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프리랜서 PD의 죽음이 알린 방송계 민낯

[뉴있저] 프리랜서 PD의 죽음이 알린 방송계 민낯

2020.02.20. 오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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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이대로 / 故 이재학 PD 동생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고 이재학PD는 CJB청주방송에서 부당해고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수많은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처우에 선례를 남기려 법정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이달 4일이었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고 이재학PD의 동생입니다. 이대로 씨와 얘기를 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형이 14년간 CJB청주방송에서 PD로 일을 하신 거죠. 형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또 형의 일하는 모습 기억나시면 조금 얘기를 해 주시죠.

[이대로]
저희 형은 일단 대학 졸업과 동시에 CJB 측에 입사를 했고요. 그리고 14년 동안 일을 하고 부당해고 당하는 그날까지도 CJB, 한 곳에서만 청주방송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14년 동안 안 바빴던 날을 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항상 일에 미쳐있을 정도로 그렇게 일을 해 왔었고, 제가 청주에서 한 3~4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전에 형이랑 같이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일주일에 한두 번 들어오면 많이 들어올 정도로 매우 바빴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저희 형 별명이 회사 내에서 간이침대, 일명 라꾸라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회사 편집실에서 계속 밤을 새면서 일을 했었고 개인적인 가족 행사에도 항상 참석 못 할 정도로 매우 바쁘게 지냈던 형으로 기억합니다.

[앵커]
형님은 PD셨고요. 방송사에는 PD뿐만 아니라 다른 직군에도 프리랜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데요. CJB청주방송은 어느 정도 됩니까? 비정규직 비중은 어느 정도 되고 또 정규직과 업무의 양이라든지 업무의 강도라든지. 어떻게 다릅니까?

[이대로]
제가 형이 사고가 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여러 루트를 통해서, 지인분들을 통해서 알게 된 경로로는 청주방송 내에서 프리랜서 비중은 약 2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요.

그리고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대비 시간적으로나 기타 업무량으로 정규직보다 일을 많이 했으면 했지, 적게하고 있지는 않다라는 게 현재 정규직 PD들의 증언이기도 합니다.

특히 저희 형은 속칭 가성비 좋은, 막말로 가성비 좋은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일반 정규직 PD들보다도 2배 가까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게 동료 직원들의 진술이고요. 심지어는 편집실도 정규직 PD들이 업무를 마치고 난 다음에 사용을 했어야 돼서 야근이 어쩔 수 없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 속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앵커]
편집할 거 잔뜩 밀렸지만 일단 정규직들이 다 하고 나간 다음에 편집실에서 해야 된다... 가성비라는 얘기를 하셨는데 가성비라는 얘기는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있지만 급여가 상당히 낮았으니까, 저급여였으니까 그렇게 됐겠죠. 얼마를 받았는지 혹시 아십니까?

[이대로]
제가 일단 알기로는 형이 받았던 임금 수준 자체가 조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낮았고요. 연출 책임을 지고 있던 프로그램 중에서 아름다운 충북을 예로 들면 1회분에 일주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방송인데. 그 방송을 촬영하기 위해서 2일간 촬영을 진행하고 돌아와서 3일 동안 편집을 하게 되고요.

나머지 남은 2일 휴일은 쉬지 못하고 다음 주에 있는 걸 기획하고 준비를 하게 되는, 그러니까 즉 일주일 동안 계속 내내 일을 해야 되는 구조로 돌아갔었고. 그런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회당 40만 원으로 연출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2012년 정도부터 7~8년 동안 무려 계속 임금이 동결됐었던 부분이고.

[앵커]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나요?

[이대로]
네, 없습니다. 그래서 형이 그나마 책임PD였고 연출이었으니까 그 정도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 조연출이라든지 기타 스태프들이나 작가분들은 그것보다 더 낮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한마디로 열정페이인 것이죠.

[앵커]
회당 40만 원이라고 치면 또 일주일에 한 번 방송이 나간다고 하면 월급이 160만 원 정도로 계산이 되는 건데요.

[이대로]
맞습니다.

[앵커]
형님도 그랬겠고 동료들도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사정이. 그래서 형님이 대표해서 회사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고 들었거든요. 회사의 반응 등은 어땠다고 합니까?

[이대로]
저희 형은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자필로 서명했던 것처럼 형 혼자만을 위해서 건의를 하고 싸웠던 것이 아니고요. 동료들의 그런 조건이나 처우가 너무 열악해서 이것으로는 일을 할 수가 없다라고 판단을 하고 대표로 임금인상과 그리고 제작을 하는 데 있어서 최소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원 충원에 대해서 건의를 했었고요.

그 당시에 건의를 했던 하 모 국장, 청주방송의 하 모 국장한테 건의를 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일을 그러면 그만두는 걸로 알겠다, 이 얘기를 한 것 자체는 그렇게 됐었고. 그 부분은 다른 직원들도 그걸 같이 들었기 때문에 지금 증언을 해 주고 있는 부분이고요.

그 이후에 바로 프로그램에서 하차가 됐고 그 프로그램은 바로 다른 외주 기획사를 찾아서 계약을 해버렸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심지어 저희 형이 제작을 했던 그런 비용보다 더 훨씬 높은 금액으로 계약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렇게들 보고 있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감히 프리랜서 PD가 회사에 건의를 해 라는 명목의 괘씸죄로, 본보기로 그런 부당해고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앵커]
차라리 다른 외주업체에 더 비싼 가격으로 주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안 된다, 이렇게 했다는 말씀이군요?

