런 데서 아주 고생을 하고 있는 그런 시절이에요. 그러니까 지성의 눈으로 봤을 때 뭔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양반이 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데 제일 먼저 일어난 게 그 당시에 농민봉기입니다. 그건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들이에요. 못살겠다고, 배고프다고 들고 일어난 게. 그다음에 그걸 탄 건 아니지만 그거와 연관된 게 볼셰비키 혁명이에요. 볼셰비키 혁명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이었단 말이에요.

그 체호프의 입장에서 봤을 때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건 아니지만 그 주장 자체는 이념적으로 괜찮단 말이에요. 막스의 위기론 같은 게 노동자, 농민, 대중들 잘 사는 사회. 유토피아거든요. 이상향이란 말이에요. 그 논리를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과거 우리나라나 가까운 동양에서도 그 체제, 그 이론에 경도된 사람들, 식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소위 경향학파 이념. 이건 아주 해방된 다음에 38선을 넘어간 분들 가운데 사상적으로 거기에 동의해서 넘어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실망을 하죠. 러시아도 마찬가지예요. 레닌 트롤스키 혁명 때는 좋았는데 어느 정도 실천해 갔는데 스탈린 시대 때부터 또 다른 냉혹한 독재가 들어서면서 뒤집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좋은 이상을 가지고 시작을 했지만 결론은 결국... 오늘 그 잔재가 지구상에 몇 군데 남아 있잖아요.

[앵커]
지금 선생님께서 연극 갈매기의 원형을 살리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순재]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원래 이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에요. 우선 배우가 살아야지 그외에 무슨 장치가 살고 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배우가 살아야 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고. 특히 이것처럼 문학성, 철학성, 사상성이 내포돼 있는 건 이건 배우예요. 탁월한 연기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전달할 도리가 없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십분 필요하고. 주요 배우들은 대사가 석 장씩 넘어가는 대사도 있어요. 혼자 돌아가면서 다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연기력이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그 배우들이 살아야만 이 작품을 정확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배우의 연기력이 우선돼야 된다. 또 내가 배우니까 어차피 배우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이거예요. 그래서 연출은 별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걸 권장하고 같이 맞춰나가는 것밖에 없어요.

[앵커]
그래도 연출가가 대배우신 이순재 선생님이면 어떤 배우라도. 마침 이번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명단을 보니까 다 화려하고 익숙한 얼굴들, 소유진 씨, 김수로 씨, 이경실 씨까지 나오던데.

[이순재]
자진해서 출연한 분들이에요.

[앵커]
누가 자진한 겁니까?

[이순재]
그러니까 저분 자체의 의미가 있고 또 호기심으로 자진한 사람들이에요.

[앵커]
누가 자진했나요, 특히?

[이순재]
우리 젊은 친구들 있죠? 진지희라고 시트콤 나왔던 아역. 그 친구와 이번에 만나게 되고 그외에도 또래들이 더블캐스팅인가. 젊은 배우들,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이 있는데 그 친구들한테 역점을 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친구들이 지금 우리 극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우리 언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패턴이 많이 부서졌어요. 예를 들어서 저도 작업을 하다 보면 배우들이 또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내용만 알아들으면 오케이, 넘어가요. 그런데 그 화법 가지고 안 된다는 말이에요. 그 표현 가지고는 안 된다는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보완하고 이해시키고 또 연습을 시켜서 정확한 화법, 정확한 표현으로 해 줘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쉽게 넘어가버린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게 해서는 의미 전달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젊은 배우들에게 강조를 했고.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워낙에 똑똑해요. 요즘 우리 젊은이들 워낙에 똑똑하니까 다 알아듣고 다 해요.

게다가 다 어느 정도 연극이 아닌 배우의 예술이다. 그러니까 창조해 봐라, 여기까지만 내가 해 주는데 그 나머지까지 만들어 봐. 만들어와요. 그럴 듯하게 만들어와요. 그만큼 달라진 겁니다.

