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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개그맨 김태균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옥희', '전국민의 유산균', 'SBS라디오의 공무원', '두 시'.... 이쯤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죠? 우리의 대낮을 웃음으로 밝혀주는 두 시의 남자,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던 분이, 자신의 사연을 엮어 책으로 냈습니다.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의 저자, 개그맨 김태균 씨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개그맨 김태균(이하 김태균): 안녕하세요.
◇ 최형진: 제가 정말 어렸을 때 ‘웃찾사’를 보고 자랐고 지금은 아직도 ‘컬투쇼’를 보면서 웃음을 찾고는 하는데요. 세월이 정말 빠르죠?
◆ 김태균: 금방금방 갑니다. 벌써 저도 이렇게 라디오 진행한 지 벌써 16년이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 최형진: 그 16년 동안 많은 분들의 오후와 웃음을 책임져주고 계신데요. 애청자 분들을 위해서 옥희 잠깐 보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김태균: 아침부터 하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옥희 목소리로)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여러분, 안녕~ 올해 옥희가 50을 맞이했어~ 우히캬캬”
◇ 최형진: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제가 이런 무례한 부탁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 김태균: 네, 무례하시네요. (웃음)
◇ 최형진: 김태균 씨가 이번에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저는 깜짝 놀란 게요. 책이 정말 술술 읽히더라고요. 책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모셔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 책이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읽힐 수가 있나 감탄하면서 보게 됐는데요. 말 잘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쓰는 겁니까?
◆ 김태균: 그런 건 아니고 저는 프롤로그하고 에필로그에 제 얘기가 쓰여 있는데, 50을 맞이하면서 저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저한테 그냥 쓴 거거든요. 독자들 생각은 전혀 안 하고 그냥 제 맘대로 저한테 선물하기 위해서 쓴 글이에요. 에필로그가 제일 마지막에 쓴 글이잖아요. 거기다 뭐라고 섰냐면, 글을 다 쓰고 나니까 그제야 독자가 생각났다. 온전히 저를 위해서 쓴 글인데, 그게 오히려 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고, 특히 책을 잘 안 읽는 분들이 “십몇 년 만에 책을 읽었다, 그런데 술술 잘 읽힌다”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최형진: 정말 재미있습니다. 제가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오셔서 강연을 접한 적이 있어요.
◆ 김태균: 네, 얼마 전에 업로드가 됐죠.
◇ 최형진: 어머니에 대한 사연도 말씀을 하신 강연이었는데요. 책에도 어머니와의 추억이 많이 담겨 있죠?
◆ 김태균: 그럼요. 책에도 7년 전에 하늘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얘기를 그리워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 있죠.
◇ 최형진: 이게 책 제목이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김태균 씨 SNS에서 시작된 제목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애청자 분들도 그렇고 시청자 분들도 그렇고, 우리가 김태균 씨를 보는 모습 자체가 즐거운 사람, 재미있는 사람으로 접하는데요. 그동안은 사실 별로 즐겁지 않으셨습니까? 어떠셨습니까?
◆ 김태균: 즐겁지 않은 게 온전한 100%의 내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 최형진: 어떤 의미인가요?
◆ 김태균: 무대에서도 그렇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조금 더 내가 척을 한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고 즐겁지 않은데 즐거운 척 하고 했던 그런 것들이 100% 내가 아니었던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이제 솔직하게 다 던지고 오늘 이 순간만큼은 솔직한 내 감정 그대로 오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를 속이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들어서. 나에게 미안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책 밑에도 부제가 ‘강박탈출 에세이’입니다. 제 속에 있는 강박들. 이 강박이 어디서 온 거냐면, 남들은 전혀 관심도 없는 나 혼자 갖고 있는 자격지심이나 콤플렉스나 치부 같은 것들 있잖아요. 얘기하면 아무도 관심 없는 거거든요 사실. “그래? 그런 게 있었구나?”하고 툭 지나가는 일인데, 괜히 혼자 마음에 갖고 있던 것들을 던지는 거죠. 이렇게. 그래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이런 느낌이 듭니다.
◇ 최형진: 애청자 의견 보내주셨는데요. “우리 김태균 님, 게스트로 출연하니까 좀 어색하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요. 진행하는 입장과 게스트 입장이 많이 다르죠? 어떻습니까?
◆ 김태균: 글쎄요.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가본 게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또 색다른 느낌이고, 또 개그맨으로서가 아니라 저자로 나오니까 느낌이 아주 생소한 느낌이라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도 진행병이 있어서 어디 가면 계속 진행하려고 해요. 그래서 마음이 편하고 재미있는 것 같은데요.
◇ 최형진: 엄연히 제가 오늘 이 방송 진행자기 때문에 진행병은 조금...
◆ 김태균: 진행하세요. 진행하세요. 진행시켜~ 하하.
