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언 감독·배우 김수진, ‘생일’과 함께 곁에 있어줘

이종언 감독·배우 김수진, ‘생일’과 함께 곁에 있어줘

2019.04.09.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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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언 감독·배우 김수진, ‘생일’과 함께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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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이종언 영화 '생일' 감독, 김수진 배우


이종언 감독·배우 김수진, ‘생일’과 함께 곁에 있어줘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올해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았습니다.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은 4월의 아픈 기억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제는 뉴스에서도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아낸 영화가 있습니다. 개봉 2주차 역주행. 전체 예매율 1위, 영화 <생일>인데요.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 영화의 이종언 감독, 그리고 이 구역의 씬스틸러, 배우 김수진 씨와 함께합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 이종언 영화 '생일' 감독(이하 이종언)> 안녕하세요.

◆ 김수진 배우(이하 김수진)>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먼저 저희 뉴스FM 청취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 이종언> 청취자분들, 너무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수진> 네, 배우 김수진입니다. 저희 영화 ‘생일,’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조현지> 제가 두 분 소개를 간단히 해드릴게요. 인사는 해주셨지만. 먼저 배우 김수진 씨는 주인공 옆에는 꼭 이분이 있다, 이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아요.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박 상궁, ‘아는 와이프’의 장만옥 계장, 그리고 영화 ‘1987’에서는 주인공 연희의 엄마, 그다음에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주인공 김 신부의 여동생, 이게 가장 최근작들이고요. 그 이전으로 넘어가면 더 많은 역할들을 해주셨는데, 수많은 작품에서 감초 역할이었고요. 없으면 안 되는 역할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우천이 엄마 역할. 주인공 수호네 가족의 옆집 이웃으로 나온단 말이에요. 어떠세요?

◆ 김수진> 저는 사실 씬을 잘 훔치지는 못하는 편이고요. 일단 지금은 우찬 엄마로 무대인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주변분들한테 문자도 보내고, 영화 보러 오시라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조현지> 촬영이 끝난지가 얼마나 됐죠?

◆ 이종언> 저희 촬영은 2018년 초에 끝났습니다.

◇ 조현지> 그러면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또 요즘 영화 홍보하시고 하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실 것 같아요?

◆ 김수진> 사실은 그때보다도 더 자주 만나고 있는 기분이기는 해요. 저희 가족들과 전도연 선배님, 그리고 설경구 선배님. 그리고 저희가 영화 시작 때도 인사를 드리고, 끝나고도 인사를 드리기 때문에 되게 오히려 관객분들한테 감동받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인사 다니고 있습니다. 더 많이 오시면 더 좋겠습니다.

◇ 조현지> 아직도 무대인사 일정들이 남아있죠?

◆ 김수진> 네, 조금 변동이 있기는 한데, 오늘 수원으로 저희가 갈 거고요. 주말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 조현지> 직접 보고 싶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이번에는 제가 이종언 감독님을 소개해드릴게요. 영화 ‘밀양’의 스트립터, 영화 ‘여행자’ 연출부, 영화 ‘시’의 연출부를 거쳐서 이번 영화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에요.

◆ 이종언> 네.

◇ 조현지> 앞선 영화들 제목만 봐도 어마어마한 작품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명작이 탄생하지 않았나. 오늘 오전 기준으로 실시간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어요.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 이종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조현지> 어떠세요? 실감이 되시나요?

◆ 이종언> 글쎄요, 이 영화를 사실 유가족분들의 아픔, 우리 모두의 아픔에서 시작됐지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관객분들만 생각하면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바라는 것은 관객분들이 많이 보시고, 본인에게도 위안이 되는 시간도 되고, 또 그런 관심과 주목 자체가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 마음에는 그런 게 있어서 그냥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조현지> 앞서서도 얘기해주셨지만 이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남겨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여러 말들이 많습니다. 이제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느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영화 속에 세월호 얘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담담하게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런 느낌이라서 제가 혹 외국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냥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떤 한 가족과 주변 이웃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낸 이유가 있을까요?