[이대로]
맞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 이후에 내가 이 회사에 알바도 아니고 프리랜서도 아니고 14년 동안 회사의 모든 일을 지시하는 대로 다 한 프로듀서다. 아마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신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일단 인정받지 못한 거죠?

[이대로]
네, 맞습니다.

[앵커]
그 사유를 좀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대로]
일단 근로자성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근로지휘나 감독보고 체계가 있었느냐, 이 부분인데요. 저희 형의 14년이라는 그런 일을 했던 시간과 증거, 그리고 동료 직원들의 사실적인 진술서는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켰습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그런 조건을 만족시켰고.

그런데 판사의 판결은 14년 전에 단지 저희 형이 입사를 했을 때 정규직 채용 과정이 아니라 프리랜서 AD로 입사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판단을 했던 거고 더군다나 지휘감독은 인정을 한다, 회사에서 지휘감독했던 건 인정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그런 앞뒤가 안 맞는, 이해할 수 없는 근거들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고요.

CJB청주방송 또한 저희 형이 PD가 아니었다는 뉘앙스와 정규직처럼 기한이나 기타 기획서, 작업들은 하지 않았다라고 내부 팀장들하고 동료 직원들한테 회유나 압박을 해서 위증자료들을 만들기 시작했고요.

그런 위증된 자료들을 청주방송은 판사에게 제출을 한 것이고 그 판사는 그런 위증된 자료들을 객관적인 판단이나 이런 것 없이 단순하게 판결문에도 CJB청주방송에서 전달했던 그런 문서 그대로 카피해서 옮겨놓는 수준으로 판결문을 작성해 버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형이 PD의 지시를 받아서 PD가 시키는 일만 한 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지시를 받아서 회사일을 했다는 어떤 근거들이나 아니면 일들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이런 일도 하고 이런 일도 하고...

[이대로]
네, 그건 소송 중에 법률대리인분하고 저희 형이 거기에 대한 회사 측의 중요 지자체 보조금 사업, 아니면 보조금 사업이라든지 기타 행사들이나 아니면 뭔가 관련된 설명회 같은 때 저희 형이 연출, 이재학PD라는 이름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담당 위 팀장이라든지 아니면 위의 국장, 하 모 국장이라든지 이런 분들의 사인이 심지어는 있는 문서들이 다량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 중에서도 그런 걸 제출을 했었고 저희 형 유품을 정리하면서 약 1박스 반 이상의 그런 문서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앵커]
그런데 또 법원이 청주방송 측에 제출하라고 했는데 또 방송사 측이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자료인가요?

[이대로]
그 부분이 저희 형을 어떻게 보면 이런 소송까지 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자료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마 2017년 말에 생산된 자료인데 CJB 측에서 먼저 이런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나 프리랜서 PD들에 대해서 노동성을 의심했었고요.

자체적으로 노무컨설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실태조사를 회사가 먼저 했었고 그걸 바탕으로 노무법인 법률감독까지 나온 입장에서 그게 책자로 나왔었고. 그 책자나 그 검토 결과는 근로자성이 인정된다. 그런 부분들이 적혀 있던 문서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서 저희 제작진이 CJB청주방송 측하고 통화가 된 모양입니다. 그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답변이 온 것 같은데요.

[이대로]
거기에 대해서는 지금 일관되게 청주방송은 소송 때부터 노무 컨설팅을 받은 것은 인정한다. 그런 걸 본 사람들도, 실제 담당자들도 CJB 내에 많다, 이렇게 입장을 저희한테 정확히 얘기를 했고 단 자료는 현재 찾을 수 없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 노무 컨설팅 자료는 3년의 의무 보관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걸 일부러 은폐하고 삭제를 했다면 지금 의무 보관을 지키지 않았다는 관점을 넘어서 매우 위중한 법적 책임을 지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히 저희가 짚고 넘어가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런 동료들의 증언 같은 게 재판에 다 제시되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저희 형 동료들이 형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주는 진술서를 써줬었고요. 그런 진술서를 써줬다라는 것을 CJB청주방송 측이 눈치를 채고 그런 직원들에 대해서 회유나 압박 같은 것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 때문에 그런 회유나 압박을 받은 동료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었고요, 소송 중에. 그걸로 인해서 진술서를 번복하게 되는 그런 경위도 있었고 지금 현재는 그렇게 번복을 어쩔 수 없이 했던 친구들이 다시 진술을 다시 해 줬습니다.

다 회사의 압박이었고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회유를 하고 심지어 가족까지 들먹이면서 협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저희 유가족한테 사죄를 했고요. 거기에 대한 진술서도 다시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앵커]
그리고 CJB청주방송 측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 이렇게 약속했는데요. 현재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됐습니까?

[이대로]
진상조사위원회는 솔직히 일주일 전에 시작을 이미 했어야 됐습니다. 그런데 그 진상조사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청주방송 측에서 저희랑 약속했던 일정을 계속 어기게 됐고요.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 번복이라든지 저희가 최소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해서 최소한의 조건들을 서로 약속을 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일방적인 조건은 아니었고요. 그런 조건들을 계속 번복하고 어기게 되면서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재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이런 진상조사 자체가 미뤄지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어서 공대위를 통해서 오늘, 내일 중에 아마 공문 형식으로 발표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노동부도 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빨리 공동대책위원회가 진상규명부터 제대로 하고 어떤 결과를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방송계의 워낙 뿌리깊은 관행이기도 해서 일고에 바꿀 수는 없겠습니다만 형이 원하셨던 그런 결과들을 저희도 받아서 방송계 전체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해 봅니다. 오늘 이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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