[앵커]
아까 선생님 대기하시는 동안 저희가 몇 가지 뉴스를 전하는데 굉장히 선생님 앞에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뉴스를 전하는 저희들도. 그러니 배우는 오죽할까 싶은데 제가 알기로는 직접 캐스팅에 참여는 안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이순재]
내가 맡기는 배역의 조건은 제한적이란 말이에요. 제작자한테 맡겼어요. 제작자가 알아서 선택을 해라.

[앵커]
결과는 만족하십니까?

[이순재]
상관없어요. 배우들은 어떤 조건이어도 조련하기에 달린 거니까. 나는 학교에서 워크숍을, 이 작품도 사실은 학교에서는 워크숍하다 보니까 1년 동안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발표를 못했는데 보니까 너무 좋은 작품이에요. 너무 깊이가 있고. 이걸 좀 프로들이 제대로 관객들한테 전달하면, 소위 말하면 이런 생각에서 시작할 거예요.

[앵커]
지금 오만석 씨 같은 경우도 곱씹을수록 향이 나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으실까요?

[이순재]
대부분의 반응이 다 5스타예요. 그래서 더러는 여러 가지 형태를 봤지만 정말 제대로 된 연극을 한번 본다 하는 의견들이 많이 있었고. 그다음에 무대가 너무 아름다웠다. 심플하니까 아름다운 거예요. 그다음에 배우들이 과장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다, 그런 평가들이 많이 나왔어요.

[앵커]
아까 시대적 배경 설명과 함께 작품 설명할 때 역시나 가장 열정적으로 이번 작품에 임하시는 게 느껴졌는데 노동자, 농민, 소시민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알고 있거든요. 혹시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까요? 이 작품은 꼭 봤으면 좋겠는 계층?

[이순재]
연극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다 많이 보셨겠지만 이건 원형 그대로 하니까 우리가 좀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체호프의 원형이 이런 거구나. 변형 원극은 다른 의미가 있다 하는 의미에서 한번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주 편안합니다.

[앵커]
선생님께서 평소에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다, 이런 말씀도 해 셨는데 갈매기가 갖고 있는 원형이 주는 메시지라고 할까요?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순재]
이건 아까도 말했지만 소위 말하는 어려운 사람들, 소위 말하자면 눌려 지내는 하층 계급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것도 모자 간, 그다음에 부부간이 됩니다. 결국 젊은 둘이 다 좌절하고 자살해버리고 창녀가 되는 얘기예요. 이건 뭐냐, 본인들은 화려한 꿈과 원대한 희망을 가지고 차별화 했는데 기성에 의해서, 어머니라는 게 기성이거든요.

어떤 기존 세력에 의해서 억압되고 배척되는. 그래서 불행을 맞는 이런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도 우리 사회는 웬만해서는 우리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잘 눌려지내지 않죠. 마땅치 않으면 뛰쳐나가는 판이니까, 저항하고. 그런데 이 시대만 해도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던 때예요.

체호프의 지성으로 봤을 때 뭔가 이건 아니구나. 이건 고치지 않으면 안 되구나. 그 사람이 의사 출신이란 말이에요. 이 체호프에 담배 해독 얘기가 나와요. 나보고 담배 피우지 말라는 얘기로 들려요. 그런 정도의 작가의 작품이에요. 보통은 무슨 단편소설에서 이런 대중작가가 아니라 그런 모든 것을 갖춘 바탕 위에서 나오는 하나의 철학적 작품이기 때문에 깊이라는 게 사실 대단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역사가 흘러도 항상 새롭게 접근할 수 있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예요.

