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2020.12.16.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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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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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정애리 배우

- 7년만에 에세이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출간
- 암수술과 교통사고 등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40년차 배우의 인생필담
- 2004년부터 월드비전 홍보대사..코로나로 아프리카 봉사활동 올해는 접어
-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후원하느냐는 질문에 "단 한명도 쉽지 않은 일, 꾸준히 계속이 중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1부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오늘 초대석, 코로나19로 매일 매일 쉽지 않은 날들, 힘든 일상을 보내고 계신 모두를 응원하는 책 한 구절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멋진 풍경처럼 보이는 그 누구라도 가까이 당겨 보면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겠지요. 그대의 살아내는 오늘도 멀리서 보면 풍경입니다." 신간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중 한 구절인데요.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 책의 저자 배우 정애리씨를 만나 소소한 일상 속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럼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배우 정애리씨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 정애리 배우 (이하 정애리):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제가 웬만하면 게스트 분들 오시면 긴장을 안 하는데 오늘 유독 긴장이 되네요. 평소에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기도 하고 저도 기관에 후원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을 돕고 있어서 저에게는 기감이 되는 분인 것 같네요. 좀 지난 얘기지만 예전에 교통사고 당한 건 좀 괜찮으십니까?

◆ 정애리: 거의 1년 된 것 같아요. 이젠 회복이 됐어요.

◇ 최형진: 다행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정애리: 저도 뭐 똑같죠.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그 전에 가졌던 일상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잖아요. 저도 적응이 되어 가고 촬영장에 촬영을 하러 가긴 하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또 누가 밀접접촉자가 나왔다고 하면 촬영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저도 사람을 덜 만나려고 해요. 또 이렇게 책이 나왔으니 이 수익도 모두 기부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해서 알리는 일에도 열심을 하고 있어요.

◇ 최형진: 지난 번 '축복' 이후 7년 만에 책을 내셨습니다. 그동안, 7년 간 일상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될까요?

◆ 정애리: 뭐 그간 살면서 일일이 다 얘기하진 않았지만 큰일을 겪으면 생각이 달리지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일상에 다 담을 순 없겠죠. 그러나 제 시선이 바뀐 것들이 보여 지는 것들에 다르게 표현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 최형진: 방금 읽은 내용이 '살아내는 풍경' 중 일부인데요, 어떤 상황에서 쓰신 글인가요?

◆ 정애리: 저희가 멀리서 보면 참 아름답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그 호수에 오리들 사진을 보면 참 오리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참 아름답잖아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꽁지를 하늘로 들고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거죠. 어쩌면 우리가 살아내는 것도 나는 지금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만 그 모습도 멀리서보면 그냥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최형진: 책 제목이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입니다. 책을 읽어보니까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얻는 감사와 행복, 이런 감정들 곳곳에 담겨 있더라고요, 책 제목대로 매일매일, 일상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걸까요?

◆ 정애리: 우리가 사실 주변에 굉장히 많은 일이 있잖아요. 이 일상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날마다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일상의 감사함을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큰 일이 생기면 그 때 그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지금 모두가 코로나라는 거대한 아이를 만나서 그전에 우리가 아무렇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뭐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식사를 하고 밖을 돌아다니고, 영화 한 편보고 했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 알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어쩌면 내 옆에 있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감사로 느껴질 수 있더라고요. 그런 것이 많이 담겨있죠.

◇ 최형진: 저도 코로나19를 겪다 보니 하루하루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요, 2019년부터 올해까지만 해도 드라마만 일곱 작품 하셨더라고요, 게다가 꾸준히 이웃을 돕는 활동도, 알게 모르게 계속하시고, 너무 바쁘게 살고 계시잖아요, 책은 도대체 언제 쓰신 건가요? 바쁜 일상에 또 일감 하나가 생기는 거잖아요, 어떻게 쓰시게 된 건지도 궁금합니다.

◆ 정애리: 뭔가를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느껴진다면 글로 표현을 하는 것은 금방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이 대부분 사진과 더불어서 그것과 관련된 얘기들이 있는데요. 사진은 나에게 이야기를 준다고 하면 찍는데 글을 쓰는 것은 올해는, 사실 올해 아프리카를 다른 곳보다 길게 가려고 미리 시간을 확보해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로 움직이지 못하고 드라마 하는 것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 빈틈의 시간을 모아서 아예 앉아서 이걸 써야겠다. 생각하고 썼던 것 같아요.

◇ 최형진: 올해 여름은 속초에서 보내셨다고요, 그동안 휴식 없이 보내셨을 것 같은데, 재충전의 시간, 충분히 가지셨습니까?

◆ 정애리: 네, 속초에서 거의 대부분 글을 썼어요.

◇ 최형진: 그럼 글 쓸 때 일이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일이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 정애리: 저는 진짜 제가 현장을 그렇게 떠나 있었던 지 기억이 없을 만큼 어쩔 수없이 건강 때문에 못 갔던 상황을 제외하고는 계속 현장에 있던 사람이여서. 그러니까 일 중독인거죠. 그걸 벗어나야 한다. 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저였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동시에 해보자고 생각해서 글 쓰면서 쥐어뜯고 이러진 않았어요. 제가 작은 집에서 동네 사람처럼, 또 마스크를 다 쓰고 있으니까 사람들을 볼 일이 없잖아요. 주변에 산책하고 동네 어슬렁거리고 집에서 밥 해먹으며 그런 시간들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어요. 서울에 일 때문에 잠깐 왔었어도 저는 정말 좋았어요.

◇ 최형진: 올해는 이렇게 휴식의 시간도 가지셨지만, 1978년 데뷔 이래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어요, 포털 사이트에서 출연하신 작품을 검색해봤는데, 드라마 작품만 해도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다 볼 수 있더라고요, 혹시 그동안 몇 작품 정도 하셨는지 세어 보신 적 있으세요?

