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종씨는 어쩌다 산업 스파이가 됐을까” 왜놈에 팔아넘긴 조선의 핵심기술

“유서종씨는 어쩌다 산업 스파이가 됐을까” 왜놈에 팔아넘긴 조선의 핵심기술

2021.09.29. 오전 11: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유서종씨는 어쩌다 산업 스파이가 됐을까” 왜놈에 팔아넘긴 조선의 핵심기술
AD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9월 29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박성우 특허청 심사관, 김용래 특허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기업의 기밀을 훔쳐 판매하는 산업스파이, 영화나 드라마 속 얘긴 것 같은데 실제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해외로 빠져나가려다 적발된 기술 유출에 의한 피해가 최소 21조 원이라고 하는데요. 기업의 금전적 피해와 생존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술유출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매주 이 시간,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지켜주는 박성우 심사관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박성우 심사관(이하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심사관님, 오늘 기술 유출 관련된 내용이라고 해서 공부를 좀 하려고 찾아보는데, 너무 열 받는 일이 있더라고요. 조선백자 기술이 일본에 유출됐었다고요? 사실입니까?

◆ 박성우: 그게 죄질이 매우 안 좋습니다. 당시 임진왜란 때였는데요.

◇ 최형진: 별 걸 다 훔쳐갔네요. 정말.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진짜! 이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업 비밀을 훔쳐 팔아넘기는 악당들 얘긴 줄 알았는데, 아주 유구한 역사가 있었네요. 지금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 게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의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려다 적발된 사례가 111건이나 된다고요. 피해예방액도 21조 4천억 원이 넘는다고요. 엄청난데요?

◆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적발된 사건 111건 중에는 국가 안보 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기술’ 유출 사건도 35건이나 있다고 합니다. 핵심기술 35건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게 특징입니다. 실제로 이런 핵심기술이 외국 경쟁기업에 유출되면 우리가 입는 피해 규모는 조 단위를 훨씬 뛰어넘을 거라고 예상을 합니다.

◇ 최형진: 산업기술이나 지식재산을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잖아요, 애써 만들어 뒀는데 그걸 훔쳐 가면 누가 개발을 하겠습니까? 제대로 잘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산업기술 같은 경우에는 3~4년 이상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한 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되면, 경제적으로 금전적 피해도 심각해지고, 기업이 도산위기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외부 투자자들이 특허권이나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특허는 받았는데 아무나 쉽게 베껴서 쓰도록 내버려두면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지식재산권 보호제도를 잘 만들고 국민들의 보호인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가차원에서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이 외국의 경쟁기업으로 빠져나가면 국가적으로 손해가 엄청나겠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도 지식재산권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 최형진: 그런데 특허제도는 원래 발명기술을 공개하는 대신에 발명한 사람에게 독점권을 주는 거잖아요? 이미 공개된 상태에서 기술 유출은 어떻게 일어나는 겁니까?

◆ 박성우: 네. 특허를 받으면 그 기술내용은 공개가 되죠. 대신에 20년간 독점권을 가지고요. 그런데 그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실험데이터 등 핵심기술은 영업비밀로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외부로 유출되면 절대 안 되는, 가족도 몰라야 하는 비밀요.

◇ 최형진: 기술 유출은 그런 영업비밀을 유출 시키는 건데요, 올해 일어났던 사건들은 어떤 내용들입니까? 설명해 주실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 박성우: 2018년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보상회로 등 국가 핵심기술 자료를 퇴사 직전 인쇄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출하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부정 사용한 피해기업의 전 직원이 붙잡혔고요, 2019년에는 바다 위를 1m 정도 떠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면비행선박(위그선) 설계도면이 말레이시아로 유출될 뻔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국내 선박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핵심기술인데,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임직원들이 퇴사한 후에 개발실험데이터와 설계도면, 제조공장 라인 배치도와 같은 영업비밀을 통째로 말레이시아에 무단 반출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입니다. 최근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량 관련 첨단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카이스트 교수가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 최형진: 징역형이면 상당히 무거운 처벌인데, 기술유출이나 산업스파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 따로 있는 겁니까?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 스파이법 같은 게 있잖아요?

◆ 박성우: 네. 당연합니다. 우리나라는 기술유출 범죄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기업의 사례를 얘기했는데,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요, 실제로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까?

◆ 박성우: 그렇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국제적으로 은이 오늘날 달러역할을 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게 쓰였는데, 기술적으로 은광석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순은을 뽑아내는 게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보면, 1503년 연산군 9년에 김갑불과 김검동이라는 사람이 잿더미 속에 은광석과 납석을 섞어 녹여서 은을 뽑아내는 기술을 시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 하면 납은 재에 흡수되고 은만 분리가 되는데, 당시로선 획기적인 첨단기술을 발명한 겁니다.