[앵커]
연극 무대에서도 꾸준하게, 물론 다른 미디어, 방송이라든가 영화를 통해서도 만나뵐 수 있지만 연극 무대에 대한 열정이 좀 남다르신 것 같은데 이 선생님께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순재]
연극은 시작이 연극입니다. 저희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대학교 때 영화예요. 예를 들어서 전우니까 이태리의 작품들. 명작들이죠. 프랑스의 30년대, 40년대 고전작품들. 그다음에 누벨버그, 20대들 신세대들의 지금 문학들. 그다음에 영국의 세익스피어 영화들. 미국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가 공존하고 있었으니까 그때 보면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는 건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배우의 연기로 봤을 때 정말로 경탄할 수 있는 연기들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보고서 저건 예술이라고 본 게 햄릿입니다. 거기 유명한 투비오어낫투비, 이건 어떡하나 봤더니 소름이 쫙 올라오더라고요. 전율이 오더라고요. 예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딴따라 시절이야. 우리는 딴따라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요즘 K팝이 올라가고 하니까 달라졌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딴따라 취급. 그런 시대로 봤을 때 저건 예술이다.

그러니까 저 경지까지 갈 수 있지는 못하지만 저런 정신을 가지고 한번 도전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배우는 학문하고 거리가 있는 데인데 우리 과니까 이게 또 가능한 거예요.

[앵커]
철학과 말씀하시는 거죠?

[이순재]
철학 교수님들이 이해의 폭이 넓으니까 연극도 잘하면 철학이야, 해 봐. 이렇게 된 거예요.

[앵커]
선생님, 오랜 세월 안방 무대, 스크린, 무대 오가면서 수많은 작품 하셨고 또 소름이 돋는 작품이라고 햄릿 작품도 얘기해 주셨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몇 가지 꼽아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순재]
글쎄, 연극은... 제가 메인을 했던 역할들이고. 그다음에는 나이를 먹어서는 얼마 전에 작년 말에 했던 리어왕. 이렇게 생각하고.

[앵커]
205분짜리, 지난해 한 달 넘게 공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순재]
그때 느낀 게 뭐냐 하면 고전을 너무 어렵고 길고 지루하게 생각하지 말자. 제대로만 하면 관객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예요. 너무 난해해서 이 체호프 같은 건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뭔가 좋긴 좋은데 어렵다 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나 와서 보면 달라요.

그런 데서 깊이를 볼 수 있고 또 조금 더 눈여겨보면 알맹이를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고전이라는 것은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어왕도 보게 되면 마지막 충심이 뭐냐, 비 맞고 어쩌고 딸들한테 다 뺏겨서 거지가 돼서 좋은 게 아니라 그걸 보면 일반인들은 그러겠죠.

죽을 때까지 절대로 물려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될 텐데 그게 아니라 본인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자기가 무시했던 서민들 생각했던 거예요. 중요한 대사가 폭풍을 맞으면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창문 떨어지고, 누더기 걸치고 어떻게 이험한 비바람을 견뎌야 되느냐, 후자들아. 가난한 자의 고통을 몸소 겪어봐라. 하늘의 정의를 실천하자. 이게 핵이에요. 그게 핵이라고요. 고전이라는 건 시대를 초월해서 다 감동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그런 감정 아닙니까?

[앵커]
시대를 초월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문화계 원로이기도 하시지만 이 시대 어른이시기도 하거든요. 앞서 리어왕도 그렇고 지금 무대에 오른 갈매기도 그렇고. 어떻습니까? 저희가 마침 뉴스를 다루는 채널이기도 합니다마는 시대를 통찰하고 계시잖아요. 지금의 사회와 또 연결해서 보시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무대를 준비하시면서.

[이순재]
그게 어떤 작품은 현실적으로 우리 현실 세계에 매칭이 되는 경우도 있고 동떨어진 경우도 있고 그래요. 시대적으로 너무 100여 년 이상의 차이가 나니까. 그 시대상하고 지금의 시대상하고는 다르죠. 다만 인위적인 것도 아니고 강압적인 것도 아니지만 이건 강압적인 것에 의해서 젊은이들의 미래가 부서진 거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에요.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난이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 이거예요. 이걸 극복해내는 게 우리 앞으로의 과제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하는 양반들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열심히 해라. 열심히 하면 10년 후에 이런 사회상이 올 것이다.

