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털어놓는 김병지의 '2002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

17년 만에 털어놓는 김병지의 '2002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

2019.07.02.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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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털어놓는 김병지의 '2002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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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히딩크가 밉다"
-17년 만에 털어놓는 2002년 6월의 뒷얘기

온 국민이 축구로 하나 됐던 대한민국의 뜨거웠던 2002년 6월. 그러나 감격과 환희 속에서도 마냥 웃지만은 못했던 이들이 있다. 역사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지만 주인공은 되지 못했던 사람들, 바로 김병지, 윤정환, 최성용, 현영민, 최은성이다. 다섯은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멤버였지만 단 1분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이 중에도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를 넘어 ‘역대 최고의 스타 골키퍼’였던 김병지와, ‘천재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리던 윤정환의 충격은 컸다. 어느새 17년, 다시 6월을 맞은 김병지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YTN라이프의 인기 토크쇼 <아! 그 사람>에 출연한 김병지는 “17년 만에 처음 얘기하는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털어놓았다.

"첫 경기 당일에야 출전 못 하는 것 알아"

“히딩크 감독님이 경기(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 당일 오전 10시쯤 보자고 하더라. 미팅을 하면서 오늘 경기를 운재(이운재)가 뛰는 걸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그때에야 내가 안 뛰는 걸 알았다. 실망감이 매우 컸다. 선수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그런데 첫 경기에 운재가 뛰어서 결과가 좋았고, 그러다 보니 대회 기간 내내 계속 운재가 뛰게 된 것이다.
어쨌든 모든 국민이 바라는 목표 이상을 달성했고, 3-4위전(터키전)은 결과를 넘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경기니 그 경기만큼은 나를 뛰게 해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국민들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내가 못 뛰지 않았나(웃음). 만약 그 경기를 내가 뛰게 해줬으면 내가 존경하는 감독에 히딩크 감독님이 들어 있을 텐데(웃음), 그 경기마저 안 뛰게 되었을 때 ‘아, 나를 미워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도 미워한다(웃음).

"운재도 본인이 주전으로 뛸 줄은 몰랐다"

사실 개막 전에는 전 국민이 내가 주전으로 뛰는 걸로 알고 있었다. 대회 직전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는 홍명보,황선홍 선수 다음으로 내가 꼽혔다. 경기를 앞두면 선수들끼리는 누가 주전인지 다 안다. 운재도 스스로 본인이 주전으로 안 뛰는 걸로 알고 있었다. 대회 앞두고 선수들에게는 입장권이 배부된다. 나는 티켓을 가족,친지들에게 보내줬는데 운재는 안 보냈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운재는 운동하면서도 집중 안 한다고 야단도 맞고 그랬다(웃음).
그런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늘 히딩크 감독님과의 관계가 제일 염려됐다. 항상 감독님 을 보면 나를 스쳐가는 눈빛이 싸한 것을 느꼈다. 늘 그 부분에서 내 마음에 담아두는 게 있다보니 항상 걱정스러웠다. 17년 만에 처음 하는 얘기다.

"히딩크 감독과 1년 이상 불편한 관계 계속돼"

그러나 선수 출전은 감독님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발단은 2001년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내가 하프라인까지 드리블 돌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시 나는 자존감이 너무 셌다. 대표팀에 오면 감독님과 선수의 관계였지만, K리그에 가면 가장 잘한다고 인정받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히딩크 감독님이 나를 대표팀에 안 뽑는다. 혼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여론 때문에 안 뽑을 수 없으니 뽑고...그러면 또 감독님과 나의 관계가 미묘했다. 한번 뽑혔다가 그 다음에는 한번 쉬었다가 또 뽑히고, 이런 관계가 1년 이상 계속됐다.
내가 지금처럼 사회적 경험과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고 지혜가 있었다면 그때 감독님을 빨리 찾아가서 ‘죄송합니다’ 하고, 아부도 떨고 그랬을 텐데(웃음), 당시에는 자존감이 지나쳤다. 자만심과 자존감은 한 장 차이 아닌가. 자만심이 많았다. 그 1년 동안 내가 감독님한테 잘못했구나 하는 걸 이제는 느낀다.

"선수로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 그런 면에서는 히딩크 감독에 감사"

(그래서 지금도 히딩크 감독님이 밉나?) 밉다.(웃음) 감독님은 어른 아닌가. 더 크게 생각해서 3-4위전을 뛰게 해줬더라면 아마 많은 국민들이 감독님을 더 좋아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제 김병지가 더 축구 못하고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로서 타격이 너무 컸으니까... 당시 32세였으니 은퇴해도 이상할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팀의 중심선수라면 팬들, 구단, 그리고 코칭스탭과의 관계를 참 잘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됐다. 팀에 녹아들고, 팬과 함께 하고, 감독님을 이해하고 전술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 부분에서는 또 히딩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웃음). 공교롭게도 그 당시 히딩크 감독님에게 미움 받았던 3명이 있다. 김병지, 이동국, 김용대다. 이 선수들이 다 장수했다. 나는 45세까지 선수생활을 했고, 이동국은 41세인데 아직도 현역, 김용대도 41세에 은퇴했다. 히딩크 감독님에게 야단맞은 선수는 다 장수했다(웃음).”

한 인간으로 성숙해진 김병지의 지금 인생의 모습,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때 얘기들을 YTN라이프의 <아! 그 사람> (MC 유승민, 연출 김진아, 구성 정신선, 조연출 김현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 밖 인생이야기’ YTN 라이프는 뉴스에 다 못 담은 인생의 감동과, 유용한 생활정보를 전하는 YTN의 자매 채널이다. (스카이라이프 90번, CJ헬로 120번, LG유플러스 145번, 딜라이브 138번, 티브로드 152번, SK브로드밴드 157번, KT올레TV 159번, 현대HCN 341번)

17년 만에 털어놓는 김병지의 '2002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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