◇ 최형진: 글을 쓰는 게 스스로 돌아보고 강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셨나요?
◆ 김태균: 그럼요. 너무 도움이 됐고. 1년 동안 글을 썼거든요. 작년부터 해서 1년, YTN 스튜디오가 상암동이죠?
◇ 최형진: 네.
◆ 김태균: 저도 상암동에 집이 있고, 상암동에 제 작업실이 있어요. 지하의 작업실에서 1년 동안 처박혀서 글을 쓰는데 혼자 앉아서 쓰는 동안에 무언가 되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들 자기 살기 바쁘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의 위로를 받기 원하고 관심을 받기 원하고, 남들이 나한테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좋겠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저는 그러기보다는 내가 나를 스스로 위로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바로 글쓰기였고, 글을 쓰는 내내 내가 나를 계속 등을 쓰다듬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선물 같은 시간이었고, 1년 동안 글 쓰면서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 최형진: 정말 애청자들의 문자가 폭주하고 있는데요. “예전에 컬투쇼 공개방송에서 김태균 님 코앞에서 봤는데 너무 놀랐습니다. 실제로 보면 얼굴 그렇게 안 커요. 잘생겼어요.”
◆ 김태균: 하하, 실제로 보면 그렇게들 많이 하는데, 도대체 얼굴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고 오시는지 모르겠어요.
◇ 최형진: 또 다른 문자인데요. “태균 형님, 저 쇼 단원입니다. 아침부터 형님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네요.” “아주 오래 전에 김태균 씨가 쓴 시집도 샀어요. 예전에 쓰신 시집 이야기도 해주세요.” 시집을 펴내신 적이 있으십니까?
◆ 김태균: 제가 책을 지금 네 번째 낸 건데요. 제일 처음 낸 게 시집이에요. 그게 시집이라고 하기 좀 창피한데, 산문집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군대에 있을 때 바깥세상을 그리워하면서 20대의 풍부한 감수성이 예민할 때, 그때 군 생활 하면서 글 끄적거렸던 것들을 출판사에 보냈는데, 책을 펴주겠다는 얘기가 와서, 제대하자마자 개그맨 시험 보고 데뷔를 하면서 동시에 시집을 냈어요.
◇ 최형진: 판매량은 좀 어땠습니까?
◆ 김태균: 저조했습니다. 하하.
◇ 최형진: 죄송합니다. 1년 동안 책을 쓰면서 행복했다고 하셨고, 책 제목도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김태균 씨의 의지 같은 것도 담겨 있는데요. 지금은 좀 즐거워지셨나요? 책을 쓰시면서 혹은 책을 쓴 이후에?
◆ 김태균: 네, 훨씬 마음을 다 내려놓고 그러려고 노력을 해서 그런지 편안해요. 제가 쓴 글 중에 ‘아무 일도 없는 날’이란 글이 있어요. 그게 저의 마음 같은 글이거든요. 아마 이거 공감하시는 분들 많을 수도 있는데, 제가 짧은 글인데 읽어 드릴까요?
◇ 최형진: 네.
◆ 김태균: “아무 일도 없는 날. 가족들에게 아무 소식도 없는 날. 아내랑 아무 일 없는 날. 아들이랑 아무 일 없는 날. 주변에 누가 아프다는 소식 없는 날. 딱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고 감정적으로 신경 쓸 일 없는 그런 날. 피곤하지도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의욕적이지도 않은 날.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는 날. 이렇게 평범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날. 나만 그런가. 난 이런 날 일이 너무 즐겁다. 라디오 방송을 할 때 진행이 매끄럽고 전체적으로 분위기에 웃음기가 배어 있으면 그런 날일 확률이 90% 이상이다. 잘 하고 싶어서 힘이 들어가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툭툭 던져도 빵빵 터지는 그런 날. 과연 16년 동안 라디오 진행하면서 이런 날이 얼마나 있었을까. 아니, 50년 인생 중 이런 날이 며칠이나 있었을까. 쉰을 넘어서 이제야 이런 날이 슬슬 늘어가는 듯하다.” 이런 글입니다.
◇ 최형진: 너무 좋은데요.
◆ 김태균: 그냥 이런 평범한 날이 저한테 행복으로 다가오고. ‘왜 오늘은 아무 일도 없지?’ 그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날이 저한테 의욕을 가져다주고 더 재미를 주고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 최형진: 제가 30대 중반인데, 저 같은 경우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날 불안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 김태균: 그럴 수 있어요.
◇ 최형진: 무언가 바빠야 되는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가. 조금 강박 같은 느낌, 불안한 느낌인데, 오늘 김태균 씨의 아름다운 글귀를 직접 들으니까 오히려 그런 날들이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읽기 쉬웠던 이유가 지금 전해주신 것처럼 짧은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본인이 ‘컬투쇼’ 청취자라고 생각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사연으로 보낸다면 어떤 내용을 좀 보내고 싶으십니까?
