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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정, 영화평론가
[앵커]
극장가에 작은 영화의 돌풍이 거셉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과 윤동주 시인을 다룬 동주인데요. 이 두 영화의 힘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영화 귀향 이야기부터 하죠.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어제 개봉을 했는데 지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죠?
[인터뷰]
개봉이 어떻게 됐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최근에 영화관 독과점 문제로 시끄러웠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작은 영화라든가 혹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화들의 개봉관 수가 현저하게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귀향은 오히려 관객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조금 철옹성 같았던 큰 영화관들이 개봉관을 열어주는 형편이 되었고요. 그에 응답하듯이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 그러니까 예매율을 1위를 기록하면서 역시 작은 영화이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보여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렇게 대형극장에서 상영관을 늘리는 데에는 관객들도 큰 몫을 했죠.
[인터뷰]
그게 가장 큰 몫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이를테면 예비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힘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 영화 제작기간이 무려 14년이나 걸렸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제작비 마련이 굉장히 어려워서였고요. 손숙 씨 같은 경우에는 그저 재능기부로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감독이 전화를 해서 두 달만, 두 달만 이렇게 미룬 게 굉장히 오래 됐다, 왜냐하면 사실은 그 모두가 제작비 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빛을 보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러면 14년 동안 걸렸는데 제작비는 그러면 어떻게 마련을 한 거죠?
[인터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 크라우드가 군중, 대중이라는 의미죠. 이를테면 아마 유력한 제작사 내지는 투자사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거액을 투자하는 어떤 기본의 방식이 아니라 조금 상업성 내지는 흥행성이 부족하다고 판단이 될 때 주요한 투자자가 붙지 않을 때 오히려 일반적인 관객들 그리고 시민들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제작비를 마련하는 상황을 얘기하는데요. 이 영화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마련한 제작비가 많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그렇게 많지 않아요. 2억원 정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거고요. 여기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조정래 감독이 할머니들을 찾아가 뵙을 때 강일출 할머니, 그러니까 위안부 생활을 하셨던, 그래서 아픈 과거를 가진 이 할머니가 불타는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린 것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고요. 이에 동의한 많은 분들이 그 충격을 이대로 멈출 수 없다, 뭔가 이야기로 만들어내서 그분들의 넋이라도 기려야겠다고 동의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조금씩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모았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가 방금 전에 손숙 씨도 말씀을 드렸지만 배우들도 모두 재능기부 형태로 조금씩 자신의 힘을 보태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서 의미가 큽니다.
[앵커]
특의 재일교포 여배우들도 참여를 했다고 들었어요.
[인터뷰]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강하나 씨 같은 경우에는 재일교포 4세입니다.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 4세이고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했다고 하고요. 또 그리고 일본인 순사로 출연하게 되겠죠. 일본군으로 출연하는 일본 배우는 실제로 일본어 강습도 배우들에게 해 주기도 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 비전문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배우 훈련을 받아서 출연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일본측에서나 우리나라측에서나 모든 사람들이 다 마음을 조금씩 합쳐서 대가를 바라고 출연한 것이 이 결과가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렇게 배우들도 한마음으로 참여를 했는데 이번에 또 화제가 된 게 개인의 돈으로 극장을 빌려서 영화관람 이벤트를 연 선생님도 계시다고요?
[인터뷰]
최태성 교사라고 역사 교수님이시죠. 그러니까 아예 강남의 한 영화관 세 관을 빌려서 자신에게 영화를 보겠다고 의사를 표시하면 내가 영화를 보여주겠다. 왜냐, 이 영화는 꼭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이렇게 하겠다고 해서 굉장히 화제가 됐고요. 실제로 오기만 하면 된다, 그냥 예약하고 안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고 오기만 하면 된다라고 해서 정말뜻깊은 행사를 펼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 자체가 여러 사람의 힘을 합쳐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걸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흥행을 기록할 수 있다라는 전례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흥행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 영화이긴 합니다만 흥행 성적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지금 우리가 영화의 흥행을 판가름할 때 손익분기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게다가 손숙 배우 같은 분들도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면 런닝개런티를 받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할머니에게 기부하겠다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모두 그런 마음입니다.
그래서 아마 이런 착하고 선한 마음이 움직임이 돼서인지 저는 흥행도 만만치 않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위안부 할머니들도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셨겠죠?
