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새아침]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HOT100 1위, 방탄소년단이 특별한 이유

[출발새아침]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HOT100 1위, 방탄소년단이 특별한 이유

2020.09.02. 오전 10: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YTN라디오(FM 94.5)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9월 2일 (수요일)
□ 출연자 : 정민재 음악평론가, 박지원 작가

정민재 음악평론가
- 핫100 차트, 실질적인 인기 지표...대중 흡수돼야 성과 나와
- 학교 3부작으로 10대 청소년 대변
- 점점 20대 전반, 세대와 구분 없는 우리 사는 이야기로 뻗어가
- 서구에서 아이들이 들어도 나쁘지 않은 음악으로 추천
- 유엔 총회 연설, 전 세계 청년 대변한 팀의 위상 보여줘
- 'DYNAMITE' 미국 팬 보답 차원의 팬서비스 곡

박지원 작가 ('아이돌을 인문학하다' 저자)
- 아이돌 가수도 나름의 인문학적 메시지 있어
- 방탄소년단, 편견•억압받는 10대와 20대 위해서 노래
- 팬 '아미' 청춘의 사랑스러운 대변자라는 뜻
- '피, 땀, 눈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노래가사로
- 영어로 가사 쓴 것, 나름의 도전
- 코로나 이전 전세계 호황의 즐거움과 여유로움 다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의 중심, 방탄소년단이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한국 가요계뿐 아니라 세계 가요계의 새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의 쾌거에 대해 전문가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 나오셨고요, 안녕하세요?

◆ 정민재 음악평론가(이하 정민재): 네, 안녕하세요. 정민재입니다.

◇ 황보선: 그리고 ‘아이돌을 인문하다’ 저자, 박지원 작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지원 작가(이하 박지원): 네, 안녕하세요. 박지원입니다.

◇ 황보선: 먼저 박지원 작가님, 책 ‘아이돌을 인문하다’ 이게 무슨 책입니까? BTS 이야기도 나오는 거죠?

◆ 박지원: BTS가 중심이 되고 있고요. 아무래도 지금 방탄소년단이 1위 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우리가 흔히 BTS,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워너원, 이를테면 소녀시대, 아이유, 아이돌이다. 음악성이 없고, 메시지도 없고, 흔히들 무시하기도 했던 그런 가수들이 굉장히 의미가 있고, 메시지가 있고, 철학이 있고, 나름의 인문학적인 메시지들이 있다는 것을 밝혔던 책입니다.

◇ 황보선: 그 안에 BTS 관련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까 독자들이 다시 찾겠습니다.

◆ 박지원: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황보선: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1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민재 평론가님, 일단 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 정민재: 아시다시피 빌보드에는 수십 개의 하위 차트가 있습니다. 장르별 차트도 있고, 방송 차트도 있는데요. 핫100 차트라고 하는 것은 빌보드 200, 그리고 핫100, 이렇게 두 개의 차트가 메인 차트가 돼요. 핫100 차트라고 하는 것은 곡 단위의 인기곡 차트가 됩니다. 빌보드 200 차트가 앨범 판매량을 중심으로 집계한다고 하면 핫100 차트 같은 경우는 다운로드 앱, 스트리밍, 또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횟수,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결산을 내는 인기곡 차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황보선: 빌보드 양대 주요 차트인데, 빌보드 200은 앨범 차트로 보면 되겠고요. 핫100은 싱글곡으로 보면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러면 이렇게 싱글 곡 가운데 빌보드 핫100에서 1위, 어떤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까?