◆ 김태균: 글쎄요. 글 쓰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제가 책을 써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본인의 어떤 이야기든지 아주 작은 이야기도 다들 삶의 이야기, 공감대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들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은데요. 저는 모든 이야기를 다 써보고 싶어요. 사연으로 하나 보내라면 뭘 써야 될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하나니까. 계속 매일 매일 사연을 써서 보내라고 하면 계속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일상이라도 오늘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했던 것, 나눴던 내용도 짧게 A4지 한 장으로 써서 올릴 수도 있고, 그냥 모든 것들이 순간순간이 사연이 되는 것 같아요.
◇ 최형진: 오늘 무언가 따뜻해지고 김태균 씨와 인터뷰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한 시간인데요. 애청자 문자 왔습니다. “저 태균 님, 왕팬이에요. ‘사랑한다 사랑해’ 노래도 제 18번입니다.” 이 노래가 “사랑한다 사랑해~” 그 노래죠?
◆ 김태균: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 벅찬 그 이름, 부르고 불러도 모자란 사람~”
◇ 최형진: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 벅찬 그 이름, 부르고 불러도 모자란 사람~”
◆ 김태균: 오, 노래 아시네요.
◇ 최형진: 저 이 노래 굉장히 좋아해요. 저 김태균 씨 진짜 팬이에요. 팬이고 이 노래 정말 좋아해서 많이 듣던 노래입니다.
◆ 김태균: 감사합니다.
◇ 최형진: 애청자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저 50대입니다. 50대도 즐기며 살기에 늦지 않은 나이일까요. 즐기면 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까요?” 여기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주시겠습니까?
◆ 김태균: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해 오신 것 같은데, 일단 제 책을 읽으신 분들이 저한테 하는 말이 “김태균 씨는 모르는 사람인데, 아는 형이나 오빠나 친구처럼 되게 친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대요. 그래서 동태전에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는 말씀 많이 하시는데. 30~40대, 진행자님도 30대 중반이라고 말씀하셨는데, 30대는 진짜 열심히 사느라고 정신없는 시기인 것 같고, 그리고 40대도 조금 연륜이 쌓이면서 그때도 열심히 살 상황이잖아요. 결혼했으면 애도 크고 있는 상황이고, 아마 어깨에 짐이 무겁고. 마음의 짐도 항상 이만큼씩 묵직하게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 거예요. 그런데 그때 열심히 사신 분들이 “50 되면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사신 분들한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바로 50이라는 숫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책에도 있지만, 얼마 전에 강부자 선생님께서 저희 라디오에 나온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선생님은 80이 넘으셨는데, 그러니까 “여든 인생을 사시면서 가장 행복하고 좋았던 때가 언제예요?”라고 여쭤봤더니 50대래요. 50에서 60. 이때가 너무 행복하고 다 내려놓고 몸이 가볍고, 세상이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이고. 그때 너무 행복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딱 그 시기에 지금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구나. 그래서 너무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의 10년.
◇ 최형진: 지금 질문도 ‘50대인데 즐기는 삶이 가능할까요?’ 이런 질문하셨는데, 충분히 가능하고 가장 아름다운 나이라고 김태균 씨가 답변을 주셨습니다.
◆ 김태균: 즐겨야지, 이런 강박을 갖는 것보다 정말 편안하게 본인이. 이제 열심히 사셨으니까 지금도 잘 하고 계시니까 더 잘하려고 하지 않으면 될 것 같아요.
◇ 최형진: 다 내려놓고.
◆ 김태균: 네.
◇ 최형진: 그리고요. 그냥 이 책 읽으시면 됩니다.
◆ 김태균: 하하, 일단 읽어보세요.
◇ 최형진: 마지막 질문 들어보겠습니다. 55세까지만 열심히 일할 거라는 얘기를 하셨던데, 일단 ‘컬투쇼’는 제가 애청자로서 계속 하셔야 될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 김태균: 글쎄요. 저는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난 이걸 꼭 해야지, 꼭 해야지’ 하면서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주어진 대로 살았던 것 같은데 하고 싶었던 걸 개인적으로 이런 글쓰기, 공연, 이런 걸 한 거지. 이때는 뭘 해야 되고 저때는 뭘 해야 되고, 이렇게 정해놓고 살지를 않아서. 라디오도 만약 그렇게 정해놓고 16년을 하라고 했으면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하루하루 하다 보니까 16년이 된 것이 ‘그냥 오늘 하루만 이렇게 재미있게 살자’ 이런 생각이어서. 계획이 없습니다. 저는.
◇ 최형진: 하하, 계획 없는 삶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 김태균: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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