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노래’ 전에는 마카레나가 있었다? 음악 챌린지의 성공사례

‘아무노래’ 전에는 마카레나가 있었다? 음악 챌린지의 성공사례

2020.02.05.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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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노래’ 전에는 마카레나가 있었다? 음악 챌린지의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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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아무노래’ 전에는 마카레나가 있었다? 음악 챌린지의 성공사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춤.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 하고 싶으신 분! 핫한 음악 발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싶은 분들! 이 시간을 활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 조현지> 저희가 내일 웬수랑 이 아무노래 챌린지 얘기를 해보려고 하다가 전문가한테 물어봐야겠다 싶었어요. 요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정말 핫하더군요.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이하 정민재)> 그러게요. 이 노래가 지난 1월 13일에 나왔으니 이제 거의 발매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차트 1위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어요. 방탄소년단의 신곡도 이 노래를 넘지 못 했죠. 연초부터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 조현지> 민재 씨는 ‘아무노래 챌린지’ 안 하세요?

◆ 정민재> 저는 낯가림이 심한 스타일이라서 언감생심 꿈도 안 꾸는데, 제 주변에는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찍어서 올리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노래’ 열풍이다, 틱톡에서 조회 수가 억 단위에 달한다, 뭐 그런 기사를 보기만 하다가 막상 이렇게 내 눈으로 내 지인이 그 춤을 추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인기가 실감 나서 신기했습니다.

◇ 조현지> 노래는 어떻게 들으셨어요?

◆ 정민재> 재밌더라고요. 힙합곡이지만 남녀노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캐치한 매력이 확실히 살아있고, 가사도 또박또박 잘 들려서 어렵지 않게 소화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여러모로 히트를 욕심낸 곡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차마 미워할 수 없는, 지코의 센스를 확인시킨 곡이었습니다.

◇ 조현지> 히트를 욕심낸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 정민재> 지코 씨가 지난해에 첫 솔로 정규앨범을 냈는데, 이게 이전만큼 대중의 호응을 얻진 못 했습니다. 2018년 말에 블락비 활동을 관리하던 소속사에서 나와 홀로 회사를 차리고 래퍼로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다지고자 했는데, 솔직히 흡족할 만한 성과라고 보긴 어려웠죠. 그런데 지코는 원래 대중 감각이 뛰어난 아티스트거든요. ‘Soulmate’ 라든지 ‘Artist’, ‘She’s a baby’ 같은 솔로 히트곡도 많고요. 그런 면에서 ‘아무노래’는 전작의 아쉬움을 만회할 만한 회심의 노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 조현지> ‘아무노래 챌린지’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정민재> 그렇죠. 사실 음악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챌린지라는 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일반 대중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이들을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유행을 만드는 마케팅 수법이거든요. 쉽게 말해 사용자의 콘텐츠 제작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의 승리인 겁니다. 그러나 모든 챌린지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특정 노래가 챌린지를 통해 인기를 얻은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곡이 있지만, 잘 기획된 챌린지만이 가공할 만한 펀치로 이어졌죠.

◇ 조현지>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챌린지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 정민재> 일단 노래가 매력적이어야 하는 건 기본이죠. 여러 번 듣고 싶어야 챌린지를 할 마음도 생기니까요. 이건 논외로 하고, 제가 생각할 때 챌린지 흥행의 관건은 얼마나 도전해볼 만 하느냐인 것 같아요. 따라 해야 하는 안무가 너무 어렵다면 그걸 해볼 생각도 못 하겠죠. 현아의 ‘Flower Shower’, 박진영의 ‘Fever’, 미국 가수 시아라의 ‘Level Up’은 이런 측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챌린지가 아니었습니다. 쉽게 해볼 만한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동선도 영 복잡했죠.

◇ 조현지> 얘기를 듣고 보니 ‘아무노래’는 확실히 간편하고 포인트가 있네요.

◆ 정민재> 일단 하체 사용이 없다시피 하고, 안무 자체가 느릿느릿하면서 움직임도 적고 반복적이니 춤을 못 추는 사람도 몇 번 안 보고 따라 할 만 하죠. 챌린지라는 용어가 붙기 전에도 대중이 따라서 춘 춤은 전부 이런 성격이었잖아요.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를 떠올려 봐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춤이었고, 원더걸스의 ‘Tell me’도 몇 번만 해보면 어렵지 않았죠.