◆ 정민재: 일단은 과거로 생각해볼 때 우리가 CD로 앨범을 들을 때, 그리고 레코드판으로 앨범을 들을 때 이때는 우리가 앨범 전체를 듣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 대중 같은 경우 같은 경우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곡 단위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그래서 앨범 차트보다도 핫100 차트가 실질적인 인기 지표가 된다는 평가를 합니다. 왜냐하면 앨범 차트 같은 경우는 앨범 판매량만을 가지고 집계를 하지만 이 핫100 차트 같은 경우는 스트리밍 횟수도 포함되고, 또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유튜브를 보잖아요. 유튜브 조회수까지 합산되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지표가 많아서 진입 자체가 어렵고요. 그래서 통상 핫100 차트에서는 톱40, 그러니까 40위 안에만 들어가도 히트곡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요.

◇ 황보선: 옛날에 보면 저도 어렸을 때 빌보드 차트 탑40, 하면서 주요 차트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부문들을 집계해서 내는 그런 방식이다 보니까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특히 앨범 같은 경우는 말씀하시니까, 앨범은 제가 언뜻 생각하기에도 광팬들이 살 거 아닙니까? 그러면 빌보드 200 같은 경우는 그런 광팬들이 주도할 수 있는 차트로 짐작이 되고요. 그런데 이 싱글 같은 경우는 광팬이 아니더라도 들을 수 있는,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넓은, 많은 층들이 듣고 있구나, 이런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차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까?

◆ 정민재: 네, 대중이 흡수가 되어야지만 핫100 차트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K팝이 요즘에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에서 사실 K팝 팬덤이 많이 생겼어요. 슈퍼M 팬덤이다, 엑소, 블랙핑크, 많이 생겨서 이 빌보드200 차트에는 우리 가수들이 앨범만 내면 그냥 요즘에 쉽게 들어가는 추세예요. 100위 안에. 그런데 핫100 차트에는 지금까지 들어간 팀이 그렇게 많지 않죠.

◇ 황보선: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는데 팀 이름이 방탄소년단, 워낙 익숙하지만 처음에는 그룹명이 뭐지?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도 특히 기성세대들은 있을 수가 있거든요. 무슨 뜻입니까?

◆ 박지원: 아무래도 방탄소년단이라고 하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방탄소년이 맞나, 하는데 그게 맞습니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고 하는 바로 그 뜻이고요. 편견과 억압을 받고 있는 이 땅의 10대와 20대들을 위해서 노래한다는 게 멤버들이 내세웠던 모토입니다. 또 여기에는 자신들의 정당한 음악적 가치를 지켜낸다고 하는 그런 의미를 담아냈다고 합니다.

◇ 황보선: 2018년 파리에서 BTS가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취재를 했었는데, 저는 처음에 그때 공연 전 벌써 사흘 전부터 가봤는데 텐트를 치고 있더라고요. 보니까 처음에는 솔직히 그때 생소했습니다. BTS가 이 정도까지 대단한가, 하면서 거기에 모인 친구들을 ‘아미’라고 하더라고요. 아미? 이게 뭐지? 지금은 압니다만, 아미, 무슨 뜻이었습니까?

◆ 박지원: 방탄, 총알, 이러면 아미가 내가 생각하는 그 아미가 맞나? 하고 청취자 분들이 생각하실 수 있는데, 바로 그 아미, 군대라는 뜻의 ARMY가 맞습니다. 아무래도 팬들이 지켜내고, 이런 의미에서 육군, 군대, 이런 ARMY라는 말을 차용했고, 거기다가 ARMY에는 약자로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 그러니까 청춘의 사랑스러운 대변자, 대표, 이런 의미로 약자를 만들어서 아미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 황보선: 그때 조금 놀란 게 뭐였냐면 유럽 전역에 있는 팬들이 다 왔더라고요. 그때가 벌써 2년 전이니까. 그런데 지금 결국은 이렇게 꿈의, 제가 보기에도 꿈의 차트인데 핫100을 이룬 것을 보고 참 대단하다.

◆ 정민재: 대단하죠.

