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라디오] '의사환자'는 의사야? 환자야?, 코로나19 속 알쏭달쏭 언어생활

[슬기로운라디오] '의사환자'는 의사야? 환자야?, 코로나19 속 알쏭달쏭 언어생활

2020.06.26.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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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라디오] '의사환자'는 의사야? 환자야?, 코로나19 속 알쏭달쏭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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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6월 26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

- 의사환자, 음압병실, 비말 등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단어들
- 진성환자 → 확진자, 의사환자 → 의심환자, 음압병실 → 감염병 격리 병실
- 지금은 한글로 글쓰기 하는 세대, 편리한 의사 소통을 돕는 말 바꿔쓰기
- 말을 할 때 가져야 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고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2부는 매일매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봅니다. 새로운 단어를 접했을 때, 한 번 들어서 바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어떤 단어는 몇 번을 들어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오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오늘도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함께 고민해 볼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 국문학과 신지영 교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 최형진: 오늘로 어느덧 세 번째 시간인데요. 늘 두려운 시간입니다.

◆ 신지영: 안 두렵게 해드리기로 했고요. 저는 그냥 질문을 통해서 같이 생각을 해보자고 했는데, 아마 제가 공격적으로 질문을 했나요?

◇ 최형진: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온화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그런 무서운 훈장 선생님 같은. 그래도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고 많은 애청자 분들이 사랑하는 그런 코너이기 때문에 오늘도 한 번 재미있게 이야기 나눠보죠. 너무 많은 이야기를 그동안 하다 보니까 마지막에 늘 급하게 끝냈던 것 같아요. 지난 시간에 라면 두 개를 섞어 만든 영화에서 나온 그 음식의 이름이 짜파구리였는데요. 이게 참 신기합니다. 번역자가 영어권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람동이라는 말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은 짜파구리.

◆ 신지영: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유행을 따라간다, 이렇게 영어권 사람들이 생각해서요. 람동보다는 짜파구리를 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유행을 만드는 사람. 이번에 코로나 관련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지면서, 또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해서 굉장한 열광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방탄소년단도 큰 몫을 했죠.

◇ 최형진: 지금 달고나 커피도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 신지영: DALGONA라고 영어로 철자를 로마자로 한국어를 그대로 쓰는, 그렇게 해서 유행되면서 그게 그런 거 있잖아요. ‘틱톡’ 같은 데에 굉장히 많이 유행했대요. 그리고 트위터 같은 데에 굉장히 많이 유행을 해서 사람들이 달고나 커피 레시피를 만들어서 조리법을 서로 공유하고, 그렇게 하다가 달고나 커피의 달고나가 뭐냐, 이런 논쟁이 있고 그랬다는 거죠.

◇ 최형진: 굉장히 신기한 게 우리는 영어를 사용하고요. 영어권 사람들은 우리말을 사용하고. 과거에는 사실 이런 일이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이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신지영: 언어라는 게 문화와 같이 가게 되어 있잖아요. 제품을 유행을 시켰다고 하면 제품의 이름도 같이 가니까요. 그러니까 문화에 대한 동경, 그게 언어와 같이 가게 되어 있는 거죠.

◇ 최형진: 서로 문화에 대한 동경이 언어에 같이 포함되어 있다.

◆ 신지영: 그렇죠. 그리고 내가 모르는 말을 하면 뭔가 새롭고, 신선하고, 있어 보이고.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보통 말을 통해서 주목을 받게 하는 방법이 새롭거나 강하거나 어렵거나. 이렇게 되는 거죠.

◇ 최형진: 또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쩐지 유행이 뒤처지는 사람 같고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질문을 가지고 오셨나요?

◆ 신지영: 첫 번째 질문부터 들어가겠습니다. 감염병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전염병이라는 말도 들어봤죠. 그런데 전염과 감염, 같은 말일까요, 다른 말일까요?

◇ 최형진: 다른 말 같은데요?

◆ 신지영: 다른 말이니까 다른 이름이 있겠죠? 어떻게 다를까요?

◇ 최형진: 전염병이 뭔가 더 퍼지는 병이 아닐까요?

