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가 골라주는 영화만 보시렵니까?

멀티플렉스가 골라주는 영화만 보시렵니까?

2019.03.26. 오후 2:3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멀티플렉스가 골라주는 영화만 보시렵니까?
AD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이안 영화평론가


멀티플렉스가 골라주는 영화만 보시렵니까?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다도를 하며 소중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의 영화 <일일시호일>, 시리아의 참혹한 현실을 담은 영화 <가버나움>, 그리고 평균 연령 80세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써내려가는 이야기의 영화 <시인 할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다양성 영화라는 건데요. 하지만 상영관이 없어서, 상영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서, 영화를 보고 싶어도 포기해야만 하는 관객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안 영화평론가 모시고, 최근 우리 영화계의 이슈, 그리고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평론가님?

◆ 이안 영화평론가(이하 이안)>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오늘도 영화 이야기를 해주러 스튜디오에 나와 주셨는데요. 저희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 이안> 저도 항상 운전을 하거나 뉴스가 필요한 시간에 자주 듣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렇게 나와서 제가 소개를 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 조현지> 그동안 애청자셨는데, 오늘은 다른 청취자분들께 영화 이야기를 전해주실 텐데요. 제가 어제 기준으로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니까요. 20일 개봉한 류준열 주연의 영화, <돈>이 1위를 달리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1위를 달리는 만큼 현재 1410개 상영관에서 상영이 되고 있고, 누적 관객수가 150만을 돌파했어요. 쭉 다음 순위를 보니까 2위가 <캡틴 마블>, 3위가 <악질 경찰>, 4위 <우상>, 5위가 <이스케이프 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희가 앞서서 말했던 다양성 영화랄까요, 하나도 없거든요?

◆ 이안> 사실 다양성 영화가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양성 영화가 뭔가를 먼저 소개해드리자면, 예술 영화, 또는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3세계 영화, 이런 영화들을 묶어서 다양성 영화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이런 영화 중에서도 흥행이 잘 될 것 같은 영화들은 일반 상업 영화로 개봉을 합니다. 그러니까 가령 작년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 같은 경우에는 칸 영화제도 나갔고요. 뭔가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하면 영화진흥위원회에 일반 영화 순위에 들어가지, 다양성 순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 조현지> 지금 다양성 영화에 대해서 설명을 잠깐 해주셨는데요. 포함되는 게요?

◆ 이안> 일단 수입·배급사에서 수입한 영화 중에 예술 영화로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영화들이 있는데,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일일시호일>이라든가, <가버나움>이라든가, <더 와이프> 이런 영화들이 예술 영화에 들어가고요. 그리고 또 한국 독립 영화가 있습니다. 독립 영화는 쉽게 얘기해서 상업 영화 자본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자본에서 독립된 가난한 영화인들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만들었고, 그런데 또 거기에 전제가 총 제작비 10억 안 되는 영화. 그러다 보니까 블록버스터하고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영화들이 있고요. 한국 영화 중에는 예술 영화이면서 동시에 독립 영화로 인증을 받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든가, 아니면 영화제 같은 곳에 초청돼서 일반 개봉이 어려운 영화들이 있죠. 관객들의 호응은 높지만요. 이런 영화들까지 포함해서 이런 영화들을 우리는 다양성 영화라는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런데 말씀하신 블록버스터 영화라든가, 아니면 정말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그런 영화들이 꼭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니잖아요?

◆ 이안> 그럼요. 가령 그런 영화 중에서도 어떤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제가 영화를 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인데, 이슈파이팅을 하기 위해서 영화를 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은 영화 자체를 좋아하고, 영화라는 것은 예술에서부터 오락까지 폭넓게 걸쳐 있는 것이고요. 가장 저렴한 오락이잖아요. 우리가 문화·예술 중에서 공연 하나를 보러 가려고 해도 최소한 몇 만 원은 기본적으로 들고, 조금 괜찮은 내한 공연 같은 것을 보려고 하면, 수십만 원까지 가격이 올라가는데요.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를 보시면, 최고의 사운드와 최고의 콘서트를 보면서도 우리가 영화 상영료만으로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오락을 즐기는 것도 좋고, 블록버스터 영화가 왜 나쁜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많은 이 사회에서 <캡틴 마블> 같은 것을 보면서 여자가 유리천장을 깨는 통쾌한 액션을 보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엄청 커다란 카타르시스거든요.