◇ 황보선: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핫100을 아직까지는 달성 가능한 목표는 아닌 것처럼 그럼에도 하나의 꿈이다, 이런 말을 했는데요. 지금은 달성했거든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BTS, 약자 아닙니까? 이것도 여러모로 우리가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지원: 실제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랬고,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정말 유치한 이름이다. 팬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거든요. 어떻게 총알을 막아낸다, 너무 그룹 이름으로 하기에는 유치하지 않느냐. 이런 의견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BTS를 해외 공략을 할 때 BEYOND THE SCENE이라는 BTS라는 약자로 활동했고요. 이 또한 그 신을 넘어서는, 10대들의 억압과 편견을 막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넘어가는, 이런 의미로 영어로 BTS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 황보선: 그러면 방탄소년단 음악에 대해서 들어가보겠습니다. 주로 10대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게 맞다고 봐야겠죠?

◆ 정민재: 초반에는 확실히 10대를 타겟으로 하고 있었죠. 학교 3부작이라고 해서 앨범 3연작이 나왔는데 전부 학교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다고 하면 “우리를 공부하는 기계로 만든 것은 누구? 1등이 아니면 낙오로 구분.” 이런 가사가 있었어요. 파격적이라는 거죠. 그래서 확실히 10대 청소년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멤버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팬들도 나이가 들어가잖아요. 그러면서 점점 20대 전반의 이야기, 또는 세대와 구분 없는 우리 사는 이야기, 이런 것들도 이야기가 뻗어나갔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우리가 3포 세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가사에서 “3포 세대,5포 세대, 그러면 나는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이런 가사를 내기도 했어요. 이런 게 젊은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10대부터 시작해서 20대, 30대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황보선: 그 이야기를 하시니까 기억나는 게 있는데 보통 콘서트장 근처에 가면 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었지만 아까 말씀드린 파리 공연 같은 경우는 보니까 부모가 같이 온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그거는 자기 자녀가 거리적으로 먼 데서 오다 보니까 안전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물어봤더니 특히 엄마들 같은 경우가 많았는데, 엄마들도 팬이 많더라고요.

◆ 정민재: 재밌는 게요. 사실 영미 노래들을 보면 방탄소년단 직전에 1위였던 노래가 카디비의 WAP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가사는 지금 소개할 수가 없어요, 방송에서. 너무나 선정적이고, 외설적인데 그런 가사들이 많은 와중에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어보면 이거는 10대 이야기, 아니면 20대 고민 이야기, 이런 것들이란 말이죠. 그래서 서구에서는 방탄소년단 음악은 우리 아이들이 들어도 나쁘지 않다, 추천할 만하다, 그런 이야기들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황보선: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10대뿐 아니고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가사, 내용, 음악 장르도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까?

◆ 정민재: 초반에는 힙합 기반의 댄스음악으로 시작했는데요. 점점 R&B, 일렉트로닉 댄스, 팝 댄스, 이렇게 뻗어나가면서 많은 스펙트럼을 소화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음악들을 하고 있지만, 또 ‘봄날’ 같은 이지 리스닝 곡도 있어요. 이런 곡들은 우리 라디오에서도 많이 틀고 있고, 두루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죠.

◇ 황보선: 박지원 작가님, 아까 ‘아이돌을 인문하다’ 책을 쓰셨으니까 그 안에 방탄소년단 이야기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면 방탄소년단의 철학이 있다고 하셨죠. 어떤 철학입니까?

