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태종이 양민 학살자?" 잇따르는 구설 '퓨전 사극'...괜찮을까?

[앵커리포트] "태종이 양민 학살자?" 잇따르는 구설 '퓨전 사극'...괜찮을까?

2021.03.25. 오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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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100부작을 훌쩍 넘기는 대하사극이라는 장르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짧은 호흡의 '퓨전 사극'이 인기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가져오지만, 가상의 인물이 중심이 되고 내용물은 상상에 맡긴다는 겁니다.

문제는 실존 인물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퓨전 사극'을 내걸고, 이에 따라 인물의 '이미지 왜곡'이 자주 발생한다는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도 '퓨전 사극'입니다.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악령으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인데요.

중국식 월병이나 만두 같은 중국풍 소품이 등장한다는 점과 함께 지나친 역사 왜곡 논란도 일었습니다.

조선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환영을 보고 백성을 학살한다는 내용인데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것도 아닌데 너무 지나친 설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일로, 과거 철저한 고증으로 호평받았던 작품이 오히려 다시 언급되기도 합니다.

[영화 사도(2015) 中 : 아비가 자식을 위해 책을 만들었는데 자네 같으면 잠이 오겠는가? 너 술 마셨지? (마셨습니다) 세자라는 작자가 상중에 술이나 퍼먹고….]

조선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입니다.

어린 아들이 볼 책을 만드는 왕, 금주령을 어겼다는 부분 모두 실제 사료에 적힌 내용입니다.

감독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사도세자 부인이 쓴 한중록 등 자료 교차 검증에 주력했는데요.

실제 대사의 70~80%가 사료 그대로라고 하네요.

과거 K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용의 눈물은 조선구마사와 비슷한 고려 말, 조선 초를 다루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물론 의복 같은 고증까지, 예를 들어 조선 후기로 가면서 저고리가 점차 짧아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조선 초 긴 저고리를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물론 재창조가 아예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퓨전 사극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이해를 해요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사건에 대한 부분이죠. 중요한 건 인물을 그릴 때 있어서 인물을 어떤 인물로 그리느냐는 중요할 수 있어요. 왜곡의 소지가 크거든요. 역사를 전혀 잘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 실존 인물에 대해 느끼는 대중의 감정들,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태종이 저런 인물이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 이게 문제가 있는 거죠.]

조선구마사 측이 한주 방송을 쉬기로 했지만, 게시판에는 종영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퓨전 사극에서 허용 가능한 상상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최근 중국과 역사·문화 분쟁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비슷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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