◆ 이종언> 제가 안산에서 2015년 여름부터 봉사를 하다가 이야기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는 제가 유가족들을 가까이서 많이 뵐수록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조금 더 자세히 보고, 그런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래서 그러자면 많은 분들이 보는 것 자체.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 자체. 그 자체가 굉장히 힘이 될 것 같았어요. 많이 보게 하는 것이 저한테 중요한 것이 되는데, 상업영화 시스템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또 많은 분들이 그분들의 속도에 맞게 너무 급하지 않게,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담담하게 보여드릴 때 더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제 생각은 그래서 그런 작업 방식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조현지> 한 청취자분은 “이 영화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가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의 준비가 안 된다고 하면 되려나.” 이런 의견도 주셨는데요. 이런 분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 이종언> 사실 어떤 마음인지 너무 공감하고, 이해돼요. 왜냐하면, 그 일은 유가족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너무 큰 상처를 입힌 일이라서 주저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라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 며칠 계속 GV를 하면서 질문을 주신 관객분들이 자신은 이 영화를 보러 올까, 말까 고민했던 게 혹시나 팽목항이 나오면 어쩌나, 혹시라도 배가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런 영화가 전혀 아니어서 너무 고마웠다, 이런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런 주저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해되고 공감되는데, 이 영화는 그때 그 사건, 그 당시를 조명한다기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우리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힘든 순간을 직면하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 장면들을 직면하게 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너무 그 주저되시는 마음은 이해되나, 조금 한 발짝, 반 발짝, 내딛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 조현지> 다른 분께서는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맘때가 이렇게 꽃 필 무렵이었나, 할 정도로 잊혀가는 일이었는데, 다시금 경각심을 가지고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아픔을 어찌 알겠어요. 감당하기 힘든 그 마음이요. 영화를 통해서 몰랐던 아픔을 속속들이 일깨워줬습니다.” 제가 이 문자를 읽으면서도 저도 그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울컥했는데요. 거기에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이 한 컷 정도 나오잖아요. 맞아요. 이런 봄이었습니다. 앞서서 이 영화를 일부러 크게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하셨고, 시사회에서도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서 상업영화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셨는데요. 그게 지금 관객들과 만나보니까 통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 이종언>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작업을 하면서 우리 옆의 김수진 배우 같은 분들이 계시지만, 김수진 배우는 특별히 오디션을 보기보다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함께하기로 했는데, 많은 다른 분들은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영화 대본과 똑같은 대본은 아니지만, 비슷한 대본을 드리고 했는데, 그분들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알고 그 대본을 보고 하시면서 쏟아내는 진심을 보면서 저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 오디션 장면 테이프를 갖다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누군가가 이 마음을 이렇게 진심으로 표현하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저는 위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이 있었거든요. 지금 이렇게 무대인사를 하면서 다니다보면 시영과 종영 때 들어가게 되는데, 특히 영화가 다 끝난 종영 때 들어가게 되면, 그 뜨거운 열기가 모두 저희들은 울컥하게 합니다. 너무 극장과 무대가 가까운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영화가 다 끝나서 자막이 올라가고 저희가 들어갔는데도 눈물과 박수와 웃음을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희 배우들이 보고 울컥하세요. 저는 영화를 많이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당신들의 일상에, 마음에, 우리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그분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좋은 의미가 될 것 같아요.

◇ 조현지> 그리고 정말 설경구 씨가 오열하는 장면에서 남성 관객분들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영화관에 어마어마해요.

◆ 김수진> 제 지인들한테 겁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4월 한 달 동안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안 볼 거면 모르겠는데, 기왕이면 먼저 발걸음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런데 제가 잘 가는 커피숍의 주인, 정말 ‘츤데레’ 같은 주인분이 계신데, 극장에 4명이 앉아있었대요. 그런데 다 따로 온 사람들인데, 중반 이후에 꺼이꺼이 하면서 우셨다는 거예요. 자기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관에서는 소리를 내서 같이 우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관에서는 울음을 참다가 이렇게 나오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희는 무대인사 다니면서도 말씀드리지만,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장면들도 있으니까 편하게 오시면 좋겠어요. 제 친구도 전화해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힘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오십시오.

