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이랬으면 좋겠네..미디어 교수의 희망사항

대선후보 TV토론 이랬으면 좋겠네..미디어 교수의 희망사항

2022.01.24. 오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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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토론 이랬으면 좋겠네..미디어 교수의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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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월 2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선후보 TV토론 이랬으면 좋겠네..미디어 교수의 희망사항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와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조수진> 안녕하세요.

◇ 김양원> 무속 논란에 160분 욕설 녹취록까지.... 지금까지 이런 대통령선거가 있었나 싶은데요. 교수님 현 대선 보도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 조수진> 네, 네거티브 보도는 계속되는데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할 정책 관련 토론회는 계속 성사되지 않았었죠, 그러다보니 전문 분야를 다루는 유튜브에서 진행된 대선 후보와의 인터뷰가 이슈가 되고,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 “지상파 방송은 뭐 하는거냐?”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제 드디어 여야 합의를 통해 우리가 TV토론을 볼 수 있게 됐지만 그마저도 거대 양당 후보 둘만 출연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면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김양원> 서로를 흠집잡는 네거티브 말고, 대선후보의 정책을 보고싶다..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왔잖아요. 드디어 지상파 tv토론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런데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만 붙는 양자토론이에요?

◆ 조수진> 네,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즉각 이에 대해 반발했고요. 언론노조에서도 성명을 냈습니다. 방송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피디협회, 방송기술인연합회, 영상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낸 성명인데요, ‘비상식과 불골정이 난무하는 양자토론, 명백한 갑질이다’라는 제목입니다. 방송사가 처음에는 4자토론을 제안했지만 양당후보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하려는 거대 양당의 야합결과라는 거죠. 양자 토론은 소수 정당후보 뿐만 아니라 사실 정치에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들이 많은데,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는 것 등을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사실 대선후보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갖고 토론하는 모습.... 그 누구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 조수진> 그렇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TV 토론을 기다리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도 조사한 지표가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후보 검증을 위해서 대선 TV 토론이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습니다. 20일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7.7%가 알권리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을 했는데요, (27.5%는 법정 토론회를 충분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처럼 국민들은 후보들이 어떤 정책과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그런 알권리가 전혀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참 안타깝구요, 정당의 네거티브를 전달만 하거나, 팩트체크 없이 커뮤니티 글들을 옮기기만 하는 언론 때문에 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있는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양쪽 당을 대변하는 패널들이 출연해서 무작위로 네거티브 공세에 총력을 펼치는 모습이구요. 정책보다는 홍보와 상대방 흠집 이렇게 2가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 중 자극적인 부분들을 언론이 다시 받아 쓰면서 갈등을 키우고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거죠.

◇ 김양원> 말씀하신대로 매일 TV와 라디오, 유튜브 등 수많은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서 대선 관련 이슈를 다루긴 하지만요, 주로 진보와 보수, 또는 여당과 야당 쪽 인사들이 출연해서 공방만을 주고 받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렇다 보니, 어떤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평가와 분석보다는 서로 내 주장만 듣게되는 상황입니다. 유권자인 시청자 입장에선 또다시 반복되는 네거티브 속에 던져진 기분일 것 같은데요. 최근엔 아예 가면을 쓴 채로 1,2등 대선 후보를 비꼬거나 내 주장만 옳다는 식의 가면 토론 프로그램이 등장했어요. 심지어 이준석 대표가 가면 패널로 등장해서 또 논란이 됐죠?

◆ 조수진> 이 프로그램의 초기 기획의도는 아마도 자신의 소속, 나이, 성별 등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의사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토론 문화를 보면 나이나 지위 등 여러 요소들로 영향을 받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다 가리고 이야기해보자는 의도였을 텐데요, 대선 시기, 특히 네거티브가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가면을 쓴 방법을 택해야 했는지 의아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가면 토론은 출연자의 정체가 탄로나면서 해당 발언이 비판받게 되고 결국 파일럿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제작해둔 것도 다 방영하지 못하는 조기 종영 사태를 맞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공적 책임이 없는 무차별적인 정치 메시지만 남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단점을 또 짚어보자면 가면을 쓴다고 해도, 그 연막이 무색하게 누군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공인의 말투나 습관, 언어, 비언어적 요수들을 모두 감추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가면을 쓴다고 해서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토론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얼굴만 가리고 시행하는 네거티브 토론만 남게 됐습니다.