◆ 신지영: 굉장히 맞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2010년 이전에는 전염병이라고 했던 것을 2010년에 법을 새로 만들어서 감염병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왜냐하면 전염은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뭔가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감염이라고 하는 건 꼭 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아닐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감염이라고 하는 건 바이러스와 사람과의 관계예요. 바이러스가 숙주인 사람 안에 들어와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숙주에 들어와서 바이러스, 세균, 이런 것들이 병의 원인이 돼서 병을 만드는 것. 그리고 또 그것이 다시 다른 숙주를 찾아서 가는 것. 이렇게 다른 숙주를 찾아서 계속 전파되는 것. 이런 것은 감염병 중에서도 전염성이 있는 감염병,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그다음에 감염병 중에서 전염성이 없는 것도 있어요. 식중독 같은 게 대표적인데요. 그래서 그 두 가지를 합쳐야 한다. 전염병이면 이 두 가지가 합쳐지지 않는다고 해서 감염병에 전염성 감염병이 있고, 비전염성 감염병이 있다, 이렇게 포괄적인 말을 써야 한다. 그래서 감염병이라는 말로 2011년부터는 바뀌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 신지영: 코로나19 관련해서 새로운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고 하셨잖아요. 원래 안 들렸던 단어들이 굉장히 많이 들린다. 어떤 단어들이 주목됐었나요?

◇ 최형진: 방금 말씀하셨던 달고나 커피도 있고요. 팬데믹, 음압병실, 이런 것들 아닙니까?

◆ 신지영: 그런데 이게 친숙하세요?

◇ 최형진: 아니요. 낯설죠.

◆ 신지영: 그래서 저도 처음에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굉장히 많은 새로운 단어들을 보고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런데 그것도 보도를 통해서 들었는데 무슨 말이지?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재난보도라고 하는 게, 지난번에 그래서 우리가 침방울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 최형진: 비말을 침방울로.

◆ 신지영: 우리 방송 덕분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 침방울로 바꿔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침방울로 바꾸니까 아무것도 아닌 침방울. 이러니까 이거 아무것도 아닌 말이었잖아요? 그러면서 훨씬 친근하게, 침방울로 이게 감염되는구나, 그러니까 침방울을 조심해야겠구나, 이런 게 확 오는데 이거를 비말. 이러니까 너무 어렵죠. 꼭 그렇게 어려운 말을 써야 할까. 특히 우리가 보도라고 하는 건 정보를 전달해주는 거잖아요.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전문가가 아니죠. 그러니까 전문가와 이야기할 때와 일반인과 이야기할 때는 꼭 같은 말을 쓸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전문가가 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니까요.

◇ 최형진: 그렇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비말이라는 단어보다는 침방울로 표현해주시는 게 더 좋겠습니다.

◆ 신지영: 네, 그래서 초반기에는 그것뿐만 아니라 비말핵, 이런 말도 있었어요.

◇ 최형진: 그건 뭐예요?

◆ 신지영: 비말도 어려운데 핵까지 있어요. 그리고 에어로졸. 에어로졸 감염. 이런 거 기억나시죠? 지금은 거의 안 쓰는 분위기지만. 그러면서 비진, 이런 말도 나왔어요. 비말도 어려운데 비진. 이것 또 뭐지? 그다음에 에크모 치료, 이런 말도 나왔죠. 음압병동, 이런 말도 나왔죠. 의사환자, 이런 말도 나왔어요. 의사야, 환자야? 이상하죠. 에피데믹, 팬데믹, 엔데믹. 그다음에 코호트 격리. 그런 이야기도 처음에 막 나왔죠. 기저질환, 이런 이야기도 나와서 굉장히 어려웠고,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이런 말까지 나와서 뭔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긴장하고,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졌어요. 그렇지 않았나요?

◇ 최형진: 그렇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코호트 격리, 음압병실, 의사환자, 선별진료소,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모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더 왜 굳이 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방송을 해야 하나. 저도 더 공부하게 되고, 전달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 신지영: 그렇죠.

◇ 최형진: 오늘은 코로나19 이후에 자주 듣게 되거나 사용하게 된 단어 문자로 받아보겠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금 문자를 보내주고 계신데요. 코로나19 이후에 듣게 된 단어, “확진자”라고 하셨는데, 확진자라는 단어는 바꾸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 신지영: 확진자하고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의사환자라는 말이 처음에는 나왔어요. 의사라는 게 의심이 되는 환자를 이야기했죠.

◇ 최형진: 환자는 아니지만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

◆ 신지영: 이 사람은 의사환자라고 옛날에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의사하고 음이 같으니까 의사환자라고 하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 최형진: 의사인데 감염된 사람인 줄 알았어요.

