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박찬욱 이을 차세대 주자 없다

봉준호·박찬욱 이을 차세대 주자 없다

2020.01.12. 오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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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장 양극화…감독 키우는 풍토 마련 못 해
"흥행에 모험 걸지 않겠다"…감독 데뷔 무대 축소
스크린 독과점 고착화…악순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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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상에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제2, 제3의 봉준호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봉준호 감독이 2000년에 선보인 영화 '플란다스의 개'입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강아지 실종사건을 다룬 코미디영화였는데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이름 없는 감독 봉준호가 영화 제작자들에게 내민 '살인의 추억'

범인이 안 잡히는 스릴러 영화는 대부분 실패하는 분위기였지만 제작사는 결단을 내렸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서기까지는 이런 영화 제작사들의 모험과 도전이 있었습니다.

[심재명 / 명필름 대표 : 무모할 정도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감독들의 작가 정신에 손을 들어줬던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제작풍토, 영화산업 환경이 지금과는 굉장히 많이 달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감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만 관객 영화는 총 다섯 편.

CJ ENM의 배급이 두 편, 월트디즈니가 세 편을 차지하는 등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흥행이 확실한 영화에만 투자하겠다는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입니다.

관객 3백만∼5백만의 이른바 '중박 영화'가 거의 사라지며 감독들의 데뷔 무대도 크게 좁아졌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이런 구조를 고착화하고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용배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이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책임은 이런 것을 방관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의원님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고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안은 올해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신인 감독들의 성장까지 가로막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sunn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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