다 잘사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런 확실한 믿음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용기를 줘야 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똑똑하고 훌륭하거든요. 나는 종족이 개량됐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갈매기는 저 젊은 배우들 가지고 대사를 웬만한 옛날 같으면 한 달, 두 달 가도 못 해요. 결국 욕 먹고 얻어맞으면서 끝내버리는데 그걸 만들어내요.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입니다. 두뇌, 용모, 체격 다 달라졌어요. 힘만 주고 기회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각 분야에서 세계 일류가 나올 수 있다는 확신도 들어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어느 부분을 좀 망가뜨렸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보통 민족이 아닙니다. 나는 한마디로 얘기해요. 우리는 얻어맞으면서도 나온 우리예요. 우리의 고유성, 독자성, 문화 다 지켜나온 거예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 도망갔다가 다시 온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렇지 않은 민족이에요. 하도 얻어맞다 보니까 좀 치사한 DNA가 남아 있지만 이제는 완전히 불식해 버리고 또 우리 젊은 친구들이 하나 공통적으로 바람직한 상황은 언어가 통일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나 아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이걸. 그러니까 그 친구들한테 기존 세대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사상, 사고 절대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얘기를 해요. 그네들은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밀어만 주라는 얘기예요.

[앵커]
젊은층은 종족이 개량이 됐는데 오히려 기성세대가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용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오늘 선생님을 스튜디오에서 만났는데 마침 6년 전에 극장에서 제가 인터뷰를 하러 간 기억이 납니다. 문화부 취재 현장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류가 양적인 성장 말고도 질적으로 성장을 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어떻습니까? 그 시점에서 한 6년 정도 흘렀는데 지금의 한류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순재]
지금 세계가...이게 우리의 저력입니다. 그 당시에는 스스로 우리가 왜소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축소시켰어요. 우리가 60년대 우리들의 영화도 과감하게 도전을 했으면 상당히 높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우리가 뭘, 우리가 감히. 이런 위축된 사고에서부터 폐쇄적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가 우리 무대가 돼버리고 말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세계 무대에 다 우뚝 설 수 있어요.

[앵커]
지금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도 있고 또 앞서 기성세대의 역할도 말씀해 주셨지만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도 있을 것 같고요. 그 세대들에게 혹시 지금까지 열심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면서 주실 수 있는 메시지.

[이순재]
우리가 우선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다 이거예요. 어떤 조건, 어떤 환경, 어떤 것 속에서 태어났더라도 내가 인간이에요. 내가 태어난 의미가 있을 거라는 거예요. 그냥 동물로 태어난 게 아니지 않냐 이거예요. 어떤 종족이든 나온 이유가 있을 거다. 내가 인간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스스로 찾아보면 길이 있다는 얘기예요, 뭘 하든지 간에. 옛날에는 우리 때만 해도 직업에 귀천이 있었어요.

우리 직업은 최하의 직종이야. 90%가 반대하는 직종이에요. 그러나 뚫고 나오면 길이 있다는 얘기예요. K팝이 누적된 속에서 성장해서 오늘 빛을 발하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딴따라, 비하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 젊은 친구들 지금 우리 이정재 배우는 할리우드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시대가 왔어요. 이제 우리 직종에 속해 있는 젊은이들도 자꾸 자기 개발하고 역량을 확대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가서 안 져요.

[앵커]
시간은 거의 다 됐는데 꼭 듣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삶의 원동력이 미완성이라고 하셨는데 앞에서 버킷리스트라고 얘기하셨습니다마는 더 이루고 싶으신 꿈이 있으실까요?

[이순재]
그건 특별한 건 없고요. 아직 나에게 놓여진 과제가 있으니까요, 금년에도. 영화도 하나 찍어야 되고 또 리어왕도 재공연을 해야 되고 그다음에 넘어가서 해야 될 작품이 있으니까 그거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세월이 가는 거예요.

그다음에 무슨 크게 어떤 프로젝트를 세워서 그건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에 끝날 때가 되면 끝내는 거예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저희도 그렇고 시청자 여러분도 새겨들을 말씀이 여럿 있었습니다. 배우이자 연출가,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순재]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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