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여성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일제 강점기 자료 특별 전시

"어린이·여성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일제 강점기 자료 특별 전시

2020.08.15. 오전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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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여성도 강제노역 동원" 관련 자료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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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일제 강점기의 강제 노역 이야기를 할 때는 주로 성인 남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일제가 산업전사라는 미명 아래 여성과 어린이까지 강제노역에 동원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문헌 자료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쟁 막바지, 일제가 힘이 부치던 1944년 3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은 전국 도지사와 직할 학교장들에게 학생들을 노역에 동원하라는 공문을 내립니다.

대상은 국민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이 지시는 매우 체계적으로 관리됐습니다.

같은 해 공주 장기국민학교 6학년 김모 군의 아동조서, 요즘의 생활기록부 같은 겁니다.

어느 노역을 몇 번씩 했는지 월별로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7월에만 모내기 5번, 풀베기에 10번 동원됐습니다.

8월엔 군대에서 부족한 기름 짜는 데 쓸 소나무껍질 채집하는 일을 10번이나 했습니다.

세밀한 평가까지 붙어 있습니다.

5월에 보리깜부기 뽑기를 4번 했는데, 만5천 뿌리를 뽑았다며 칭찬합니다.

학교 자료 말고도 산업전사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의 강제노역을 선동하는 신문기사들은 한두 건이 아닙니다.

[이영도 /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일선 학교에서는 (총독부의) 그 지침에 의해서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부대를 만들고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학생동원본부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학생 한명 한명에 대한 노동의 내용, 작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서 상부에 보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의 강제 노역은 성인 남성에 국한된 게 아니었습니다.

아동과 여성들의 강제 노역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혜경 /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 : (일본법이 규정한 노무 동원 연령은) 맨 마지막에 가장 어린 나이가 1944년 8월부터 12세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많은 사례들이 44년 이전에 이미 9살 10살, 이 연령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은 자국이 만든 법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일제의 아동과 여성의 강제동원 기록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YTN 기정훈[pro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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