◆ 박지원: 사실 방탄소년단은 그런 자신들의 메시지, 솔직한 학생들, 청년들, 10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겠다, 이런 것을 사실 아주 초창기부터 내세우면서 활동을 했던 그룹인데요. 어떻게 본다고 하면 저는 그런 메시지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철학, 책에서 인문, 인문학,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방탄소년단의 가장 핵심적인 의의라고 한다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솔직함, 진정성, 순수한 그런 느낌의 솔직함, 이런 것들이 그 친구들의 가치이자 의미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아까 평론가님도 10대, 20대, 이렇게 2013년부터 이어지는 그룹의 측면을 말씀해주셨지만, 굉장히 또 자기들의 이야기를 아주 진정성 있게 다루기는 해요. 멤버들이 직접 곡을 쓰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아이돌이라고 무시를 받아야 하느냐. 우리도 음악을 한다. 그리고 우리도 정말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아까 ‘봄날’도 말씀해주셨지만 사회적인 약자, 또 세월호의 친구들을 추모하는 메시지, 또 우리도 어떤 지금 점점 세계적인 그룹이 되어 가면서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리고 더 뭔가 치열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어쨌든 자신들이 직면한 현실, 음악, 이런 여러 차원에 대해서 굉장히 솔직하고, 순수하게 다루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피, 땀, 눈물’이라는 곡을 이 방송의 청취자 분들도 들어보셨으면 좋겠는데요. 방탄소년단이 7년 정도 된 그룹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앨범의 제목이 ‘7’이기도 했어요. 우리가 7년 동안 해왔다. 7년이라고 하면 사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에 음악적인 그룹의 생명의 측면에서 보면 나름 많은 시간을 해오고, 이렇게 세계적인 그룹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친구들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가 2016년 10월에 나왔던 ‘WINGS’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앨범의 타이틀곡이 이 ‘피, 땀, 눈물’이라는 곡인데, 이 앨범과 곡이 대중에게 유명해지고, 널리 알려졌던 이유가 뭐냐면 이 앨범과 곡의 전체적인 컨셉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고 다들 아실 거예요. 워낙 고전 문학이잖아요. 이 문학에서 다 차용을 해왔어요. 그래서 곡의 내용, 노랫말, 뮤직비디오, 앨범 컨셉, 스타일, 이런 것들을 다 따와서 멤버들이 이 책을 몇 번씩 읽고, 눈물도 흘리고. 우리가 사실 아이돌 그룹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몇 년 전에 이게 화제가 됐었고요. ‘피, 땀, 눈물’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젊은 청년의 순수함, 성장하면서 고독하고, 외로움과 고통을 겪는 내용이잖아요. 성장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곡에서도 말하자면 “나를 부드럽게 죽여죠, 너의 손길로 눈 감겨줘, 어차피 거부할 수조차 없어, 더는 도망갈 수 없어, 왜냐하면 네가 너무 달콤해서” 이런 식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와 어른의 세계를 상징하는 데미안으로부터 더 독립하고 싶지만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이런 측면들을 다루고 있는 고전문학이고, 이 문학에서 ‘피, 땀, 눈물’의 노랫말을 잘 따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황보선: 그렇군요. 실제 유엔 총회에서도 연설까지 하지 않습니까?

◆ 정민재: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보통 연예계 인사가 그렇게 유엔 총회를 가서 연설을 한다고 하는 게 참 특별한 일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그때 당시에 방탄소년단이 결국에는 전 세계 청년들을 대변한다, 그런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팀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 황보선: 그리고 우리가 그냥 언뜻 생각했을 때 방탄소년단의 노랫말, 우리말 아닙니까? 영어도 간혹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런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 이렇게 비영어권 가수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상황,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

◆ 정민재: 굉장히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고요. 사실 스페인어권에서 가수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이런 경우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영어곡으로 사랑을 받았단 말이죠. 제니퍼 로페즈라든가, 샤키라라든가, 리키 마틴, 이런 가수들이 있었는데. 이 지금 K팝 가수들, 특히 방탄소년단 같은 경우는 ‘FAKE LOVE,’ ‘IDOL,’ ‘DNA’ 이런 노래들이 다 한글 가사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곡들이 세계 각국의 인기차트에 오르고 있다는 상황이 참 고무적이고, 지금 이 팀이 어쨌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중 한 명이다. 그렇게 봐야겠죠.