◆ 정애리: 없어요. 저는 몇 개를 했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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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진: 출연한 작품의 숫자도 놀라운데, 하나하나가 다들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최근 몇 작품만 짚어 봐도,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 동무의 어머니로 나오셨고, 'SKY캐슬',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모두 인기리에 방영된 작품들입니다. 작품 고르실 때, 이런 감이 오는 편이신가요?

◆ 정애리: 음. 그렇다고 해서 다 성공할 순 없더라고요. 그리고 시작할 때 완작을 다 만들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떤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데 감사하게도 제가 했던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선정할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하기도 하지만 내가 미리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도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복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최형진: 연기 스펙트럼이 광범위하시잖아요, 중에는 엄청난 악역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배역 좀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 정애리: 간혹 헷갈려하시는 분이 많아요. 특히 어르신들. 그런데 저는 완벽하게 구분이 되기 때문에 연기는 연기일 뿐이고 제가 살아가는 삶은 나의 삶이니까요. 그런 것도 있어요. 제가 저걸 모를 때 진짜 집중해서 열심히 하거든요. 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나쁜 사람을 열심히 파서 연기하는 겁니다.

◇ 최형진: 지금 한 청취자 분이 “배우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라고 여쭤보셨어요.

◆ 정애리: 저는 그 자체가 감사한 것 같아요. 이렇게 긴 시간동안 제가 할 수 있었다는 것도 감사하고 시작 자체도 제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감사하게 응모를 했는데 상을 받고 시작했다가 끊임없이 일을 하게 됐으니까요. 사실 보람은 많은 분들이 주신 사랑이 보람이죠. 어쩌면 제가 그래서 더 나누려고 했던 것도 저는 받은 사랑이 많으니 이걸 돌려야하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자체가 보람이네요.

◇ 최형진: 그렇군요. 연기만큼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 해오는 분야가 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정애리 배우를 만나려면 나눔의 현장으로 가라, 이런 얘기까지 있다는데 체력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세요? 나눔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연기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있는데요.

◆ 정애리: 괜찮았던 것 같아요. 뭐 저는 연기하면 연기에만 집중하고 나눔의 현장에 가면 나눔에만 집중을 하거든요. 물론 연탄봉사 같은 것도 하는데 사실 예전처럼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것은 힘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많이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 최형진: 저는 연탄봉사가 너무 어렵던데요.

◆ 정애리: 그게 잘 못하면 정말 어려워요. 힘을 약간 빼거나 지게를 질 때도 그렇고 이제는 뭐 어쨌든 그 현장에 가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리어카라 끄는 것이 아니잖아요. 조금 씩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기를 늘 안아줬지만 큰 아기를 계속 안을 순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바뀌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최형진: 또 다른 청취자 분은 “선생님, 예전에 1:100퀴즈 나왔을 때 10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계셨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지금 후원하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되세요?”

◆ 정애리: 그때 1000명은 아니고 잘못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고요. 꽤 많은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지금 애석하게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줄었어요. 저도 아프기도 했었고 여러 사정이 생기면서. 그런데 그거 당연히 할 수 있을 때 하실 만큼 하시고 나중에 못할 것 때문에 걱정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지 마라. 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제가 그걸 다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못 놓고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그래서 현재는 아이들이 좀 줄어들고 있긴 해요. 저 더 이상 나와서 숫자얘기는 안하려고요. 왜냐면 숫자만 기억하는 거예요. 그럼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나는 못하는 건가. 라는 얘기도 하셔서. 그게 정말 아니고 단 한명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꾸준히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최형진: 한 가지 개인적인 질문인데 저도 후원하면서 그 친구들을 여러 가지 절차를 걸치면 만날 수 있더라고요. 제가 후원하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마음도 그렇고. 혹시 후원하고 있는 친구들 중에서 성장해서 배우님 찾아온 친구들도 있습니까?

◆ 정애리: 국내 아이들은 그렇게 원에 있는 아이들로 같이 있으니까 그 아이들은 볼 수 있고 또 퇴원해서도 만난 아이들이 당연히 있죠. 대부분의 많은 아이들이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 상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가서 만난 아이들도 몇 명 있고 또 만난 아이들을 제가 다 품으려고 했기 때문에. 저는 너무 깜짝 놀란 만큼 변한 아이들을 올해는 못 만나잖아요. 그런데 그 현지 직원이 저에게 영상을 찍어서 보내는데 깜짝 놀랐어요. 너무 반가웠죠.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배우 정애리가 건넨 위로


◇ 최형진: 그렇군요. 책 제목은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인데, 지나오신 시간들을 노트에 쓴다고 생각하면 흰 종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지내오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삶을 되감을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삶을 되감을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으신 순간이 있으신가요?

◆ 정애리: 되감을 수 없어요. 되감을 수 없어서 제가 거기에 쓴 얘기가 있는데 사실 우리 다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살아오잖아요. 지금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고. 아니면 차선을 택했는데 이게 지금의 나를 이끌어주는 경우도 있는 것이고. 저는 그 말을 좋아해요.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요.” 우리 사는 게 다양한 모습일거예요. 어차피 되감을 수 없다 것을 다 알고 있죠.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여서 저는 앞을 보고 살아가고 싶어요.

◇ 최형진: '익숙한 자리', 오래 다닌 치과 얘기를 하시면서 같은 자리에 오래 있어줘서 감사하다,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저도 오늘 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오래 계셔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앞으로도 작품 속에서 오래오래 뵐 수 있길 바라겠고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애리: 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최형진: 지금까지 배우 정애리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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