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려진 뮤지컬 미지급...'을'의 눈물

'코로나19'로 가려진 뮤지컬 미지급...'을'의 눈물

2020.03.01. 오전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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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웠던 뮤지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배우와 스태프, 관객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줄줄이 공연을 취소했죠.

그런데 제작자들이 뮤지컬 스태프들에게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아, 코로나19를 빌미로 고질적인 미지급 사태가 무마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상희 기자입니다.

[기자]
70억 원 규모의 대형 뮤지컬 영웅본색 스태프로 참여했던 A 씨는 지난 10일 제작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남아있는 한 달여의 공연을 중단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

천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A 씨는 분통이 터졌습니다.

공연중단 속 사정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뮤지컬 '영웅본색' 스태프 : 와, 진짜 사기꾼이구나. 돈에 대한 지급이 계속 미뤄졌고, 그에 대한 답을 준다고 한 그 날에 '배우의 건강과 스태프 때문에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하고 나왔으니.]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가장 먼저 공연 중단을 선언했던 뮤지컬 위윌락유 스태프들도 비슷한 처지를 호소합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티켓 판매가 저조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뮤지컬 '위윌락유' 스태프 : 4대 보험이 되는 직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르바이트처럼 시급제도 아니고 출연료를 못 받았을 때 고용노동부에서도 못 받아주고, 포기하게 되는 거죠. 받을 방법이 없으니까.]

정작 제작사 측은 미지급 사태에 대한 해명도 없고, 연락도 닿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뮤지컬 미지급 사태가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더욱 공공연하게 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작비 44억 원을 들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투자사의 제작비 미지급으로 일부 배우와 스태프들이 개런티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예술 스태프의 권익 향상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세분화했지만 권고사항에 그치는 데다, 고용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프리랜서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자본 없이 일단 스타 배우들을 앞세워 공연을 시작하고, 수익금으로 나중에 스태프들의 임금을 정산하는 관행이 무엇보다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종헌 /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 특히 영국과 미국 같은 경우는 조합이 이미 결성돼 있고요. 조합 동의하에 표준근로계약서가 매년 갱신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100년 이상 쇼 비즈니스를 해온….]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과 제작사의 공연 축소나 중단이 잇따르고 있어 대작들은 물론 소규모 공연에서의 미지급 사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YTN홍상희[sa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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