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앤이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다정함의 물리학

[씨네앤이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다정함의 물리학

2022.11.25.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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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영수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앤이슈]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멀티버스', '평행우주'라는 말 요즘 영화 보면 종종 나오는 단어입니다. 상상력을 펼치는 소재로 쓰이지만, 정확한 개념을 알긴 쉽지 않습니다. 오늘 씨네앤이슈에서 특별한 시간 마련했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주제로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영화 속 어려운 개념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전공이 물리학 중에서도 통계물리학이시죠. 통계물리학, 듣기만 해도 벌써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입니까?

[김범준]
통계물리학은 상당히 많은 입자들이 모여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때 전체가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보는 물리학의 분야인데요.

거기서 방금 말씀드린 거에서 입자 대신에 사람과 같은 다른 구성 요소로 바꾸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런 것도 통계물리학자들의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앵커]
물리학자시면 일반 관객들과는 이번 영화를 보는 관점도 좀 다르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범준]
저도 영화를 참 좋아해서 이 영화는 상당히 웃으면서 보기도 하고 그리고 감동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과학자로서 영화를 보니까 영화 안에 숨겨져 있는 그런 과학의 얘기 같은 것도 눈여겨본 그런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앵커]
영화 보면서 저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이런 거 있었습니까?

[김범준]
많습니다.

[앵커]
하나씩 짚어볼게요. 영화에서는 여기 말고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있다, 이렇게 전제를 하고 있는데요. 영화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장면 저희가 모아봤습니다. 잠깐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우주 속에서 떠다니는 동그란 버블이, 이게 너의 세계야. 이 주변의 모든 버블들은 조금씩 다른데. 네 세계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그 차이는 커지지. 나는 이 버블에서 왔어. 알파버스라고 하지. 우리는 잠깐 네 의식을 다른 버전의 너에게로 연결하는 방법을 발견해냈어. 그 기억들, 감정들, 심지어는 기술까지. (조금 전의 너처럼?) 맞아. 그걸 '우주 이동(verse Jumping)'이라고 부르지. 지금 바로 이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지금 당장요?) 여기서 우리가 살아나갈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어. 난 그동안 수천 가지 버전의 너를 봐왔어. 근데 다 지금의 너 같지는 않더라. 넌 끝내지 못한 수많은 목표가 있고, 좇아가지조차 못한 꿈이 있어. 넌 최악의 너를 살고 있는 거야.]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中

[앵커]
영상 보고 오셨습니다. 이걸 이제 평행우주, 다중우주라고들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김범준]
먼저 물리학에서 우주는 영어로는 유니버스라고 하는데요. 그 첫 번째 등장하는 영화 알파벳이 유니라는 뜻인데 그게 하나라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은 우주는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표준인데요. 평행우주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상상이에요.

그런데 만약에 평행우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그 우주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 이 우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갈수록 조금 어려워지는 것 같기는 한데. 평행우주 이론에 따르면, 그러니까 이 우주 말고 또 다른 우주가 여러 개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예를 들어서 제가 초등학교 때 꿈이었던 축구선수를 다른 우주에서 할 수도 있고 그런 겁니까?

[김범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요. 그런데 저는 여러분께 평행우주로 옮겨가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정확히 이런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학에서 만족해야 되는 여러 조건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얼마든지 다른 우주가 있다면 그곳에는 어쩌면 별도 없고 지구와 같은 아름다운 행성도 없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냥 이곳에 계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일단은 영화 속 이야기를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흔히 요즘 마블 영화에서도 그렇고 멀티버스, 이 단어가 많이 나오잖아요. 이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될까요?

[김범준]
네, 비슷한 개념인데요. 우주는 유니버스라고 하는데 그 유니를 멀티로 바꾼 것이 멀티버스의 개념이에요. 보통 다중우주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그려진 우주는 이 영화의 제목을 보면 맨 마지막 제목이 엣 원스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동시라는 뜻이어서 이 영화에서 그려진 우주는 사실 평행우주에 가까워요.

그 평행우주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아니라 다른 우주가 평행으로 펼쳐지고 있다라는 개념입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평행우주, 다중우주.

[앵커]
아마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를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요즘에. 유독 요즘에 이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범준]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 힘들고 그러면서 또 다른 세상에서 내가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개념이 요즘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게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각박하고 살기 어려운 곳이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앵커]
씁쓸하기도 하고요. 상상 속에 존재할 법한 그런 내용들이니까요. 또 영화 속에서는 이쪽 우주에서 저쪽 우주로 이동하는 버스 점프라는 개념이 등장을 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와 접속을 한다는 그런 개념인 건데 이것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라서 더 흥미를 갖게 되는 걸까요?

[김범준]
물리학에서는 버스 점프는 사실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곳에 우주가 있더라도 우리 우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영화에서 그려지는 버스 점프의 방법이 과학자로 보기에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만약에 제가 지금 어떤 두 가지 선택이 있는데 예를 들어 왼손을 들지 오른손을 들지 이런 건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우주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큰 차이로 벌어지거든요. 그러면 더 멀리 있는 평행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황당한 선택을 하는 것, 그게 이 영화에서 그려진 버스 점프의 방법이죠.

