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뉴스 - 더인터뷰] 기생충, 韓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쾌커!

[더뉴스 - 더인터뷰] 기생충, 韓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쾌커!

2020.02.10. 오후 2:3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이종원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강유정 영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습니다.

한국 영화 101년 만에 아카데미 첫 수상은 물론이고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갔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유정]
안녕하세요.

[앵커]
평론가님, 저도 저희 뉴스가 1시 반에 시작되는데 들어오기 전에 생중계를 힐끔힐끔 봤거든요. 그런데 각본상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거니 했는데 어, 감독상도 받네? 하고 들어왔는데. 뉴스 직전에 작품상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놀랐는데 우리 평론가님께서는 전문가로서 몇 관왕을 예상하셨습니까?

[강유정]
저도 소극적으로 2관왕 정도. 왜냐하면 각본상을 안 주면 이건 아카데미의 너무 배타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거라고 봤고요. 감독상이나 작품상 하나 받으면 좋겠다라고 그렇게 기원을 했던 거지 확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국제영화상도 사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부분 아닙니까?

[강유정]
그건 거의 당연히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성과 인지도 모두 보는 게 바로 이 부문인데 그 부문에서 다른 여타 후보작보다 흥행기록도 좋고 그리고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작품상면에서도 입증을 받았고 그런 점에서 거의 확실시됐던 장르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그런데 아무래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작품상하고 감독상을 같이 받은 거잖아요. 쉽게 생각해서 우리 국내에도 시상식이 꽤 있는데 한 작품에 이렇게 몰아주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미국 아카데미상은 어떤가요?

[강유정]
최근의 경향을 보면 조금 더 뚜렷합니다. 가령 작품상을 받았던 작품을 보자면 문라이트라든가 아니면 스리 빌보즈 이런 부분들이 감독상과 함께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러니까 왜냐하면 그렇게 압도적인 영화라고 우리가 표현하잖아요.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으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이렇게 압도적이라하고 할 만한 작품들이 최근에는 없었다고 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게다가 비영어권 영화입니다. 비영어권 영화인데 그것도 프랑스어나 혹은 스페인어처럼 낯익은 비영어권 영화가 아니라 완전히 낯선 한국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자막 1인치의 벽을 넘었다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작품상, 감독상 모두를 받았다는 건 한편으로는 첫 번째, 가장 봉준호 감독 영화가 우수하다는 그런 징표가 될 수 있겠지만 두 번째는 아카데미가 이것을 기점으로 정말 변화의 신기원을 삼겠다라고 하는 자기 정화의 선언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앵커]
그러니까 배우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는 말씀이신 거죠? 92년 역사상 처음.

[강유정]
왜냐하면 당연히 미국 영화제로 출발한 게 바로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대부분 영어권 영화, 미국에서 상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가 세계화 되기 전까지는 굳이 거기서 상영할 수 있는 외국어 영화라는 게 드물었고요. 물론 비경쟁부문이었을 때는 일본 영화들이 특별상을 수상하거나 이런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에 외국어로 된 영화가 이렇게 작품상을 받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앵커]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강유정]
일단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조합으로 나뉘어져서 자기 전공 분야에 노미네이트를 합니다. 후보작을 만드는데요. 우리나라 영화상도 심사해 보면 후보작 선정이 거의 반 이상입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상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후보를 제대로 못 올리면 그 안에서 주어진 상이라서 좋은 작품들이 아예 빠져나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전문성이 높은 상이고요. 그 이후에 정해진 다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바뀐 것 중 하나가 장편영화상 같은 경우에는 5번의 후보를 모두 보지 않는 그런 투표자들은 투표할 수 없게끔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전문성을 강화한 거죠. 그냥 영화의 인지도를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모든 부문에서 다 투표를 하기는 합니다마는 어쨌든 영화인들에 한정된다는 건 분명합니다.

[앵커]
아무래도 전문심사위원단 몇몇이 모여서 수상작을 결정한 게 아니라 영화제작산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직접 투표로 선정했다는 면에서 더 의미가 크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강유정]
굉장히 의미가 크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칸이나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좋은 상을 받고도 왜 그러면 작품상을 지금까지 못 받았느냐라고 한다면 어떤 점에서 예술성 있는 영화들은 재미가 떨어진다. 대중성과 인지도가 낮아진다는 부분에서 이 격차를 극복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기생충이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흥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어떤 문화적 변화에 동참한다라는 그런 공동의 의식이 형성됐던 겁니다. 그래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도 이 영화의 진가를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 없이 볼 수 있게끔 하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4관왕 시상식에 참석해서 배우 송강호 씨가 기쁨을 함께 나누었는데. 지난 17년 동안 4편의 작품을 함께했다고 합니다. 봉 감독의 촘촘한 연출력과 또 송강호 씨의 섬세한 연기력이 만나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왔는데요. 이 내용 리포트를 준비해 봤습니다. 김승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으로 만났습니다.

