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금지 보도로 '코로나'는 정쟁화

중국인 입국금지 보도로 '코로나'는 정쟁화

2020.03.09. 오전 11:0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중국인 입국금지 보도로 '코로나'는 정쟁화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0년 3월 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중국인 입국금지 보도로 '코로나'는 정쟁화"


<김양원 PD>
1)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처장>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2주 전부터 총선미디어감시연대, 선거보도 모니터링을 시작하셨죠. 그런데, 사실 요즘 다가오는 선거와 관련한 의제 보도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일텐데요. 어떤가요?

<김언경 처장>
선거보도가 정말 적습니다. 이제 선거가 39일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3/7 토 d-39) 보통 이맘때쯤이면 선거보도가 정말 많아지는 편인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또 저희가 2주 전부터 신문과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의 선거 보도량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요.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 보도량이 늘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2주차에서 오히려 이전보다 선거보도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 보도가 늘면서 선거 보도량이 줄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생각해 보시면 과거 2014년에는 지방선거 국면이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나는 바람에 선거보도보다 세월호 보도가 많아지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김양원 PD>
3) 그렇네요. 지난 2014년 6월4일에 전국동시지방선거, 이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네요! 저희가 세월호 사건과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단순비교하려는 게 아닙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가적인 재난상황이 생겼을 때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나를 말하고 싶은 건데요. 어떻게 보세요?

<김언경 처장>
국민적 관심이 온통 쏠릴 수밖에 없는 재난이나 감염병이 생겼는데 그걸 외면하고 선거보도만 하라는 것은 사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만약 언론이 그렇게 한다면 더 큰 비판을 받을 겁니다. 따라서 선거보도량이 적다고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당시 보도나 지금 코로나19 보도나 모두 언론의 보도량은
엄청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보도였는가에 대해서는 지적할 것이 많습니다.
우선 세월호 당시 우리 언론이 왜 비판을 받았나요. 우리가 왜 그렇게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나. 한마디로 왜 제대로 된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바로 그 현장에서 언론이 똑똑히 목도하면서 지적했어야 했다고 한 것입니다. 정부가 말로는 대대적 구조를 한다고 했는데 헬기 띄우고 기자 급파되어서 내려갔으면 구조가 이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보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냐, 구조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냐 지적했어야하는데 계속 이상하게 유병언 보도 등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문제를 감추려는 듯한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도행태는 사실 당시 종편이나 ytn, kbs, mbc 등 이른바 공영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매체들 모두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요. 지금 많은 언론들이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감염 대책을 잘 세우고 있는지 적극 감시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때와는 다르게 정말 정부의 흠집이 없는지 호시탐탐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문제는 정말 정부가 잘못한 것, 또는 이 와중에 우리 사회가 꼭 챙겨야 할 것들을 지적해야 하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이거나, 매우 비과학적인 비판이어서 사실상 공포감만 조장하는 것, 또한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코로나19 사태를 여당의 악재로 만들려고 하는 행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때는 정부 발표에서 매달려서 검증하고, 비판이 매우 소홀하더니 이번에는 정부를 무조건 비판만 하고 정작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보다는 자꾸 정쟁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양원 PD>
4) 네, 김 처장님이 최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언론보도 내용에 좀 화가 나신 것 같아요. 자, 그럼 구체적인 최근 사례들을 좀 짚어볼까요?

<김언경 처장>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사설/중국이 ‘한국에 가지 말라’ 한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2/25)는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중국이 한국을 위험국 취급하는 처지가 됐다”며, “한국에서 코로나19(조선일보는 ‘우한 코로나’라고 표현)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중략) 총선을 앞두고 시진핑 방한 쇼를 하려는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 24일자 사설은 언론 역사에 기록될 만합니다. 중앙일보는 이 날 1면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2/24)라는 특별 사설을 싣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는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아래 배치한 <코리아 포비아…한국인들 비행기 탄 채 쫓겨났다>(2/24, 황선윤·김정석·백경서·정종훈·위문희 기자)에서는 몇몇 국가들의 한국인 입국금지를
‘코리아 포비아’라고 명명해 비판적으로 전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딴에는 ‘한국인이 입국금지 대상이 된 건 중국인 입국금지를 안했기 때문이다’는 프레임을 만드려는 것이겠지만, ‘중국인 입국금지는 포비아가 아니고 한국인 입국금지는 포비아’라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28일 <안혜리의 시선/나라 전체가 세월호다>(2/28, 안혜리 논설위원)라는 칼럼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며 ‘중국인 입국금지’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김양원>
조선과 중앙의 기사 내용을 전해주셨는데 중국인 입국금지와 관련해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네요.

<김언경>
이 신문들이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한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월 말까지만 해도 나름 신중했어요. 조선일보는 1월 28일 팩트체크 기사 “하지만 실제 중국인 입국 금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중략) 전문가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는 감염병 관리 조치로 과대하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라고 했습니다. 31일자 사설 에서는 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제한 의견을 전하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설에서 ‘최후의 수단’이라던 입국 금지는 고작 3일 후 ‘때늦은 데다 불충분한 조치’라고 표현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1월 28일 팩트체크 기사에서 “국경을 아예 막아버리면 밀입국 같은 사각지대로 생각지도 못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중략) 이번에 전면적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중국의) 보복 차원에 또 다른 한한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인 입국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사실 의사협회도 지난달 26일 중국인을 입국금지해야한다는 첫 성명을 냈지만요,
이미 많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가 답이 아니라고 밝혀왔고요.