[앵커]
그 말씀하신 내용을 제가 기사로 읽었는데 이해를 못했다가 지금 이해를 했습니다. 교수님 학자시니까 혹시 그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셨습니까?

[김범준]
상상을 해본 적은 많이 있죠. 그런데 상상일 뿐이지 정말 그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죠.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약 1년 전에 이런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것들은 아마 저뿐 아니라 모든 분들이 하는 상상 아닐까요?

[앵커]
또 과학자셔서 그런 상상을 하실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화 속의 평행우주에는 양자역학 개념이 들어있다고 해요. 양자역학, 많이 들어봤는데 개념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쉽게 설명을 해 주세요.
[김범준]
제가 지금 허락된 시간이 몇 분이죠?

[앵커]
저희가 5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저희가 1시간을 더 빼드릴까요?

[김범준]
사실 이 영화에서 그려진 것이 양자역학에서 다세계 해석이라는 개념인데요. 어떤 거냐 하면 만약에 양자역학적인 입자가 왼쪽에 있을 수도 있고 오른쪽에 있을 수도 있는 두 가능성이 있을 때 우리가 그 입자를 측정해서 왼쪽에 있는 걸 발견하는 순간 오른쪽에 있을 가능성은 사라진다라는 것이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해석 방법이에요.

그런데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은 왼쪽에서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입자가 오른쪽에 있는 우주로 새로 우주가 분기한다라는 것이 물리학에서 다세계 해석이에요.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는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영화라는 스토리 라인 안에 적극적으로 표현한 영화인 거죠.

[앵커]
저희가 나중에 1시간을 따로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물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이게 운명이랑은 다른 얘기가 되는 건가요? 우리가 운명적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그것이랑 다릅니까?

[김범준]
제가 생각하는 운명은 우리가 매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하는데 지난 다음에 다시 과거를 돌이켜보니 나에게 의미 있던 우연을 우리가 운명으로 부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은 하고 있는데요. 물리학에서도 현재 우리가 만드는 아주 작은 선택의 차이가 미래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앵커]
우연성을 좀 더 따른다, 이런 쪽으로 해석이 가능할까요?

[김범준]
과연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물리적인 사건이 우연적으로 결정되는 건지, 아니면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지 그 부분은 사실 물리학자들도 지금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은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서 우리가 어떤 아무런 선택의 차이를 만들 수 없다라는 결론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선택하시고요. 더 나은 미래를 여러분이 만들도록 노력하는, 매 순간의 선택의 중요성 같은 걸 고민해보는 게 더 맞는 방법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제 거의 막바지인데 교수님께서 재미있는 연구를 하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설명을 해 주실까요. 저희가 그래픽도 같이 준비가 돼 있으면 띄워놓고 같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범준]
제가 했던 연구 중에 하나인데요. 어떤 한 회사인지 기업인지 혹은 공공단체인지 모르지만 거기서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한 거예요. 그래서 누가 누구와 일하고 싶어 하는지, 누가 누구와 일하기 싫어하는지 그 데이터를 모아서 각자가 갖고 있는 적의 숫자, 친구의 숫자를 이렇게 그래프로 그려본 거예요. 그래프를 보시면 아래쪽에 빨간색 왼쪽 막대가 길게 뻗어 있는 부분이 보이는데요.

저 부분은 그 집단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 일하기 싫어라고 지목한 소수의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거고요. 그분들은 굉장히 많은 적의 지목을 받은 사람들에 있는 거죠. 한편 오른쪽에 친구 숫자 분포는 왼쪽에 빨간색 숫자보다 상당히 폭이 넓잖아요.

누가 누구와 일하고 싶어 한다라는 그런 지목은 그 집단 안에서 고르게 넓게 퍼지는 성향이 있고 당신과 일하기 싫어요라는 지목은 소수에게 많이 집중된다라는 것이 이런 것이 연구 결과 중에 하나였어요.

[앵커]
이게 영화에서 적과 싸우기도 하지만 다정함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강조를 하잖아요. 그것을 통계물리학적으로 풀어낸 거다,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김범준]
이 그래프 말고 또 다른 분석을 제가 한 테이블이 있는데요. 그것을 보면 여기서 눈여겨 보셔야 할 게 4라는 숫자인데요. 이건 2003년에 친구 관계였던 사람이 3년이 지나서 적의 관계로 바뀐 사람들은 적지만 있다는 뜻이고요.
한편 0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적이었다가 친구 관계로 바뀌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 테이블에서 제가 그때 생각해봤던 의미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SNS나 그런 활동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크게 실망하면 우리가 관계를 끊거나 아니면 차단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오해할 수도 있었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섣부른 판단 때문에 그 사람을 내가 적으로 판단해서 이후에 그 사람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나와 친구 관계로 돌아오는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됐어요.

그래서 저 숫자, 0을 보면서 제가 했던 생각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끊지는 말자. 그래서 사람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용인 혹은 다정함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을 친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교수님, 저희가 준비한 시간이 여기까지밖에 안 되네요. 다음에 1시간짜리를 잡고 한 번 모셔서 양자역학이었나요? 그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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