◆ 신지영: 그래서 이거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의사환자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한자 세대의 한자로 썼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이거는 우리가 한글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해서 의심환자로 바꿨어요. 그러니까 이해가 확 되잖아요. 그러니까 의심환자였던 사람이 확진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옛날에는, 옛날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옛날이에요. 한 50~60년 전. 그러니까 의사환자라는 말이 제가 찾아봤는데, 의사환자라는 말은 진성환자라는 말과 대비가 돼요. 그러니까 60년대부터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옛날에는 진성환자라고 했어요. 의사환자와 진성환자. 둘 다 모르겠죠?

◇ 최형진: 모르겠습니다.

◆ 신지영: 진성환자라는 말을 그래도 확진자로 바꾼 거예요. 확진이 된 사람. 그런데 진성이라고 하는 건 진짜라는 뜻이죠. 그래서 진성환자, 의사환자를 의심환자, 확진자 이렇게 바꾸니까 의사소통이 훨씬 더 편해진 거예요. 그렇게 우리가 말을 바꾼다고 하는 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고, 이것을 고민한다고 하는 게 바로 굉장히 중요한 태도다,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또 어떤 말 있을까요?

◇ 최형진: 지금 방금 확진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요즘 이런 말도 쓴대요. “확 찐 자.” 격리 생활로 살이 확 찐 사람을 이런 파생되는 단어는 우리 생활에서 안 쓰는 게 좋겠습니까? 어떻습니까?

◆ 신지영: 유머잖아요. 위트 있게. 그런데 그것을 어떤 장면에서 쓰느냐. 말이라는 게 그런 거거든요. 이것을 써도 돼요, 안 써야 해요, 할 때 늘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도 있어요. 인권을 침해한다든지, 누군가를 깔보는 말을 한다든지, 이거는 어떤 장면에서도 그렇잖아요? 그러나 그게 아니고 함께 자신의 상황을 위트 있게 넘기기 위해서 유머로 넘기기 위해서 하는 말. 이런 것은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가 확 찐 자를 통해서 웃을 수가 있잖아요. 잠시. 그러나 확진자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안 좋겠죠.

◇ 최형진: 상황에 따라서 지양할 부분은 지양해야 하고요. “처음에는 음압병동을 음악병동으로 듣고, 클래식 들으면 코로나 낫는 줄 알았다”고요.

◆ 신지영: 이것도 되게 웃긴 거예요. 그러면 음압병동을 같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압병동. 딱 떠오르는 말, 뭐가 있어요?

◇ 최형진: 그런데 저는 이거는 떠오르는 말도 없어요.

◆ 신지영: 그렇죠. 굉장히 안 쓸 만한 조어거든요.

◇ 최형진: 제가 알기로는 뭔가 공기의 압력을 다르게 해서 깨끗한 공기가 아래로 들어오는 그런 병동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 신지영: 그게 음압이 뭐냐면, 음이 음수라고 할 때 음이에요. 압은 압력이에요. 음수 압력. 그러니까 마이너스 압력을 가지고 있는 병동, 병실이라고 하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압력이 낮다고 하는 건 뭐냐면 주변보다 압력이 낮으면 주변은 고기압이 되고, 상대적으로 안쪽은 저기압이 되죠. 그러면 기류는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죠?

◇ 최형진: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내려가죠.

◆ 신지영: 음압이니까 마이너스 압력이죠. 그러니까 밖에 있는 공기는 안으로 들어오지만 안에 있는 것은 밖으로 안 나가겠죠. 못 나가죠. 압력이 낮으니까. 그러니까 감염병 사람들을 격리할 때 음압병동, 음압병실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압력을 낮춘 병실을 만든 게 음압병실이에요. 그러면 음압병실의 반대말은 뭘까요?

◇ 최형진: 양압병동?

◆ 신지영: 맞습니다. 양압병동, 양압병실이에요. 그러면 양압이라고 하는 건 플러스 압력이니까 안쪽은 압력이 높고, 바깥에 비해서. 바깥에는 보통 압력인데 안쪽은 압력이 높아졌으니까 바깥은 낮고, 안쪽은 높은 거죠.

◇ 최형진: 그러면 안에 있는 공기가 밖으로 빠지고 밖에 있는 공기는 안으로 못 들어오는 거죠.