[인터뷰]
그렇죠. 이미 사실은 해외에서 소개가 되었고 호평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내놔도 손색 없는 작품이고요.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이 귀향이 돌아올 귀 자가 아니라 귀신할 때 귀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이라도 고향에 돌아오기를 마음에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그 의미를 같이 헤아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작지만 큰 힘을 가진 특별한 영화라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 귀향을 볼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하는 그런 포인트가 있을까요?
[인터뷰]
할머니지만 우리가 언제나 위안부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상투어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그녀들이 소녀였다라는 것, 그리고 겨우 16살, 17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들이 내일이나 혹은 모레나 돌아올 것 같은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이 고향을 떠났다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아마 지금 여러 문제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일단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그녀가 우리의 동생, 혹은 언니였을 수도 있다는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어쨌든 조정래 감독은 이와 관련돼서 정치적인 해석은 좀 배제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더라고요.
[인터뷰]
우리가 이를테면 아우슈비츠 영화를 볼 때 반드시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하지 않습니다마는 특히 일본과 관련된, 위안부 문제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이거나 기본적으로 이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고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권영화이기는 하지만 인권이라는 포장도 굉장히 큽니다.
말 그대로 굉장히 불운했던 한 사람의 생애로 일단 접근을 해야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혹은 사회 경제적인 여러 가지 밑그림을 자꾸 그려보는 것은 도리어 보시는 분의 마음에 비쳐진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영화로 넘어가보죠. 영화 동주인데.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부분을 다룬 영화예요. 어떤 영화인가요?
[인터뷰]
일단 윤동주라는 시인은 모두가 다 알고 계시지만 얼핏 알고 있는 건 윤동주 시인이 옥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윤동주 시인이 감옥에 갔고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를 쓰게 됐고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잘 알지 못 하셨을 텐데요.
이 영화는 윤동주라는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당시,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글을 읽고 그리고 자신이 조선어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되살려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을 보니까 영화가 흑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맞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조금은 의도적으로 그 당시의 시대상과한편으로는 흑백영화를 보게 될 때 색에 미혹되기 쉬운 관객들의 눈이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에 좀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고요. 어느 정도 그 판단이 옳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주 소박한 이야기에 소박한 흐름이지만 굉장히 밀도깊은 감상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어떤 점에서는 흑백영화가 주는 단순함과 단초로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앵커]
그런데 동주보다 더 관심을 크는 인물이 있습니다. 송몽규라는 인물인데요. 어떤 인물인가요?
[인터뷰]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데요. 윤동주와 이종사촌 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길림성 명동촌에서 태어났고 같이 다니고 마지막에는 항일 운동도 같이 했던 인물인데요. 영화를 보면 송몽규 인물이 훨씬 더 전면적으로, 이를테면 의지적으로 나서서 어떤 항일운동에 나섰던 것에 비해서 윤동주는 약간 망설이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인물의 대비를 통해서 그 당시 삶이라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각박했을까를 돌아볼 수 있게 되고요. 또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실존 인물 한 사람을 또 알게 됐다는 의미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동주 역할은 강하늘 씨가 맡았는데 이 역할은 유아인 씨도 굉장히 탐냈다는 소문도 있어요.
[인터뷰]
유아인 씨도 의아한 글을 남기기로 유명한 의식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요. 윤동주 역할에 굉장히 욕심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의 말에 따르면 아마 유아인 씨가 출연을 했다면 유아인의 윤동주가 됐을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윤동주 역할을 맡은 강하늘, 그러니까 어디에 방점이 찍히느냐가 중요할 텐데 유아인 씨가 너무나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스타가 됐던 작년 한 해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하늘이 더 맞다고 생각을 해서 말해서 유아인 씨도 흔쾌히 수긍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영화가 애초에는 열기가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인터뷰]
엄밀히 말하자면 흑백영화이고 그리고 194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점 그리고 약간의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여있다는 점, 그리고 보기 불편한 이를테면 생체실험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다들 불편해서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과 해맑은 시를 썼던 윤동주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는 욕망도 있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귀향의 어떤 흥행과도 연결이 되지만 관객들이 의외로 편하고 그리고 환상적인 것만 보고싶어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의 한편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도 크다라는 게 입증이 됐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개봉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초반폰 시집이 발간이 됐는데 이게 또 지금 인기를 얻고 있다고요?
