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서화가들이 붓으로 깨운 '봄날의 새벽'

근대 서화가들이 붓으로 깨운 '봄날의 새벽'

2019.04.21. 오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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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수백 년, 수천 년 전 문화재가 주인공이기 마련인데요.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온 뒤 처음으로 근대 서화만을 주제로 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립니다.

이지은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우뚝 선 백악산 아래 안개 낀 경복궁과 광화문, 해태상이 보입니다.

'근대 서화의 거장' 안중식이 '백악의 봄날 새벽'이란 제목의 이 작품을 그린 건 1915년.

일제가 박람회를 위해 전각을 마구 헐어낸 뒤였지만 그림 속의 경복궁은 이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김승익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 : 계절은 여름, 가을에 그렸지만 제목은 봄 새벽이라고 붙인 이유는 작가가 오히려 잃어버린 조선의 봄, 또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봄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작품에서 안중식은 4m 병풍에 전남 영광의 봄을 그렸습니다.

서양 원근법 영향을 받은 풍경화 곳곳에서 마치 숨은 그림처럼,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대 서화가들은 인쇄 매체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신문 속 만화에는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녹아있고, 전통방식으로 다양한 기물을 그린 그림 속 옛 토기에 담긴 바나나에서는 마치 퓨전 음식 같은 기발함이 엿보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은 곧은 기개를 담은 서화를 남겼는데, 군자금 마련을 위해 그림을 팔았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석란도'는 유일하게 서명이 남아있어 더 특별합니다.

[배기동 / 국립중앙박물관장 : 우리 예술혼을 지키기 위해서 예술가들이 얼마나 고민했던가를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한가지는 새로운 사조를 맞이해서 그 예술 자체가 어떻게 대중 속으로 퍼져나갔는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백 년 전 근대 서화가들의 고민과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6월까지 이어집니다.

YTN 이지은[jelee@ytn.co.kr]입니다.

■ 전시정보
○ 심전 안중식 100주년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 6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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