짧은 대사 한 줄까지 두 사람의 호흡이 빛났습니다.

[송강호/ 배우 (2013년) : 그 대사는 한 3일 전부터 고민해서 제가 만들어낸 대사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 그 장면에서 뭔가 말을 할 것 같은데요. 이러고 쓱 지나가고.]

괴물과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17년 동안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송강호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지난해) : 왠지 강호 선배님과 있으면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더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의지가 되는.]

'기생충'에서 봉 감독이 리얼리즘의 진수를 보여줬다면, 송강호는 설득력 있는 연기로 연체동물 같은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송강호/ 배우 : (장르의) 낯섦 같은 것들이 좀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신기하기도 하고, 리얼리티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란 측면을 많이 고민하게 됐죠.]

[봉준호/ 영화감독 : 많은 배우와의 앙상블 중에서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그런 강호 선배님의 위력을 이번에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송강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 불발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쓴 '기생충'의 든든한 주역임은 분명합니다.

[송강호/ 배우 : 기생충처럼 새롭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계속 만나고 열심히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이상을 추구할 예정입니다.]

YTN 김승환입니다.

[앵커]
그런데 평론가님, 오늘 시상식을 보면 앞서서 다른 상을 받을 때는 혼자 올라가거나 아니면 각본상을 받을 때는 다른 작가분하고 봉준호 감독이 같이 올라가서 받았는데 감독상을 받을 때는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갔어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강유정]
사실은 배우조합상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그렇게 앙상블상을 수상하면 주연, 조연에 후보가 오르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연기가 다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주연도 조연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주, 조연을 나눌 것 없이 굉장히 비등비등한 앙상블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아마 후보가 되지 못한 거지, 연기력이 부족해서는 아닌데요. 그 부분에서 아마 봉준호 감독은 작품상을 못 받을 경우에 이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즐길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마 작품상이 얼마나 그렇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배우들과 함께 일단 감독상은 혼자 감독의 영예의 순간이지만 함께 나누겠다라는 걸 보여줬고요. 그리고 사실 이게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입니다. 언제나 배우들과 함께 나눴지, 감독이 내 모든 것의 예술의 중점이다라고 그런 식으로 영화를 혼자 독식하려고 하는 그런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의 개성을 잘 보이는 수상현장이었습니다.

[앵커]
작품 내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저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게 감독상 받을 때의 봉준호 감독의 표정이었거든요. 그 전에 두 차례 상을 받을 때와는 또 다른 표정이었어요.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마를 살짝 짚으면서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수상 가능성을 스스로 낮게 봤던 것일까요, 어떻게 보세요?

[강유정]
그럴 수밖에 없죠. 오늘 리포트에도 92년 만에 처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거의 영화 100년사 수상의 이력에서 내가 1번이 될 거라고 쉽게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오히려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사실 그 표정은 칸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겸양했었던 감독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감독상, 작품상 모두에 한국 영화 특히 기생충의 수상이라는 점은 단순히 오늘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영화사 나머지, 우리가 앞으로의 100년 사에서 계속 분석하고 한편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되게 중요한 역사적 지점이 됐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앞서서 감독상 받을 때 배우들과 함께 한 건 배우들에 대한 배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또 한편으로는 작품상까지는 우리 봉준호 감독도 기대하지 못한 게 아닌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강유정]
상이라는 게 기대한다고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언제나 기대 이상의 순간이라는 게 상의 운명이기도 한데요. 아마도 이 작품을 두고 아카데미가 계속해서 너무 미국의 중점적인 문화를 로컬 영화제라고 봉준호 감독이 언젠가 인터뷰를 통해서 살짝 비꼰 적이 있죠. 미국 영화 그리고 영어로 된 영화 외에는 공정한 판단의 기준을 들이댄 적이 있느냐. 그리고 또 한 번의 수상소감에서 자막 1인치의 벽만 넘어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정말 그것을 넘을 것인가에 대해서 아마 저희도 마찬가지고 봉 감독 역시도 약간의 마지막 의구심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의구심이지만 작품상을 받았다는 건 그 결과에 주목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여기서 다시 한 번 저희가 다시 한 번 관련 리포트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각본을 쓸 때 미리 인물들의 동선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세트장을 구성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영화의 주제의식을한층 더 돋보이게 해줬습니다. 김현아 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오겠습니다.

[기자]
'기생충'의 큰 주제인 빈부 격차는 영화 세트장에도 묻어있습니다.

기택의 가난한 집에는 냄새까지 만들었고,

[박소담/ '기생충' 기정 역 : 되게 아늑했거든요. 정말 실제로 냄새도 났고.]