[인터뷰]
영화 동주의 큰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첫 시집이 어떻게 세상에 빛을 보게되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윤동주 시인의 첫 시집은 유고시집입니다. 이를테면 세상을 떠나고 나서 1948년에 정일권 시인과 문익환 목사가 뜻을 합쳐서 그를 기리기 위해서 사후에 낸 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저 감성적으로 노래를 했던 한 젊은이의 노래 그리고 시로 알았던 많은 관객분들이 그 역사적 고초 속에서 그래도 간직하고 싶었던 별이나 하늘에 대한 어떤 순수함이 담겨 있구나를 다시 깨닫고 많은 분들이 그 순수한 감성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역시 시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감성 그리고 깨끗한 감성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행이나 혹은 한편으로 많은 시집이 팔리는 게 지금 많은 관객들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문익환 목사 얘기를 하셨는데 문익환 목사와 윤동주 시인, 그리고 장준하 시인이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였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명동촌에서 같이 학교를 다녔고요. 영화에도 잠깐 익환이라는 목소리, 그러니까 등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시대를 함께 살았던, 그리고 그 마을이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공동체로 묘사가 되고 있기도 한데요.
무엇보다도 일본어를 써야만 했던 환경, 그리고 창씨개명을 했어야 했던, 그 당시의 조선어로 시를 쓴다는 것, 그러니까 한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고요.
결국은 그들이 사실은 광복을 겨우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좀 아이러니한 슬픔을 주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앵커]
동주와 귀향. 그동안 사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습니다마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 했는데 이 두 영화, 관객들을 끄는 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힘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역시 많은 분들은 불편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한 해 흥행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조금은 불편한 현실들을 환상적으로 해결하는 작품들이 많았다면 올해 관객의 현상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 공부하는 생각과 함께 또 반드시 봐야 된다는 약간의 의무감과 거기에 감성이 얹혀져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만족도 높게, 그리고 기분 좋은 도덕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관람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작은 영화의 반란, 영화 귀향과 동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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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극장가에 작은 영화의 돌풍이 거셉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과 윤동주 시인을 다룬 동주인데요. 이 두 영화의 힘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영화 귀향 이야기부터 하죠.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어제 개봉을 했는데 지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죠?
[인터뷰]
개봉이 어떻게 됐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최근에 영화관 독과점 문제로 시끄러웠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작은 영화라든가 혹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화들의 개봉관 수가 현저하게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귀향은 오히려 관객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조금 철옹성 같았던 큰 영화관들이 개봉관을 열어주는 형편이 되었고요. 그에 응답하듯이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 그러니까 예매율을 1위를 기록하면서 역시 작은 영화이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보여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렇게 대형극장에서 상영관을 늘리는 데에는 관객들도 큰 몫을 했죠.
[인터뷰]
그게 가장 큰 몫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이를테면 예비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힘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 영화 제작기간이 무려 14년이나 걸렸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제작비 마련이 굉장히 어려워서였고요. 손숙 씨 같은 경우에는 그저 재능기부로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감독이 전화를 해서 두 달만, 두 달만 이렇게 미룬 게 굉장히 오래 됐다, 왜냐하면 사실은 그 모두가 제작비 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빛을 보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러면 14년 동안 걸렸는데 제작비는 그러면 어떻게 마련을 한 거죠?
[인터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 크라우드가 군중, 대중이라는 의미죠. 이를테면 아마 유력한 제작사 내지는 투자사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거액을 투자하는 어떤 기본의 방식이 아니라 조금 상업성 내지는 흥행성이 부족하다고 판단이 될 때 주요한 투자자가 붙지 않을 때 오히려 일반적인 관객들 그리고 시민들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제작비를 마련하는 상황을 얘기하는데요. 이 영화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마련한 제작비가 많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그렇게 많지 않아요. 2억원 정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거고요. 여기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조정래 감독이 할머니들을 찾아가 뵙을 때 강일출 할머니, 그러니까 위안부 생활을 하셨던, 그래서 아픈 과거를 가진 이 할머니가 불타는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린 것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고요. 이에 동의한 많은 분들이 그 충격을 이대로 멈출 수 없다, 뭔가 이야기로 만들어내서 그분들의 넋이라도 기려야겠다고 동의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조금씩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모았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가 방금 전에 손숙 씨도 말씀을 드렸지만 배우들도 모두 재능기부 형태로 조금씩 자신의 힘을 보태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서 의미가 큽니다.