◇ 조현지> 한편으론 체조 같았던 ‘마카레나’ 춤이 생각나네요. 해외에선 이런 챌린지의 성공 사례가 많다고요.

◆ 정민재> 음악계의 챌린지는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인기와 함께 보편화 되었는데, 흔히 2018년을 기준점으로 봅니다. 2018년에 챌린지를 통해 여러 히트곡이 나와서 오죽하면 2018년을 음악 챌린지의 해라고 할 정도죠. 물론 이전에도 챌린지라는 용어가 없었을 뿐, 특정 노래의 안무를 따라서 추고,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하는 유행은 있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그렇고, 그 이전 바우어라는 디제이의 ‘Harlem Shake’도 그랬죠. 지금 들을 노래도 마찬가지인데요, 2016년에 나온 미국의 2인조 힙합 듀오 레이 스레머드의 ‘Black Beatles’입니다. 이 노래를 배경에 깔고 마네킹처럼 포즈를 잡고 있는 ‘마네킹 챌린지’가 2016년에 미국 전역에서 대유행하면서 이 노래가 인기 차트에 올랐죠.

M. ‘Black Beatles’ - Rae Sremmurd

◇ 조현지> 최근 소셜 미디어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와 더불어 음악계의 챌린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방금 들은 노래 ‘Black Beatles’는 2016년의 히트곡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현재 유행하고 있는 챌린지 문화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 정민재> 그렇죠. 물론 더 예전으로 돌아가 본다면 바우어의 ‘Harlem Shake’,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Party Rock Anthem’ 같은 곡도 있고요. 당시엔 틱톡이 없었기 때문에 유튜브로 상당수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지금도 마네킹 챌린지, 할렘 쉐이크를 검색하면 당시의 수많은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조현지> 이러한 챌린지가 유행하고 마케팅의 방법이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정민재> 챌린지의 핵심은 ‘놀이 문화의 공유’입니다. 여기에 음악이 재료로 들어간 거죠. 의미 면에서는 플래시몹과도 상통하는데, 이게 오프라인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전파되어 더 빠르고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챌린지가 유행만 한다면 해당 음악의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는데, 반복 감상, 맞춤형 감상에 유리한 스트리밍이라는 청취 방식까지 갖춰져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케팅 방법인 거죠. 여기에 셀러브리티가 챌린지에 동참한다면 그 폭발력은 더욱 커지게 되고요.

◇ 조현지> 얘기를 들으니 최근 들어 음악계에 챌린지가 많아진 이유를 알 것 같네요.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볼까요?

◆ 정민재> 실제로 이러한 음악 소비의 흐름을 일찍이 간파하고, 차트 공략을 위한 기획을 통해 나온 노래가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였죠. 그 결과 빌보드 차트에서 19주 1위를 달성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요. 캐나다의 래퍼 드레이크가 2018년에 낸 ‘In my feelings’는 ‘Old town road’가 나오기 전까지 챌린지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 중 하나였습니다. 차도에서 하트를 날리고 운전하는 듯한 춤을 추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을 하면서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올랐던 곡인데,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트와이스의 모모와 채영 등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노랩니다.

M. ‘In My Feelings’ - Drake

◇ 조현지> 음악계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 앞으로도 챌린지를 시도하는 노래는 계속 나올까요?

◆ 정민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당분간 이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물론 해외에선 이미 몇 년 된 방식이지만, 틱톡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유행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매력적인 홍보의 수단이죠. 최근에는 카밀라 카베요가 ‘My oh my’의 챌린지를 시동 거는 듯하더군요. 국내에선 지코의 ‘아무노래’가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적인 챌린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벤치마킹하려는 가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중의 입장에서도 당분간은 신선하다고 느낄 여지가 많고요.

◇ 조현지> 올해 또 어떤 챌린지가 나타날지, 혹은 예상과 달리 유행이 저물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네요. 마지막 노래는 어떤 곡 들을까요?

◆ 정민재> 오늘 길게 이야기했는데 정작 노래는 안 들었죠. 지코의 ‘아무노래’ 들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못 들어보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생소하다면 이번 기회에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조현지> 네, 그럼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지코의 ‘아무노래’ 들을게요.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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