◇ 조현지> “TV에서, 라디오에서, 영화 이야기 많이 보고, 들었습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꼭 보려고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배우분들.” 청취자님께서 이렇게 얘기해주셨는데요. 사실 영화 만들기까지 조금 부담감도 연기하시는 배우나 아니면 만드는 감독님이나 섣부른 위로, 혹은 그런 게 되지 않을까 하고 부담이 있으셨을 것 같거든요?

◆ 이종언> 그런 게 되지 않게 하려고 아마도 처음부터 굉장히 담담하게 조심스럽게 한 발짝 물러선 태도로 시나리오부터 촬영의 모든 순간들, 편집하는 모든 순간들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많은 분들이 보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그래서 부담스럽기보다는 그것으로 향해 가는 길을 꾸준히 열심히 간 것 같아요. 너무나도 감사하고, 그런 것은 우리 수진 씨 같은 배우들을 만난 거죠. 주연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제작자를 비롯해서. 특히 이런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그런 것들이 한층 포개져서 더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조현지> 영화가 슬프게 하기도 하지만, 끝나고 났을 때 시원하게 울었다, 뭔가 치유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일반 국민들도 유가족분들과는 당연히 비유할 수 없겠지만 정말 우리한테는 큰 슬픔이었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풀어낸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도 받는다는 관람평도 봤는데요. 영화가 치유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이종언> 사실 치유라는 말은 조심스럽기는 해요. 왜냐하면, 조금 긴 이야기가 있는데, 치유라는 말은 상처 입은 사람에게 쉽게 쓰기는 어려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우리의 삶 자체가 치유를 향해가는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 자체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제 이 영화가 그 일에 상처 입은 분들에게 치유가 된다는 말을 쓰기가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치유라는 것이 제 인생에 가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는데, 그 상처가 크면 클수록 그 치유의 길이 너무 멀고 험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지금 그 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분들이 그 길을 떠나서 몇 리나 갔는데, 5리를 갔는지, 10리를 갔는지. 또 우리 순남 같은 경우는 신발 신고 현관까지 못 나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 상태의 분들에게 치유라는 말을 쓰기는 저는 조심스러웠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마음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주로 위안이나 위로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그러나 영화만이 아니라 시, 소설, 또 때로는 에세이, 때로는 기사, 그 어떤 것들도 따뜻하게 마주하는 것은, 그리고 예술적인 어떤 것이 담겨있는 것은 다 어떤 위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것은 거기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조현지> 맞습니다. 치유라는 표현을 제가 쓰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위안과 위로가 영화에 진심이 담겨있기에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배우들 모두가 이미 몸에서 모든 눈물을 쏟아내서 건조된 듯 그런 느낌이 듭니다. 아마 배우 김수진 씨도 그나마 극중 역할에서는 조금 밝은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비춰지길 바라셨어요?

◆ 김수진> 제가 존경하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물과 공기처럼 해라. 그러니까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노력을 들이는 것. 제 개인적인 바람은 우찬 엄마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너무 아픈 사람, 이런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우찬 엄마처럼 김치 갖다 주고, 아이 봐주고, 살펴주고, 하지만 물과 공기처럼. 그런 분들이 실제로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보셨을 때 기운 내셨으면 좋겠고, 그런 우찬 엄마를 보면서 용기 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이 진짜 영웅인 것 같아요. ‘어벤저스’가 오고 있는데, 다음 주에 내한하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분들도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보신다고 하면 영어 자막도 준비되어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혹시 주변에 연락이 닿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 조현지> 방송을 통해서 또 이렇게 초청을 해주셨는데요. 수호 엄마죠. 순남이 어느 순간 오열을 하면서 아파트가 떠나갈 듯이 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우찬이 누나가 이런 말을 해요. 저 아줌마 때문에 나 또 재수하면 책임 질거야? 나 나갈래! 이러면서 가방 싸들고 나가거든요. 또 시작됐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면서 이게 분명 한 집 걸러 한 집, 이런 일들이 있었을 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누나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기도 했고요. 같이 가족으로 연기를 하셨으니까 어떠셨어요?