◇ 조현지>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양성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이안> 그런데 사람이 특식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밥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닌 것처럼 세상에 이렇게 많은 영화가 있고, 굉장히 다양한 영화를 통해서 오늘은 기분이 우울하니까 조금 코믹한 영화를 보고 싶다. 또는 뉴스에서 이러저러한 난민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난민 문제가 뭔지 실제로 영화에서는 어떻게 다루는지를 볼 때 기자님들 리포팅 할 때 아주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주시지만, 그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가 않아요. 이런 정보가 있다고 하는 인포메이션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면, 그것이 다큐멘터리 혹은 극영화로 3세계 문제라든가, 아니면 소수자들의 문제, 이런 영화가 얘기가 나오게 되면, 굉장히 심정적으로 동일시가 되고, 감정 이입이 되면서 그 문제를 우리가 잘 해결해야겠다는 연대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조현지> 그러다 보니까 다양성 영화, 그리고 그런 대형 배급사들이 다뤄주지 않는 영화를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건데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유일하게 든 다양성 영화가 지난 1월에 개봉했던 미국 영화 <그린 북>이었거든요. 이건 아무래도 아카데미의 영향이 있었겠죠?

◆ 이안> 뿐만 아니라 일단 캐스팅이 우리나라에서는 <반지의 제왕>을 잘 알고 계신 비고 모텐슨 같은 배우가 타이틀 롤을 맡았고요. 또한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가 CGV 아트하우스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공격적으로 P&A라고 흔히 얘기를 하는데, 홍보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거죠.

◇ 조현지> 그렇군요. 다양성 박스오피스를 따로 순위를 매기는데, 그 차트를 보더라도 1위가 앞서 말한 <그린 북>이었고, 2위가 <원네이션>, 3위가 <더 와이프>, 4위가 일본 영화 <아사코>, 5위가 <가버나움>이었습니다. 이 5위 안에는 우리 영화가 없었어요.

◆ 이안> 그것도 사실은 이유가 있는 게 독립 영화 전용관, 또는 예술 영화 전용관으로 인정을 받은 상영관들이 전국에 여러 개 있습니다. 이 영화관들이 이렇게 예술 영화 전용관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문체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그것이 일종의 배급 지원의 성격을 띠고 있고, 상영관 시설이나 홍보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것을 받으려면 한국 독립영화, 그리고 예술 영화로 인정받은 영화들에 대한 쿼터를 채워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쿼터가 부족한 연말에는 한국 독립영화들을 굉장히 많이 상영을 해요. 그런데 초반에는 아무래도 극장들의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하나라도 더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흥행이 되는 예술 영화들. 그러다 보면 또 이 시즌이 아카데미 시즌이에요. 보시면 알겠지만, <그린 북>도 그렇고, <가버나움>도 그렇고, <더 와이프>도 그렇고, 그리고 사실은 <더 페이보릿>, 이런 영화들이 다 아카데미와 연관이 있는 영화들인데요. 그런 영화들이 상반기에는 많이 상영되게 됩니다.

◇ 조현지> 그러다 보니까 차트에 많이 오른 건데, 최근에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 이안> 굉장한 영화죠.

◇ 조현지>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저는 못 봤거든요.

◆ 이안> 이게 또 심지어 상영관이 있어도... 멀티플렉스라고 하는 영화관들이 우리나라 영화관의 몇 %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아요?

◇ 조현지> 멀티플렉스가 거의 90% 아닐까요?

◆ 이안> 97%입니다. 멀티플렉스라고 하면, 상영관이 엄청나게 많잖아요. 10개가 넘고, 집 옆에 있는 CGV, 아니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이런 곳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상영관들에서 처음에 <칠곡 가시나들>이 상영을 해주겠다고 해놓고, 예매율을 봐가면서 스크린 수를 주겠다고 한 거예요. 아까 말씀해주셨다시피 <돈> 같은 경우는 1500개 가까운 스크린을 잡았는데, 이런 경우는 상영관 자체를 몇 개 배정하지도 않았는데, 예매를 오픈하지 않고, 보통 2주 전에 오픈해야 하거든요. 그래놓고 예매율을 보고 상영관을 늘려주겠다는 식의 편법에 <칠곡 가시나들>의 감독인 김재환 감독이 차라리 멀티플렉스를 포기하고, 나머지 영화관에서 개봉하겠다, 그러면서 거부한 거죠. 그런데 의외로 지금 4만이 넘는 숫자의 관객이 들면서 굉장히 많은 관객들이 상영관 늘려주세요, 라고 청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조현지> 그리고 얼마 전에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칠곡 가시나들> 영화를 보고, 주인공인 할머님들께 편지와 책가방을 선물로 보냈다, 이런 기사도 났었어요. 이 <칠곡 가시나들>은 어떤 영화인가요?

