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가 최고의 국빈에게 대접한 음식은?

고종황제가 최고의 국빈에게 대접한 음식은?

2019.09.21. 오전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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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여 년 전 대한제국 황실은 서양과의 교류를 위해 외국인 손님이 오면 서양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을사늑약 불과 두 달 전,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 딸을 초청한 고종은 어떤 메뉴를 선택했을까요?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러일 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동북아 패권을 장악해가던 1905년 7월.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일본에 넘겨준다는 밀약을 맺은 걸 꿈에도 모르던 고종황제는 다급한 심정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미국 대통령 딸을 초청합니다.

9월 20일 오찬에서 최고의 국빈을 맞은 고종이 선택한 음식은 무엇일까?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당시 오찬 메뉴판이 발견됐습니다.

신선로로 불리기도 하는 열구자탕, 메밀 비빔국수인 골동면, 숭어찜 등 17가지 한식 요리에 3가지 장 종류였습니다.

대한제국은 서양 귀빈이 오면 서양 요리를 대접했다는 점, 일본은 앨리스에게 프랑스식 코스 요리를 접대했다는 점에서 예상을 깬 선택이었습니다.

[김윤희 / 덕수궁 대한제국역사관 큐레이터 : 중심은 한식이고 서양식으로 원탁에 앉아서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제공을 받았던 모습에서 대한제국이 지향했던 근대국가의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시 고종은 명성황후 능에서 환영식을 베풀며 일본의 만행을 호소하려 했지만 21살 앨리스는 능의 동물 모양 석물에 올라타는 결례를 범하며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앨리스 루스벨트 초청 연회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대한제국 황실의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이 개막했습니다.

[정재숙 / 문화재청장 : 100년 전에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하는 소박한 호기심에서 봐주셔도 좋고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고종황제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대한제국 식탁에는 격변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황제에서부터 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한 기록을 보면 전통 연회의 나눔의 문화가 근대에도 계승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근대의 번영을 꿈꾸며 고종이 10년에 걸쳐 지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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