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캡틴아메리카" 기형적인 극장가

"어딜 가나 캡틴아메리카" 기형적인 극장가

2016.05.08. 오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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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극장에 가보신 분들, 아마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말고 볼 수 있는 영화가 그다지 많지 않으셨을 겁니다.

한 영화가 국내 스크린 점유율의 8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입니다.

10개 스크린 모두 '캡틴 아메리카'가 싹쓸이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개봉하자마자 국내 2,500개 스크린 가운데 무려 1,900개에 걸렸습니다.

스크린 점유율 80%로 역대 최고, 관객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김열음 / 경기도 파주 : 극장 가면 다른 영화도 보고 싶고 재미있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 보고 싶은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밖에 없으니까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스크린 독과점은 비단 할리우드 영화뿐 아닙니다.

강동원 주연의 '검사 외전' 1,700개 '명량'과 '암살'도 1,800개에 상영되는 등 대작들은 대부분 독과점을 통해 천만 관객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작은 영화들이 알아서 개봉 날짜를 피하며 독과점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 :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를 한국 영화가 깔아주고 이제 할리우드영화가 거기에 무임승차하게 된 것이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훨씬 더 많은 흥행수입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독과점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법률이 발의됐지만 현안에 밀려 무산됐습니다.

현재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국회에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위한 입법청원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김헌식 /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민생 현안과 상관없는 것처럼 보여서 덜 주목받게 되지만 사실 문화산업이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문화 복지 차원에서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는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고, 미국은 관련법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독과점이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스크린 독과점 폐해, 이제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sunn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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