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감독 강우석의 첫 사극...왜 김정호였나?

천만 영화감독 강우석의 첫 사극...왜 김정호였나?

2016.09.14.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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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석 / 영화감독

[앵커]
명절 연휴에 극장 찾는 분들 많으시죠. 올 추석에는 특히 우리 선조들의 얘기를 담은 시대극이 눈길을 끄는데요.

우리 역사상 최고의 지도로 평가받고 있는 대동여지도의 탄생 과정을 담은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 초대했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천만감독, 여러 가지 수식어가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30년간 우리나라 영화를 이끌어온, 가장처럼 이끌어왔다는 표현도 들어본 것 같은데 이렇게 이끌어오신 우리 강우석 감독님 모셨습니다.

먼저 이 영화에 대해서 저희들이 소개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가 잠깐 언급은 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지도를 단순히 그리고 제작한 데서 끝난 게 아니고 나무에다 우리 전국 팔도를 그대로 새겨서 목판지도를 만들어서 일일이 종이로 대량 인쇄해서 전 백성한테, 모든 국민들한테 배포하려고 했던 김정호 선생과 그 지도를 독점하려 했던 권력층 간의 갈등 충돌을 다룬 영화입니다.

[앵커]
사실 이번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10만 6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왔다갔다 하셨다고 들었어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라고 하면 200번을 왔다갔다하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

[인터뷰]
영화 찍으면 모든 영화가 다 힘들어요. 보통 힘들다는 게 머리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너무 장소 이동을 많이 하고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앵커]
아직 영화 안 보신 시청자 분들에게 이 부분은 정말 아름답다 하는 추천해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도 찍으면서 상당히 놀랐는데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런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구나라고 감탄을 한 데가 많아요. 특히 백두산이라든지. 거기는 중국을 통해서 가야 되지만. 백두산, 독도, 마라도, 섬뿐만 아니라 각종 지방에 있는 풍광들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앵커]
감독님, 저희가 메이킹 필름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게 어디입니까?

[인터뷰]
여기는 여수입니다. 여기가 합천 황매산입니다.

[앵커]
참 아름답네요. 저는 아직 못 봤는데요. 이게 CG가 아니라 눈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는데 촬영하시면서 너무 힘드시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인터뷰]
장소를 찾는 게 힘들었고요. 또 찍으러 가는 게 또 힘들었고. 그러니까 보신 분들은 저거 CG라고 하는 건 실제 찍은 거고 오히려 CG를 한 데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래서 장소를 찾는다는 게 지도 얘기니까 과하게 아름다운 것을 강조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앵커]
이번 영화 전이 전설의 주먹이었어요. 사실 이번은 시대극이잖아요.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인터뷰]
어느 지인으로부터 제가 원작 고산자, 박범신 선생의 고산자를 한번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받았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 너무 영화가 어려워서 이건 도저히 못한다. 내가 이걸 찍을 연출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덮었는데 자꾸 생각이 나는 거예요.

이런 조상이 있었나.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신 분한테 왜 이렇게 우리는 평가를 제대로 내리지 않고 교과서에 몇 줄 이렇게 끝냈을까. 그래서 제가 건방진 얘기지만 후손으로서 창피하기도 하고 감독이니까 영상으로 한번 꺼내보자 하고 찍게 됐습니다.

[앵커]
어떤 점이 김정호 선생님의 이걸 알려야겠다. 그 포인트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자기와 같은 평민들 혹은 더 못한 사람들이 나라를, 땅을 모르면서 겪는 고통. 이건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해결해 줘야 한다고 해서 당시 권력이 독점하고 있던 지도를 목판에 새겨서 전 백성한테 배포를 하려고 했던 거죠.

그러니까 어떤 대가가 주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일생 거기에 매달렸다는 그 집념 하나만으로도 정말 우리가 평가를 다시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 김정호를 고증을 하는 과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남겨진 기록이 굉장히 적었다고 합니다. A4용지 1장 분량이라고 들었는데.