[앵커]
특의 재일교포 여배우들도 참여를 했다고 들었어요.
[인터뷰]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강하나 씨 같은 경우에는 재일교포 4세입니다.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 4세이고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했다고 하고요. 또 그리고 일본인 순사로 출연하게 되겠죠. 일본군으로 출연하는 일본 배우는 실제로 일본어 강습도 배우들에게 해 주기도 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 비전문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배우 훈련을 받아서 출연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일본측에서나 우리나라측에서나 모든 사람들이 다 마음을 조금씩 합쳐서 대가를 바라고 출연한 것이 이 결과가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렇게 배우들도 한마음으로 참여를 했는데 이번에 또 화제가 된 게 개인의 돈으로 극장을 빌려서 영화관람 이벤트를 연 선생님도 계시다고요?
[인터뷰]
최태성 교사라고 역사 교수님이시죠. 그러니까 아예 강남의 한 영화관 세 관을 빌려서 자신에게 영화를 보겠다고 의사를 표시하면 내가 영화를 보여주겠다. 왜냐, 이 영화는 꼭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이렇게 하겠다고 해서 굉장히 화제가 됐고요. 실제로 오기만 하면 된다, 그냥 예약하고 안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고 오기만 하면 된다라고 해서 정말뜻깊은 행사를 펼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 자체가 여러 사람의 힘을 합쳐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걸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흥행을 기록할 수 있다라는 전례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흥행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 영화이긴 합니다만 흥행 성적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지금 우리가 영화의 흥행을 판가름할 때 손익분기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게다가 손숙 배우 같은 분들도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면 런닝개런티를 받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할머니에게 기부하겠다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모두 그런 마음입니다.
그래서 아마 이런 착하고 선한 마음이 움직임이 돼서인지 저는 흥행도 만만치 않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위안부 할머니들도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셨겠죠?
[인터뷰]
그렇죠. 이미 사실은 해외에서 소개가 되었고 호평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내놔도 손색 없는 작품이고요.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이 귀향이 돌아올 귀 자가 아니라 귀신할 때 귀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이라도 고향에 돌아오기를 마음에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그 의미를 같이 헤아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작지만 큰 힘을 가진 특별한 영화라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 귀향을 볼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하는 그런 포인트가 있을까요?
[인터뷰]
할머니지만 우리가 언제나 위안부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상투어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그녀들이 소녀였다라는 것, 그리고 겨우 16살, 17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들이 내일이나 혹은 모레나 돌아올 것 같은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이 고향을 떠났다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아마 지금 여러 문제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일단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그녀가 우리의 동생, 혹은 언니였을 수도 있다는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어쨌든 조정래 감독은 이와 관련돼서 정치적인 해석은 좀 배제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더라고요.
[인터뷰]
우리가 이를테면 아우슈비츠 영화를 볼 때 반드시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하지 않습니다마는 특히 일본과 관련된, 위안부 문제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이거나 기본적으로 이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고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권영화이기는 하지만 인권이라는 포장도 굉장히 큽니다.
말 그대로 굉장히 불운했던 한 사람의 생애로 일단 접근을 해야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혹은 사회 경제적인 여러 가지 밑그림을 자꾸 그려보는 것은 도리어 보시는 분의 마음에 비쳐진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영화로 넘어가보죠. 영화 동주인데.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부분을 다룬 영화예요. 어떤 영화인가요?
[인터뷰]
일단 윤동주라는 시인은 모두가 다 알고 계시지만 얼핏 알고 있는 건 윤동주 시인이 옥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윤동주 시인이 감옥에 갔고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를 쓰게 됐고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잘 알지 못 하셨을 텐데요.