◆ 이안> <칠곡 가시나들>은 칠곡이라는 지방은 경상도의 외진 곳인데요. 우리나라에 문맹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쳐도 문맹자의 굉장히 많은 숫자는 노년층의 여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흔히 할머니라고 불리는 노년 여성들은 젊었을 때 머리가 좋든, 좋지 않든, 집이 잘 살든, 잘 살지 못하든 간에 교육으로부터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소외됐을 수 있고, 또 그 이후에 다양한 재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된 분들이었는데요. 이분들이 한글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한글을 배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세요. 그러면서 정말 인생이 얼마나 시로 가득 찼는지를 이 할머니들의 눈을 통해서 보게 될 때 정말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 조현지> 그리고 지금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인사 청문회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되고 있는데, 영화계에서는 지금 이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라, 이런 입장이거든요? 왜 그런 건가요?

◆ 이안> 이분이 지금 계속 <칠곡 가시나들> 문제도 있었지만, CJ 엔터테인먼트 사외이사였어요. 그러니까 특정 기업이 지금 수직 계열화라고 얘기해서 투자, 제작, 배급, 상영까지 일원화해서 독과점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곳에서도 제일 공룡처럼 커다란 대장 형님 노릇을 하는 CGV와 아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었던 사외이사로서 그쪽에서 이사회 참여 명분으로 거액의 보수를 받았단 말이에요. 이런 분이 문체부 장관이 된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영화 및 비디오에 대한 법률이 있지 않습니까? 흔히 영비법이라고 얘기하는 이 법안이 지금 현직 문체부 장관이, 도종환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에 개정안을 올려놨는데, 국회가 표류하면서 아직도 이 법률이 제대로 통과가 안 돼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이 지금 말씀하신 다양성 영화들을 제대로 도우려고 하거나 조금 어려운 형편의 영화뿐만 아니라 사실은 잘 만든 영화들, 그리고 충분히 상업성이 있는 영화들조차도 대기업, 멀티 3사라고 하는 극장들을 통과하지 않고는 제대로 관객들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기업과 이익 관계가 있는 분이 장관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죠. 반독과점 영화인연대 모임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그분이 그런 이력이 있다는 것을 인사청문회 전에 정부 인사팀에서 이미 봤을 텐데도 그런 분을 후보자로 지명했기 때문에 영화인 쪽에서는 이것은 정말 너무 심하지 않은가, 라고 하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조현지>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후보자 측에서는 얘기를 했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주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벌써 많이 흘러서요. 마지막으로요. 이런 영화들, 사실 앞서서도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서울, 경기, 인천에서 이런 영화를 접하려면 어디를 가야 할까요?

◆ 이안> 이것도 독과점이 심해서요. 서울에서는 CGV 아트하우스 같은 경우에 특별이 평론가를 엄청난 보수를 주고 데려오고, 굿즈 패키지라고 해서 선물까지 주면서 영화 관람료를 기존의 영화 관람료보다 50%에서 100%를 인상한 비용으로 보면서 해설이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그것을 생중계 하는 방식으로 하는 극장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 말고도 가령 ‘아트하우스 모모’라든가, ‘아트 나인’이라든가, ‘필름 포럼’이라든가, 서울에는 이런 극장들이 있고요. 그리고 제가 지난해까지 일을 하고 있었던 지자체에서 하는 ‘영화공간 주안’ 같은 다양성 영화 전용관도 있고요. 이런 다양성 영화 전용관들이 각 지방마다 있어서요. 또 전국 예술영화관 협의회라는 곳이 있어요. 이런 영화들만을 상영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다가 이런 영화관들은 대체로 관람료가 상업 영화관보다 저렴합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들은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관객과 만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아서 오늘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오늘 다양성 영화 관련한 이야기. 이안 영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안> 네, 저도 반가웠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