◇ 최형진: 잠깐만요. 이분들은 뭐하시던 분들인데 이런 첨단기술을 발명하신 건지 궁금하네요? 장영실과 같은 분이었나요?

◆ 박성우: 김갑불이라는 분은 양인이었고요, 김검동이라는 분은 노비였는데요, 장영실이 원래 동래관아의 노비였는데. 비슷한 점은 있네요. 이 분들이 발명한 기술을 은납분리법, 회취법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한 30년 정도 지나서 유서종이라는 사람이 이 기술을 일본 사람들에게 알려줍니다.

◇ 최형진: 유서종, 이분은 누구죠?

◆ 박성우: 중종실록 1539년 8월 10일 기록을 보면 당시 전주판관인 유서종이 '왜상을 자기 집에 불러 회취법으로 은을 만들었고, 왜노에게 그 방법을 전습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 최형진: 기술 유출의 주범이 이분이네요. 나쁜 사람이네요. 유서종을 통해서 기술을 배워간 일본은 어떻게 됐나요?

◆ 박성우: 조선에서 은납을 분리하는 핵심기술을 빼돌린 일본에선 은광개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은이 달러역할을 했거든요. 그런데 16세기 후반에 일본은 전 세계 은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국제 강국이 됐습니다. 이렇게 부를 축적한 일본은 포르투갈 같은 나라와 교역을 했고 이때 조총이 일본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와미 은광을 차지해 조총부대를 더욱 확충했고 임진왜란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최형진: 일본이 조총을 들여오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게 기술유출 때문이라는 의견이군요. 말씀하신대로 기술유출이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던 것도 모두 기술유출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박성우: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개발된 기업이나 국가의 핵심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되면 피해 기업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해당기업은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이 떨어져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무너지면, 해당 기업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국가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주게 됩니다. 한마디로 기술유출은 매국(賣國) 행위기 때문에 우리 모두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해야 합니다.

◇ 최형진: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까지 결정하는 중대한 문젭니다.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할 것 같고요. 특허청에서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그 전에, 초대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답변하시려고 한참 기다리셨는데요. 특허청에 계신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애청자 중 한 분입니다 연결돼 있죠? 안녕하세요?

◆ 김용래 특허청장(이하 김용래):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 이 목소리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 박성우: 아, 익숙한 목소린데... 저희 청장님?

◇ 최형진: 지금 이 목소리, 박성우 심사관의 대장님! 특허청장님이 맞습니까?

◆ 박성우: 저희 청장님이 분명합니다!

◇ 최형진: 저는 이거 안 될 것 같은데, 바로 맞추셨네요, 오늘의 깜짝 손님 김용래 특허청장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용래: 김용래 특허청장입니다.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님 정답 맞히셨으니 잠시 쉬는 시간 드리겠고요, 청장님, 얼마 전에 라면 특허할 때 잠깐 나오시라 얘기했는데, 이렇게 금방 찾아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수요일마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을 그렇게 챙겨 들으신다고요?

◆ 김용래: 네, 그렇습니다. 최형진 아나운서님, 반갑습니다.

◇ 최형진: 감사합니다. 수요일 말고도 월화수목금 자주자주 들어주시고요~ 오늘 진짜 중요한 주제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 특허청에서 이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특허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계획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시죠.

◆ 김용래: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요, 특허청은 산하기관인 지식재산보호원에 “영업비밀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중소기업에 영업비밀 전문 변호사를 보내 영업비밀 관리를 도와 드리고 있고요, 또 기술유출 사건이 주로 내부 직원에 의해서 많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 보안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전문적인 수사를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수사를 전담하는 기술경찰 조직을 특허청 내부에 신설했습니다.

◇ 최형진: 중소기업에서는 특허나 법률적인 문제까지 관리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지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꼭 막아야죠.

◆ 김용래: 네네, 오늘 박성우 팀장이 제일 강조한 것 같은데, 우리 기업의 소중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특허청이 범정부 차원의 영업비밀보호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요, 이 계획안에 산업스파이를 통한 해외 기술유출 방지 대책 등을 담아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 최형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까 첨단기술을 선점하려는 기술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기술안보,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청장님, 가끔 이렇게 깜짝 방문해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용래: 고맙습니다.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님, 가끔 이렇게 초대 손님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 박성우: 제 분량을 지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겠네요.

◇ 최형진: 다음 주에 또 뵙도록 하고요, ‘독특허지 기특허지’, 영업비밀 기술 유출을 막아라! 오늘 내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성우: 고맙습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박성우 심사관, 김용래 특허청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