<김양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통해 코로나 확산세를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면, 이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건강한 논쟁을 유도할 법도 했는데요.

<김언경>
맞습니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겠죠. 하지만 이 신문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조선일보 사설 표현을 빌리자면, 총선을 앞두고 이미 효과가 떨어진 ‘북풍’쇼 대신 무슨 ‘중풍’쇼를 하려는 것이라 추측할 뿐입니다. 이런 보도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시키는데도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 유해한 행태입니다.

<김양원>
6) 한편, 중국에 이어 확진자 수가 세계 2위에 이르는 상황이 되면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나 격리 조치를 하는 다른 나라들 상황도 지금 속속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김언경 처장>
맞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라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 조치를 강화한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우리 언론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안을 면밀히 보도해야 합니다.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여 우리 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안감이 고조됐고 이는 배타적 감정과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언론 보도가 더욱 신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한국 언론이라고 한국인만이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며, 상대방 국가의 국민들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실관계 확인과 표현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언론의 부주의한 보도가 피할 수 있었던 갈등을 유발한 대표적 사례가 YTN이었습니다.

<김양원 PD>
6) 네, 베트남 다낭에서 있었던 우리 관광객들의 격리 보도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언경 처장>
네,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출발해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입국자 80명이 전원 격리 조치됐고 이 중에는 관광객과 교민 등 한국인도 20명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전 안내도 없었던 사실상의 강제 격리, 격리 시설인 병원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 외교부도 급히 현지 당국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이 상황을 전한 YTN <단독/“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2/25)이 전했는데요. 사실 이 보도는 조금만 주의했다면 좋은 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한 역할이니까요.
문제는 이 보도에서 베트남이 우리 국민들을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했다고 보도하면서 그 구체적인 배경과 내막 보다는 자극적인 묘사를 앞세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베트남 국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특히, ‘사실상 감금’, ‘빵 한 조각’ 등 과도한 표현을 여과 없이 전하면서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YTN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겨 있는 병동에 갇힌 채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한다”는 “격리된 분들의 주장”을 전한 후, “병실마다 지친 모습의 사람들”과 “바깥으로 통하거나 다른 병동으로 가는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긴 모습 등 병원 상황을 화면으로 보여줬는데요. 기자는 이를 “사실상 감금 상태”로 규정했고 이어서 YTN이 ‘단독’으로 확보한 격리된 현지 교민의 인터뷰가 등장했습니다. 이 분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어요. YTN기자가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세요?”라고 묻자 “아침에 빵 쪼가리 몇 개 주네요”라고 답했습니다. YTN은 그 부실한 ‘빵 쪼가리 몇 개’를 화면으로 직접 보여줬는데, 이 대목에서 베트남 국민들은 분노를 표했습니다.

YTN이 ‘베트남이 제공한 부실한 식사’로 조명한 ‘빵 쪼가리 몇 개’는 베트남의 대표 음식이자 한국에서도 최근 인기가 많은 ‘반미’였습니다. 이 보도를 유튜브나 SNS로 접한 베트남 국민들은 이례적으로 YTN 보도에 댓글을 달며 “(베트남에서) 반미가 가장 많은 음식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 “베트남 사람들은 빵(반미)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베트남 빵은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등 항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평균 한 끼 식사비용을 감안할 때 YTN이 보여준 격리된 한국민들의 식사가 결코 저렴하거나 저급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김양원 PD>
결국 YTN에서는 유감 표명을 했습니다.

<김언경 처장>
사실 YTN이 인터뷰한 격리된 현지 교민 입장에서는 베트남 당국이 제공한 식사나 시설이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교민이 전한 “한국 정부의 허락도 없이. 여권 뺏겼어요, 아무 말도 없이”와 같은 증언은 실제로 우리 국민이 당한 부당한 대우로서 외교 당국이 항의하기도 했죠. 결국 격리된 우리 국민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이틀 만에 한국으로 조기 귀국했습니다. YTN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의 고충을 전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베트남이 의도적으로 ‘빵 몇 쪼가리’를 던져준다는 식으로 묘사할 게 아니라, 그 국가가 어째서 그러한 조치를 취했는지, 무엇이 근본적으로 부당한지,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본 것인지 명확하게 짚어줬어야 합니다.

<김양원 PD>
이번 보도를 보면서 좀 더 선정적으로 차별화되어야 SNS 등에서 회자되고 인기기사가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기사의 취지 자체는 의미있었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때문에 문제가 됐네요.

<김언경>
지금 우리나라의 보도라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만 보는게 아니고,요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보시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다 보세요.그래서 한국의 표현이 조금만 잘못돼도, 국가간 큰외교 분쟁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모든 보도하시는 분들이 우리 한국사람들 감정을 자극하고 화제가 되는 것으로 그치겠지,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요.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불편을 겪는 일은 이후에도 언론의 보도가 잘 있어야 한다,제보가 많이 들어오실 텐데,좀 더 정확하게 취재하고, 정말 거듭 확인한 후에 차분하게 보도하되,이 내용을 정부가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언론의 보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이럴 때일수록 언론인들이 이성을 차렸으면 좋겠어요.이성을 지켰으면 좋겠고요.사실 어제도 일본이 취한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와 관련된 논란이 뜨겁습니다.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도 이성적인 보도들이 있었으면 좋겠네요.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양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처장>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