이 영화는 윤동주라는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당시,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글을 읽고 그리고 자신이 조선어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되살려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을 보니까 영화가 흑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맞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조금은 의도적으로 그 당시의 시대상과한편으로는 흑백영화를 보게 될 때 색에 미혹되기 쉬운 관객들의 눈이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에 좀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고요. 어느 정도 그 판단이 옳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주 소박한 이야기에 소박한 흐름이지만 굉장히 밀도깊은 감상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어떤 점에서는 흑백영화가 주는 단순함과 단초로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앵커]
그런데 동주보다 더 관심을 크는 인물이 있습니다. 송몽규라는 인물인데요. 어떤 인물인가요?
[인터뷰]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데요. 윤동주와 이종사촌 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길림성 명동촌에서 태어났고 같이 다니고 마지막에는 항일 운동도 같이 했던 인물인데요. 영화를 보면 송몽규 인물이 훨씬 더 전면적으로, 이를테면 의지적으로 나서서 어떤 항일운동에 나섰던 것에 비해서 윤동주는 약간 망설이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인물의 대비를 통해서 그 당시 삶이라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각박했을까를 돌아볼 수 있게 되고요. 또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실존 인물 한 사람을 또 알게 됐다는 의미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동주 역할은 강하늘 씨가 맡았는데 이 역할은 유아인 씨도 굉장히 탐냈다는 소문도 있어요.
[인터뷰]
유아인 씨도 의아한 글을 남기기로 유명한 의식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요. 윤동주 역할에 굉장히 욕심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의 말에 따르면 아마 유아인 씨가 출연을 했다면 유아인의 윤동주가 됐을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윤동주 역할을 맡은 강하늘, 그러니까 어디에 방점이 찍히느냐가 중요할 텐데 유아인 씨가 너무나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스타가 됐던 작년 한 해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하늘이 더 맞다고 생각을 해서 말해서 유아인 씨도 흔쾌히 수긍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영화가 애초에는 열기가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인터뷰]
엄밀히 말하자면 흑백영화이고 그리고 194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점 그리고 약간의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여있다는 점, 그리고 보기 불편한 이를테면 생체실험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다들 불편해서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과 해맑은 시를 썼던 윤동주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는 욕망도 있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귀향의 어떤 흥행과도 연결이 되지만 관객들이 의외로 편하고 그리고 환상적인 것만 보고싶어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의 한편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도 크다라는 게 입증이 됐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개봉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초반폰 시집이 발간이 됐는데 이게 또 지금 인기를 얻고 있다고요?
[인터뷰]
영화 동주의 큰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첫 시집이 어떻게 세상에 빛을 보게되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윤동주 시인의 첫 시집은 유고시집입니다. 이를테면 세상을 떠나고 나서 1948년에 정일권 시인과 문익환 목사가 뜻을 합쳐서 그를 기리기 위해서 사후에 낸 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저 감성적으로 노래를 했던 한 젊은이의 노래 그리고 시로 알았던 많은 관객분들이 그 역사적 고초 속에서 그래도 간직하고 싶었던 별이나 하늘에 대한 어떤 순수함이 담겨 있구나를 다시 깨닫고 많은 분들이 그 순수한 감성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역시 시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감성 그리고 깨끗한 감성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행이나 혹은 한편으로 많은 시집이 팔리는 게 지금 많은 관객들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문익환 목사 얘기를 하셨는데 문익환 목사와 윤동주 시인, 그리고 장준하 시인이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였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명동촌에서 같이 학교를 다녔고요. 영화에도 잠깐 익환이라는 목소리, 그러니까 등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시대를 함께 살았던, 그리고 그 마을이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공동체로 묘사가 되고 있기도 한데요.
무엇보다도 일본어를 써야만 했던 환경, 그리고 창씨개명을 했어야 했던, 그 당시의 조선어로 시를 쓴다는 것, 그러니까 한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고요.
결국은 그들이 사실은 광복을 겨우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좀 아이러니한 슬픔을 주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앵커]
동주와 귀향. 그동안 사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습니다마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 했는데 이 두 영화, 관객들을 끄는 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힘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역시 많은 분들은 불편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한 해 흥행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조금은 불편한 현실들을 환상적으로 해결하는 작품들이 많았다면 올해 관객의 현상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 공부하는 생각과 함께 또 반드시 봐야 된다는 약간의 의무감과 거기에 감성이 얹혀져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만족도 높게, 그리고 기분 좋은 도덕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관람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작은 영화의 반란, 영화 귀향과 동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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