[인터뷰]
그것도 정확한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김정호 선생을 후원했던 양반들, 자금으로 후원했겠죠. 그 후원했던 사람들이 김정호에 대해서 평가한 얘기들 그다음에 우리 역사학자, 지리학자들이 왜 이게 목판이었나 이런 해석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나머지는 픽션이 많이 가미가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렇게 작업을 하시는 과정에 정말 행운으로 직접 대동여지도의 원판을 보셨다고 했어요.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인터뷰]
제가 영화 반쯤 찍었을 때 도대체 원판이 어떨까 궁금해서 문화재청에 보여달라. 이건 우리 학생들한테도 찍어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허락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중앙박물관에 들어갔는데 처음에 겹겹이 싸인 것이 하나씩 하나씩 풀면 원판이 나오는데 제가 처음 봤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 등등이 어떻게 인간의 손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할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박물관에서 먹먹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원판 정말, 이거는 공개를 해서 이런 자료가 남아 있다는 걸 우리 학생들이나 우리 후손들에게 보여줘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앵커]
영화에서는 그러면 어떻게 담겼습니까? 다시 제작을 해서?

[인터뷰]
아닙니다.

[앵커]
그대로 찍은 건가요? 크기가 어느 정도 입니까?

[인터뷰]
크기가 A4 용지 2장 반 정도 포개놓은 것 같았습니다.

[앵커]
기대를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앵커]
실제 인물인 김정호, 소설도 있고요. 영화에서 그려진 차승원이 연기한 김정호, 어떻게 달랐습니까?

[인터뷰]
자료가 워낙 없어서 이건 팩트인데 이건 만들었다 이렇게 할 만한 게 없고요. 모든 원작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또 김정호 선생에 대한 많은 판단들, 많은 글들을 종합해서 했기 때문에 다르고 원작에서 있는 게 없고 이렇게 말하기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앵커]
사실 김정호 선생이 마지막으로 간 곳은 간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영화에서는 독도거든요. 좀 작위적이다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제가 처음에 이 영화 찍을 때 제일 당황했던 점이 김정호 선생이 그 전에, 대동여지도 전에 만든 청구도에는 독도가 있어요. 그런데 대동여지도 초벌 인쇄본에는 독도가 없어요.

그리고 독도 지도가 나중에 그려져서 추가가 됐거든요. 독도가 우산도라고 표시돼 있는데 그 지도가 일본 국회 도서관에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전국을 답사하지는 않았겠지만 답사를 하면서 실측을 해보고 싶었던, 혹시 김정호 선생의 의지로 나중에 집어넣은 게 아닌가. 또는 원판의 한계로 빠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독도를 조명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우리 원작자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가보면 어떻습니까? 그건 감독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해서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차승원 씨 이야기를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땠습니까? 호흡은 어땠고 어떤 배우였습니까?

[인터뷰]
집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준비를 하고 너무 열심히 해서 제가 현장에 올 때는 좀 마음을 비우고 와라. 갑자기 뭘 만들어서 넣을 수도 있고 하니까 너무 본인이 완벽하게 해오지 마라라고 부탁할 정도로 굉장히 성실한 배우였고요.

처음에 김정호 선생과 차승원 씨의 이미지가 안 맞을 것 같잖아요. 너무 도시적으로 생겼고 너무 잘생겼고 너무 크고.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김정호 선생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저는 차승원을 그려놓은 줄 알았어요, 옛날 초상화가.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 장인이 전국을 발품 팔면서 걷기도 했을 것이고 또 수십 년을 한 가지 일을 한 장인은 저렇게 차승원처럼 말랐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 당시 캐스팅할 때 이 역할은 대국민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차승원 씨와 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딱 시나리오 작업을 하실 때부터, 캐스팅이 될 때부터 이건 차승원이다 생각하신 건가요?