◇ 김양원> 저도 이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럼에도 좀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던데요?

◆ 조수진> 네, 미디어를 전공하는 저희들 사이에선 토론 프로그램이 외적인 면이 많이 작용하니까 가면을 쓰고 하면 어떨까..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거든요.
정치 토론 프로그램은 정치에 냉담하고 무관심한 대중과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내용과 형식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최근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변화는 2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종편의 등장입니다. 기존 지상파 방송과 다르게 진행자를 친근한 연예인을 등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래서 정치가 어려운 분야지만 관심 갖고 쉽게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의 허들을 낮췄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치 토론 시 자리 배치만 해도 예전엔 딱딱한 책상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나눠 앉았었는데, 최근에는 삼각형 구도로 앉기도 하고요.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현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도 끄고 주변 배경을 어둡게하는 효과를 줄 때도 많고요. 일종의 쇼, 즉 예능 분위기로 변화했다는 특징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거운 주제보다는 이슈가 될 만한 자극적인 소재를 다룰 때가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또 하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죠, 매체가 많아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그래서 늘 지적되는 ‘속보’, ‘단독’이라는 요소에 더 집중하게 되고 내용은 더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1인 미디어로서 정치를 해설해주는 인기 채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걸 디지털 뉴스 생산에서 ‘주석적 뉴스 생산’이라고 하는데요, 1차적인 뉴스를 가지고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개인이 해설을 덧붙여 기사를 생산해내는 거죠. 정치도 재밌어야 보는 시대이고, 그러다보니 정치 토론의 형태도 경계가 허물어져사 예능화되는 경향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급기야 당대표가 가면을 쓰고 정치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치인들과 방송사들이 무관여층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해야겠지만 정치 토론의 경계를 허물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자, 이제 곧 대선 후보 TV 토론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기다렸던 만큼 유권자인 시청자들의 기대도 있을텐데요. 어떤 토론이 될까요?

◆ 조수진> 제가 조금 전에는 너무 경계를 허무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렇지만 기존 TV 토론은 너무 경직된 토론 내용과 형식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까지 너무 네거티브 일변도여서 국민들이 지치셨을 겁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제발 제대로 된 정책이 논의됐으면 합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에서 대선후보 4명(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에게 미디어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받아본 답변을 보며 대선 후보들의 미디어 관련 정책이 아직 미흡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미디어 정책만 그런 게 아닐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국민들은 각 분야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이 듣고 싶은 거거든요,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TV 토론이 됐으면 합니다. 각 방송사가 주제별로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으면 하구요.
이번 대선 후보 TV 토론의 시작은 양자 대결인데요. 양자 대결 토론 구도가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 제대로 검증이 안 된다면 오히려 국민들이 마음이 다른 곳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거 기억하셨으면 하구요, 방송사도 수용자이자 유권자인 국민들 중심의 방송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시청자들, 우리 국민들은 이번 대선후보 TV토론, 어떤 점을 염두해두고 보면 좋을까요?

◆ 조수진> 정치인이나 방송의 갈라치기에 너무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좋겠단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한쪽만 편향되게 편식하지 마시고 골고루 미디어를 섭취하시면 좋겠어요, 내가 지지하는 정당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보시고요. TV토론을 보면, 적대적 매체지각 현상이 나타나거든요. 상대 후보에 유리할 것 같아서 미디어를 적대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요.
토론에서 후보들이 말하는 내용들이 표를 얻기 위한 공약 남발인지 아니면 실천 가능한 것을 말하는지를 꼼꼼히 체크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의 삶을 공감하고 개선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국민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인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후보 주변인들은 어떤 이들인가, 대통령 당선 후 누가 돕게 될 것인가 이런 지점들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시민들이 언론을 감시해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또 드리게 되네요.

◇ 김양원> 오늘은 곧 열릴 대선 후보 TV 토론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교수님, TV토론 끝나고도 함께 평가해보는 시간... 있어야겠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조수진>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였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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