[이하준/ '기생충' 미술감독 : 소품 하나하나가 정말 오래된 것하고 지하의 특유의 곰팡이 냄새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어요.]

박 사장의 집은 유명 건축가들의 집을 참고해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봉준호/ '기생충' 감독 : 동선이 어떻게 꺾어지느냐 이런 것들을 제가 시나리오 쓸 때 미리 다 구상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술감독님한테 이미 대략의 주문은 했어요. 건축가분께서 하는 말씀이, 아무도 집을 이렇게 짓지는 않는다.]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조차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하실로 연결되는 계단은 수직의 느낌을 선명하게 살리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히 그려냈습니다.

박 사장 집 벽에 걸린 어린 다송이의 그림.

어린이의 서툰 그림 같지만 래퍼 출신 미술 작가 정재훈 씨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을 본 봉준호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의뢰했습니다.

[정재훈/ 래퍼 출신 화가 :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그림이 될 테니 잘 좀 부탁 드린다고. 스키조프레니아 존(조현병 구역)을 좀 더 신경 써 달라고, 그리고 또 하나는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의 얼굴이 보였으면 좋겠다….]

'봉테일' 별명답게 세밀하게 기획된 그림은 영화 속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YTN 김현아입니다.

[앵커]
앞서서 평론가님께서 1인치의 자막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사실은 봉준호 감독이 앞서서 골든글로브 수상할 때 수상소감으로 한 이야기였잖아요. 그래서 재치있는 수상소감도 항상 관심인데오늘은 또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본인이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본인이 상을 받았다면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강유정]
지금 같이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 같은 경우에는 저도 그렇지만 봉준호 감독도 영화를 공부하면서 교과서처럼 따라갔을 감독이라는 겁니다. 거의 스승급인 감독과 같이 나란히 후보에 올랐는데 자신이 상을 받은 것에 대한 겸허함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수상소감을 해서 지금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역시 이런 감독상에서의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는 태도도 이번에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굉장히 한국식, 동양식 겸손함을 늘 갖고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 모습을 해외에서도 참 좋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아무래도 봉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힐 때 중간중간 객석에 있는 다른 배우들이나 해외 감독들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는데 다 같이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그런 미소를 짓고 있었거든요. 이런 것도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앵커]
교수님, 죄송한데요. 지금 현지 그림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잠시 후에 봉준호 감독과 스태프들, 배우들이 현지에서 특파원단 포함 또 현지로 찾아간 우리 기자들 상대로 해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인데 지금 그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인 장소를 지금 실시간으로 보고 계십니다. 저희가 잠시 후에 기자회견이 시작되면 현지 연결해서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 드리도록 하고요. 교수님과 또 이야기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해 주시던 거 계속 말씀해 주시죠.

[강유정]
그래서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수상소감이라는 것을 단순히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한다기보다 아마 제3세계 영화계의 영화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고 미리 준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통역과 번역의 훌륭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요. 그 훌륭함이 얘기될 수 있을 만큼 어떤 점에서는 영어로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특히 미국 시장의 소비자라든가 영화제작자와 영화참여자마저도 귀를 닫는 경향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기생충의 수상소감이라는 건 또 한편으로는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선택했다는 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저도 영화 기생충 봤습니다.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저희야 우리나라 영화니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화제라고 하고 영미권에서도 흥행을 이어갔던 배경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강유정]
일단 2080의 문제 그러니까 20 대 80. 양극화의 문제라는 건 전 세계 문제라는 건 다들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이걸 눈앞에 즉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의 특별한 점이라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는 데 탁월하다는 겁니다. 만약에 반지하방과 부잣집이라는 그런 시각적인 장치와 미술을 통해서 드러내지 않았다면 단순히 이 주제는 전달되기에는 조금 버거운, 마치 18세기의 레미제라블과 다를 바 없는 얘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대적인 소재를 통해서 보여주고 그리고 이 인물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자기가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면 관객들은 좀 멀어지기 마련인데 희비극으로 웃기면서 슬프게 연출하다 보니까 언어권이 다르더라도 저 상황은 무엇일까라고 몰입하게 되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중간에 스릴러, 마지막에 미스터리, 마지막에는 결국 비극인가라고 끊임없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런데 요즘 관객들은 생각 안 하고 카우치에 기대서 편하게 보는 영화가 익숙해져 있는데 어라? 이건 뭐지라고 언어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긴장을 하게끔 한, 기분 좋은 긴장을 준 영화로서 의미 평가를 해야 됩니다.

[앵커]
지금 설명해 주신 부분이 봉준호 장르라고 보면 되는 겁니까?