◆ 신지영: 그렇죠. 이런 병동이 사실 우리 일상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게 있어요. 무균실이에요. 무균실은 밖에 있는 균이 들어오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안의 압력을 높여서 균이 못 들어오게 이렇게 해서 안에 있는 공기는 밖에 나가게 만든 거죠. 그런데 그거는 양압병실, 이렇게 안 하잖아요. 무균실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사실은 음압병실, 음압병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못 알아듣게 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알아듣게 해줘야 하잖아요.

◇ 최형진: 그렇다고 유균실로 부르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 신지영: 그것보다는 알기 쉽게 하려면 특수격리병실, 혹은 감염병 격리병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원리를 알 필요는 없잖아요, 사실은. 원리를 알 필요는 없으니까 무균실이라고 해서 아, 무균실은 균이 없는 곳이구나, 그러니까 백혈병 환자들이나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하네? 이렇게 되는 거겠죠. 그러니까 말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아니까, 너는 공부해서 알아야 해, 이런 태도인지. 아니면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아니까 이것을 조금 더 쉽게 누구와 소통하기 위해서 표현을 해봐야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르겠다, 그러면 바꿔야겠다. 이렇게 하는 태도. 이게 사실은 전문가가 가져야 할 진정한 태도가 아닌가.

◇ 최형진: 그렇습니다. 지금 코로나19 이후에 의학적인 용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면서 우리 국민들이 그 용어의 뜻을 알기 위해 또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 쉬운 용어로 풀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팬데믹이라는 말이 낯설고 생소한 말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말이 됐네요,” 하신 분이 있고요. 다른 분은 “포스트 코로나, 라는 말도 많이 쓰죠. 그냥 코로나19 이후라고 우리말로 쓰면 좋겠다”는 의견 주셨네요.

◆ 신지영: 맞습니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을 제가 약간 실망스러운 게 청와대에서 이야기할 때도 그렇게 했고요. 그다음에 대통령이 담화를 이야기할 때도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을 계속 말씀하셨어요. 제가 그거는 조금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 연설문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대통령이 진짜 원한다고 하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고 하는 것을 말로 표현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단어들이 몇 개가 있어서 저는 조금 그것들은 반드시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담당하고 있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조금 더 국민과 소통하기 쉬운 단어들로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포스트 코로나, 그러면 이게 뭐지? 이럴 국민들이 많이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하지 말고 그냥 코로나 이후,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는 거고요. 그러면 포스트 코로나의 반대는요?

◇ 최형진: 코로나19 이전?

◆ 신지영: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안 하죠. 우리는 코로나19 이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의 반대말은 뭐지? 그러면 그것을 단어로 말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프레 코로나인가요? 그러면 그렇게 우리가 영어의 접두사까지 알면서 일상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거는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과 이후,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훨씬 편하잖아요.

◇ 최형진: 그렇습니다. 이거는 조금 결이 다른 의견입니다만, “마스크 쓰고 들어오세요, 이 말도 코로나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말인데 지금은 어딜 가나 듣는 그런 이야기”라고 하셨고요. 또 “비말이 침방울이라는 거 얼마 전에 ‘슬라생’ 덕분에 알았다”고. 침방울 부르기 운동, 이런 것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신지영: 네, 우리가 알게 해주세요, 라는 것을 알 권리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우리 알 권리를 보장해라. 특히 방송국이나 이런 곳, 특히 공영방송. 그런 곳은 반드시 그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최형진: 최근에는 ‘-데믹’을 붙이잖아요? 인포데믹, 팬데믹, 엔데믹, 에코데믹도 있고요. 이런 단어도 굉장히 많아요.

◆ 신지영: 그러니까 유행이라고 하면 그것을 막 쓰고 싶은 거죠. 그래야 있어 보이니까. 그렇지만 이게 누가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고자 해서 새 말을 써서 돈을 벌어서 유행이야, 그러니까 돈이 될 거야, 이렇게 그런 태도로 말을 만들어서 쓰는 사람들은 쓸 수밖에 없겠죠. 그게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는 거기에 소위 놀아나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죠. 그렇지만 그것은 만드는 사람들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죠. 하지만 그게 아니고 내가 이런 것도 알고 있어, 라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한테, 시민들께 알려드려야 하고, 그다음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하면 그런 말보다는 훨씬 쉬운 말로 써야겠죠. 그것은 아마 본인도 잘 모르거나 대안 표현을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이야기해준 대로 쓰거나 말하는 것. 이것일 거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언론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고 우리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은 아닌지, 더 좋은 우리말이 있음에도 이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이쯤에서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고려대 국어 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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