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블랙리스트 낙인' 봉준호, 오스카에 역사를 쓰다

[앵커리포트] '블랙리스트 낙인' 봉준호, 오스카에 역사를 쓰다

2020.02.11. 오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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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이른바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노동당원이었다는 이력과 함께 봉 감독을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했는데요.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한국의 많은 예술인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한 악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봉준호 / 영화 감독(지난해) : 더 힘든 처지에서 활동해 오신 연극이나, 문학 쪽의 창작자분들이 실질적인 피해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 이제 다 과거죠. 두 번 다시 우리 역사에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 배우 송강호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변호인'을 찍었다는 이유 등 때문이었는데요.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그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뼈 있는 수상소감을 남겼습니다.

[송강호 / 배우 (2017년) : 몇 명의 관객, 또 그 효과가 불과 며칠밖에 가지 않는다 해도 저는 그 순간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의 숨은 조력자 이미경 CJ 부회장도 과거 박근혜 정부에 찍히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죠.

이 부회장이 이끄는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2년 영화 '광해'를 배급해 당시 정권의 눈 밖에 났을 거라는 추측이 많았는데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청와대가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손경식 / CJ 그룹 회장(2017년 1월) : (박근혜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 이야기는 저희 그룹에 있는 이미경 부회장이 조금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 뭐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자리를 비켜달라는 게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회사를 좀 떠나줬으면 좋겠다. 그날 조 수석 말은 (박근혜) 대통령 말씀이라고 저한테 전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낙인을 딛고 세계 속에 우뚝 선 봉준호 감독과 영화인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며 오스카 수상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극찬했는데요.

숱한 부침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덕에, 봉준호 감독은 충무로가 배출한 세계적 영화 거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차정윤 [jych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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