[강유정]
그렇죠. 그게 바로 봉준호 장르입니다. 대개 지금 만든 영화들, 작품상과 감독상에 오른 영화들은 장르가 거의 하나입니다. 하나로 얘기가 됐는데 봉준호 감독은 아마 지금 이번에 후보작이 된 것도 어떻게 설명이 되냐면 굉장히 메타포가 좋고 스릴러이기도 하고 블랙코미디기도 하고 굉장히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섞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움이 봉준호 감독의 특징입니다.

[앵커]
장르가 봉준호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로 상당히 독특한 예술성을 봉준호 감독은 선보여왔습니다. 특히나 기생충은 부조리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녹아있으면서도 대중성까지 놓치지 않았는데요. 이 내용도 리포트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기자]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영화계 샛별로 떠오릅니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목받은 그는,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연쇄 살인사건 당시의 시대상과 디테일한 표현이 돋보여 '봉테일' 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 (2013년 GV) : 저는 그 인물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쓸 때 엄청 고민과 조사도 많이 했습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괴물'에 이어 '설국열차'와 '옥자'까지.

계급, 자본주의, 부조리 같은 문제의식도 봉 감독의 영화에서는 풍부한 상상력과 흥미로운 캐릭터로 힘을 얻었습니다.

[고아성/ 영화배우 : 봉 감독님은 결코 평범한 역할을 주시지 않으세요. 사실 배우한테는 굉장히 드문 기회고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기생충'에는 봉 감독의 세계관이 가장 정교하게 녹아 있습니다.

빈부 격차라는 무거운 주제를 친숙한 상징과 은유, 적절한 유머로 풀어내 각국의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모두 끌어냈습니다.

[봉준호/ 감독 : 저는 영화적 아름다움이나 장르의 흥분을 되게 좋아해요. 자려고 누우면 자꾸 뭔가가 머릿속에서 이상한 여운, 뒤끝이 남아서 머릿속을 맴도는.]

[송강호/ 영화배우 :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이후에 봉준호 감독의 정말 놀라운 신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라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늘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면서도 치밀함을 잃지 않은 봉 감독의 영화적 도전이 아카데미상에서도 통했습니다.

YTN 신윤정입니다.

[앵커]
평론가님, 저희가 리포트 안에서도 송강호 씨 인터뷰 여러 번 나갔는데 저는 비전문가로서 궁금한 점이 우리 기생충이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았는데 각 대륙에서요. 그런데 왜 우리 배우들에 대한 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강유정]
이번에 주, 조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을 보면 정말 한 사람. 조커 영화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건 내 영화다라고 딱 1인극의 영화들이 주로 상을 받게 됩니다. 조연도 마찬가지고 나는 조연이다라고 뚜렷하게 보여줘야 되는데요. 그게 또 기생충의 특이한 점입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알기 어렵고 또 하나 누가 선과 악인지도 가리기 어렵습니다. 가령 이선균 씨가 맡은 그 사장은 악역인가 선인인가 말하기 쉽지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송강호 씨도 악인인가 선인인가 따지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카테고리 안에서 이걸 주연으로 넣을 것이냐, 조연으로 넣을 것이냐.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봉준호 장르라고 설명될 수밖에 없는 게 배우상이 아무도 노미네이트 될 수 없고 어디에 노미네이트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곤란함으로 표현되는 거죠.

[앵커]
지금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는 최고를 찍은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평론가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강유정]
저는 최고의 찍었다기보다 이제 또 다른 무대에 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150억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경쟁작이었던 1917이 1500억짜리 영화거든요. 이제 봉준호 감독은 그 정도 큰 규모의 돈을 가지고도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닙니다. 봉준호 감독이 머릿속에 꿈꾸던 내용에 대해서 충분한 제작비가 들어올 때 어떤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저는 또 다른, 말하자면 봉준호 감독님이 굉장히 고자본적인 영화 어벤저스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까지 저는 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지금까지 예술성 있는 대중성이라는 점에서 조금 좁은 의미였다면 봉준호 감독은 또 다른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아직 미개척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저는 생각해서 정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앵커]
짧게 부탁드릴게요 앞으로 해외에서 투자가 늘어날까요?

[강유정]
당연하죠. 이게 미국에서 활동하던 감독들에게도 훨씬 더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훨씬 더 많은 제작지원이 들어오고 캐스팅, 배우들만 하더라도 약 20% 이상의 캐스팅에 대한 훨씬 더 상승 효과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지의 감독이었던 그리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영화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는 건 어마어마한 인지도와 대중성을 높였다라는 거고 이건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듯이 그다음에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 거냐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거든요. 이 궁금증과 실력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굉장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혀져서 저도 그다음에 어떤 행보를 갖게 될지 기대해 보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거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다는 소식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유정]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