◆ 박지원: 사실 몇 년 전에 방탄소년단이 워낙 기자 분들도 궁금했을 거잖아요. 언제쯤 영어로 곡을 쓸 것이냐. 왜냐하면 빌보드를 노리는 가수가 됐으니까, 이미 몇 년 전에. 그런데 이 기획사와 멤버들이 우리가 왜 영어로 가사를 써야 하죠? 이렇게 반문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한국 가수인데, 우리를 제일 잘, 아까 제가 솔직함, 순수함이라는 이야기를 드렸는데,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 화제가 됐어요. 아무래도 이번에 영어로 가사를 쓰고, 그런데 이것을 꼭 비판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잖아요. 나름의 도전이라고 멤버들을 이야기하고 있고. 워낙 큰 가수가 됐으니까.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황보선: 이번에 빌보드 핫100 1위 달성한 곡, ‘DYNAMITE’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방금 말씀하신 대로 지금까지는 한국어였는데, 이제는 영어로 됐습니다. 이게 처음이죠?

◆ 정민재: 네, 최초고요. 기존에 영어곡에 피쳐링으로 들어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신 명의로 된 곡에서 온전히 영어로 된 곡을 낸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당연히 영어권을 공략했다고 볼 수 있겠고, 또 영미 팬들은 사실 방탄소년단을 굉장히 순애보라고 할까요? 사실 먼 거리에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사실 미국 진출도 방탄소년단이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고요. 영미 쪽에서, 특히 미국 팬들이 너무 공연을 보고 싶다, 하도 요청을 하니까 간 거였어요. 그게 몇 년간 지속됐단 말이죠. 한국어 곡으로만 갔는데도. 그래서 그런 마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곡이라고 볼 수 있겠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황보선: 팬서비스 차원의 곡이기 때문에 또 영어로 하는 게 맞기도 하고. 또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지평을 어차피 빌보드 핫100 1위 달성한 것도 하나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 영어로 하는 것도 그런 맥락해서 해볼 만한 상황이고요. 내용은 뭡니까?

◆ 박지원: 가사를 보면 그런 방탄소년단이 조금 더 대중과 가까이 다가가야겠다고 하는 그런 고민, 그런 계기, 시점들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보면 아이스티 한 잔, 탁구 한 판, 디스코 파티, 우리는 준비됐고, 펑크와 소울로 이 도시를 밝혀, 빛으로 물들일 거야, 마치 다이너마이트처럼. 그래서 이 제목이 ‘DYNAMITE’거든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코로나에 대전환을 이루고 있는 시기인데, 이 금융위기 이전, 말하자면 2000년대, 90년대 이때 전 세계적으로 호황이고, 여유 있고, 그랬던 낙관적인 시대의 복고적인 그런 즐거움과 쾌감과 사회적인 그런 여유로움, 이런 것을 다룬 가사인 것 같고요. 워낙 초기 며칠간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 친구들이 그런 것을 잘 건드려줬던 것 같기도 하고. 방탄소년단이 특히 그 멤버 중에 뷔라는 멤버가 있는데, 그 멤버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음악을 너무 사랑하고, 우리가 노래와 춤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지만 이번에 이 곡을 준비하면서 정말 대중들의 사랑이 너무나 소중하고, 우리가 그것 없이는 안 되는 것을 새삼 알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점점 더 팬이라 만나기 힘들어지고, 워낙 그들을 찾는 팬들이 많아진 이 상황에서 그들과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는 그런 노력이 잘 읽히는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 황보선: 이게 영어로 가사가 된 것 자체가 빌보드 핫100 1위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십니까?