[인터뷰]
아니죠. 오히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너무 도시적이다. 차승원은 후보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워낙 많아서, 또 차승원 씨가 코미디하고 정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웃음과 울음을 같이 줄 수 있겠다 해서 캐스팅을 하게 된 거죠.

[앵커]
영화 얘기로 다시 한 번 돌아가서 사실 영화가 굉장히 아름다운 게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촬영하셨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다운데 직접 다 촬영하신 거예요?

[인터뷰]
그렇죠. 영화는 사극에서 CG가 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공간을 가도 현대물들이 다 있어요. 산에 철탑이 있다든지 이런 푯말에 지금 표현이 쓰여져 있다든지. 그래서 CG를 안 할 수는 없는데 고산자 선생의 영화를 찍으면서 풍광을 CG로 쓴다는 게 도저히 자존심상 이건 아니다. 우리나라 경치를 그냥 CG로 적당히 넣어서 예쁘게만 한다는 건 지도 그린 김정호 선생을 모욕하는 느낌이 들어서 전부 다 실사로 하자. 그래서 다 실사로 찍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북한 지역을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김정호 선생은 분명히 가셨을 거고요. 좀 아쉬움이 남지 않으십니까?

[인터뷰]
제가 그래서 북한 중에도 우리가 익숙하기는 하지만 금강산은 너무 담고 싶어서 제가 방북 신청을 2번이나 했어요. 그런데 조금만 기다리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했던 쪽에서 전날 미사일을 쏘고 또 두 번째는 두 발을 쏴버리고 이러니까 관계상 더 이상 교섭할 수가 없다. 금강산, 북한을 포기했고 대신에 백두산은 찍었기 때문에 그래도 아마 그게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앵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우리 시청자분들, 영화를 보실 분들에게 이 장면, 이곳은 꼭 기억하셔라 하고 싶으신 곳 있습니까?

[인터뷰]
초반에 김정호 선생이 지도를 그리는 게 아니고 그려놓은 지도를 가지고 답사하는 데가 있어요. 그게 남한의 모든 도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는 데는 다 찍어놓은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그래도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아쉬운 질문이기는 하지만 지금 라이벌 영화가 밀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경쟁작 밀정에 비해서 조금 흥행 순위가 떨어진다는 평도 있거든요. 보지 않은 영화 관객들, 추석연휴에 영화관을 많이 찾으실 것 같은데 한말씀 해 주시면 어떤 말씀 하고 싶으세요?

[인터뷰]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지금 같이 하는 밀정쪽으로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은 많이 갈 것 같고요. 지금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중장년층들이 또는 가족끼리 영화를 볼 때 선택을 많이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연휴 많이 기대를 하는데 대단히 이 영화가 제목이 고산자, 대동여지도 그러니까 되게 무거운 영화. 한 예술가의 고뇌, 번민, 이런. 그래서 무거운 예술 영화로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되게 경쾌하고 즐거운 영화입니다.

[앵커]
감독님, 제가 감독님 영화를 좋아해서 투캅스 때부터 쭉 좋아했던 영화였고. 이끼 때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스타일들이. 대동여지도는 감독님께 어떤 의미고 어떤 변화를 추구하셨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인터뷰]
좀 서둘러 찍지 않는 영화를 찍고 싶다. 물론 사극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제가 그동안에 저는 너무 드라마만 좇는 영화를 찍다 보니까 영상을 되게 하찮게 여기는 감독으로 사람들이 많이 인식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은 그렇게 잘 찍고 못 찍고가 감독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영상을 좇는 영화가 있고 드라마를 좇는 영화가 있는데 이번에는 영상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리고 울음과 웃음을 같이 갈 수 있는 영화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겁니다.

[앵커]
정말 팬으로서 더 많이 관심이 갑니다. 강우석의 미장센 한번 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얘기도 질문을 많이 드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짧아서 이만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우석 감독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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