◆ 김수진> 영화 안에서는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에요. 우찬 엄마가 오지랖도 넓고, 케어해주는 역할이라면 사실 그럴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게 괴롭다는 표현이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거죠. 저는 남편도 그렇고, 딸도 많이 지쳐 있잖아요. 우찬 엄마가 그렇게 좋은 엄마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요. 그런데 그렇게 조금 모자라고, 상처가 있기 때문에 또 순남한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조현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우찬이 가족이라든가, 아니면 순남의 친척들한테서도 나타나는 것 같은데, 우찬 엄마 역할을 보면서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저런 이웃이 어디에 있느냐, 이런 말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정말 우리 모두가 우찬 엄마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 바람이 담겨 있었던 걸까요?

◆ 김수진> 제가 첫 촬영을 끝내고 나서 안산의 ‘이웃’이라는 곳을 갔어요.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되게 진기한 장면들이 있었어요. 휴지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있으면서 제가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휴지를 계속 쓰고 있더라고요. 거기에는 김치를 담그러 오시는 자원봉사자분들도 계셨고, 그 이후에 쭉 계속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유족분들도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고 쉴 수 있는 공간이고요. 또 그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분들한테 밥을 먹이는 그런 모임도 있었어요. 그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갔다 오기 잘했다,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마음은 편해졌다고 말씀드리고요. 저희 ‘생일’ 개봉하면 조금 더 사람들이 아는 배우가 돼서 노력하겠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조현지> “4월이 되면 모두들 나처럼 잊지 않고 기억할까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영화로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주신 배우님들과 감독님께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영화에서 수호 작은 할아버지가 솔직히 보상금 얼마 받았느냐,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거든요. 나 필요한 데 있으니까 달라는 의미로요. 이 부분 연출할 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 이종언> 내가 그 돈 필요하니까 같이 투자하자, 이런 거였죠. 그분이 또 그 말을 해요. 그 말을 하니까 정일이 화를 내요. 그만하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죠.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게 그분의 마음인 것 같아요.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정말 모르겠는 거죠. 그냥 좋은 뜻으로 말을 했고, 그렇다고 하니까 물어본 건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그분 입장에서는 별 뜻 없이, 다른 뜻 없이 말씀하시고, 물었지만 그 별 뜻 없던 작은 말이 이쪽 입장에서는 작은 돌이 아니라 큰 바위 같은 것을 맞은 것 같은 그런 상황? 그런 것이 비단 그 일 때문만은 아니고,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일은 자주 벌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 모습을 잘 담아보고 싶었어요.

◇ 조현지> 그리고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게 수호 아빠가 해외에서 일하느라 자리를 비운 상황으로 나오잖아요? 왜 그 사고 소식에도 돌아오지 못한 거였나요?

◆ 이종언> 그것은 말씀드리면 영화를 얘기하는 거라 그렇기는 한데, 의도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못 돌아오게 한 의도는요. 그분들께 말씀드리고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게 2018년 가을쯤이었는데, 제가 열심히 준비해서 잘 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빨라야 3년, 4년 후쯤에 관객분들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건으로부터 시간도 많이 떨어지고, 멀리 살고, 시간도 떨어져서 마음이 멀어져 있을 수도 있고 해서 당사자들을 당시 한 가운데로 넣기보다는 찬찬히 누군가를 통해 안내해주고 싶었어요. 정일이 그런 역할을 하게 돼서 그런 이유가 한 가지 있고요. 다른 한 가지는 그 당시, 2014년 4월 16일. 그 무렵에 함께해주지 못했던 제 마음의 미안함이 이렇게 정일에게 들어가서 그렇게 됐습니다.

◇ 조현지> “여권 도장 찍어달라고 하는 장면 너무 슬펐어요.” 라는 문자도 왔는데, 이 장면에서도 정말 많이 우시더라고요. 아빠의 마음이 많이 느껴지니까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영화 ‘생일’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영화 홍보도 좋고요. 다섯 글자로 얘기한다면?

◆ 이종언> 생일과 함께.

◆ 김수진> 곁에 있어줘.

◇ 조현지> 이 열 글자 속에 모든 게 포함되어 있네요. 생일과 함께 곁에 있어줘. 정말 따뜻해지는 영화고, 꼭 한 번 봐야 하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생일’의 이종언 감독, 그리고 배우 김수진 씨와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종언> 감사합니다.

◆ 김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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