◆ 정민재: 도움이 되는 수준이 아니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면서 재밌었던 게 사실 이 팀은 진작부터 빌보드 1위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어요. 대중의 관심도 상당했고, 팬덤의 충성도는 어마어마했죠. 그리고 미디어의 주목도 상당했고. 그런데 이 팀이 항상 빌보드 1위까지 못 갔던 것, 그리고 차트에 올라가서 금방 떨어졌던 것, 이런 것은 사실 라디오에서 뒷받침이 안 됐습니다. 라디오는 보수적이고, 한국어 곡이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나오지 않았던 거죠. 다루지 않았던 겁니다. 사실 미국은 굉장히 넓은 나라잖아요. 아직도 라디오의 힘이 강력한데,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조금 더 폭 넓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영어곡이다 보니까 라디오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갔고. 이것을 보면서 참 미국 시장이 아직까지도 영어 콘텐츠가 아니면 조금 어렵다,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황보선: 저도 곡을 들어봤어요. 이 곡은 장르는 어느 쪽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 정민재: 디스코팝으로 봐야겠고요. 지금 영미에서는 디스코 리바이벌 흐름이 상당합니다. 우리는 항상 레트로 이야기를 하면 90년대 이야기를 하잖아요. 90년대 댄스가요들, 그런데 미국 영미에서는 레트로 하면 70년대, 이런 디스코 음악을 항상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올해 나왔던 젊은 가수들, 두아리파, 위켄드, 레이디 가가, 이런 가수들이 일제히 디스코를 했습니다. 인디로 가면 그 흐름이 어마어마하고요. 방탄소년단이 이 흐름을 포착해서 이 트렌드에 잘 맞게 갔다. 그래서 디스코로 조금 더 쉽게 다가갔다는 생각을 합니다.

◇ 황보선: 이번 사실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곡은 힘을 빼고 가볍게 만들었다. 의외로 1위로 간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 정민재: 지금까지 냈던 곡, 직전에 나왔던 ‘ON’ 이런 노래는요. 사실 이지 리스닝이라고 볼 수 없어요. 라디오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들을 만한 곡은 아니고. 특히 퍼포먼스가 같이 동반되어야만 이 노래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 ‘DYNAMITE’라는 노래는 퍼포먼스를 굳이 보지 않고 우리가 귀로만 들어도 이 노래 충분히 신나고, 흥겹고, 그냥 틀어놓을 수 있는 노래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확실히 쉽게 다가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 황보선: 아까 노래 가사에 담긴 스토리를 말씀하셨는데요. 이전에 외국에서 콘서트를 할 때 팬들이 공연장 근처에, 또는 안에서 공연할 때에도 가사를 한국어 가사를 번역해서 그것을 자기들이 읽을 줄 알아요. 그것을 ‘떼창’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이 친구들이 이해를 얼마나 하나 그랬더니 아니더라고요. 다 그거를 자리 나라 말로 번역해서 이해를 하고 와서 부르는 거예요. 그러면서 왜 좋아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벌써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는데, 나는 BTS와 5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 이유가 가사 때문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 박지원: 제가 BTS의 메시지와 혹은 가치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그것과 연결되는 지점이 뭐냐면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가 이미 몇 년 전에 BTS의 인기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요. BTS는 서양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 없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계를 넘어버린 그룹. 그들의 진실함과 진정한 쿨함이 팬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있어요. 한국어 가사, 5년 전부터 그들의 가사에 집중한 서양의 팬, 이게 흔히 만화의 스토리 같잖아요. 우리는 아직까지도 어떻게 미국, 서구의 팬들이 우리나라의 한글 가사를 아직까지 우리 기성세대들은 얼떨떨하고, 낯선 느낌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우리가 이 젊은 세계적인 그룹, 우리나라에서 배출한 그룹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황보선: BTS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끝이 없는데, 시간 다 돼 가는데요. 마지막으로요. 핫100 1위, 오래 갈 것 같습니까?

◆ 정민재: 핫100 1위가 오래가지 않더라도요. 이 노래는 이전처럼 차트에서 금방 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워낙 반응이 뜨겁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트렌드를 잘 포착한 그런 곡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인기차트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황보선: 알겠습니다. 두 분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지원: 감사합니다.

◆ 정민재: 네, 감사합니다.

◇ 황보선: 지금까지 정민재 음악평론가, 박지원 작가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