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알고 보면 쉬워요] 연극② 당신에게 집은 무슨 의미입니까?

[문화 알고 보면 쉬워요] 연극② 당신에게 집은 무슨 의미입니까?

2011.06.13. 오전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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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무대 위에서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또, 무대 위에서 해체되어가는 한옥을 본다면 어떨까요?

YTN 문화기획 '알고 보면 쉬워요' 오늘은 무대 위에 실제로 등장시킨 '집'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연극 두 편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수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1동 28번지 차숙이네'는 배우가 아니라 집이 주인공인 연극입니다.

터잡기부터 수직 수평 맞추기.

콘크리트 벽을 세우기 위한 거푸집 세우기까지, 집짓기의 과정이 순식간에 관객의 눈 앞에서 벌어집니다.

쉬임없이 못질 하고 거푸집을 묶는 배우들의 손놀림은 전문 인력 못지않게 능숙합니다.

등장인물은 아홉 명.

이 아홉 명이 연극이 진행되는 100분 동안 땅을 메우고 콘크리트를 붓고, 벽을 만들어서 그럴듯한 집을 무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렇게 집 짓는 과정을 통해 이 연극은 집을 구성하는 재료와 공간의 의미를 과학적·인문학적으로 짚어줍니다.

네모 반듯한 집 짓기를 거부했던 막내딸의 이야기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불법으로 농지 위에 얼기설기 지었던 헌 집의 모습은 집이 인습과 전통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끊임없이 땅값을 들먹이는 옆집 아줌마는 투기의 대상이 된 요즘 집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을 거쳐 사람의 손으로 지어지는 집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터뷰:최진아, '1동 28번지, 차숙이네' 연출가]
"'아 집이 이렇게 지어졌구나. 그럼 집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면, 삶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더 커질 것이고 돈으로서 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라는 게 정말 삶의 터전이고 내 생활의 공간이구나 하는 걸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오래된 한옥입니다.

유일한 혈육인 손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팔순 노인 장오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인 이 집을 팔기로 합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기억 속에서 이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아내도,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나 생사도 알 수 없는 아들의 아픈 기억도 모두 이 집과 함께 합니다.

고스란히 나이테가 새겨져있는 한옥의 모습과 낡고 부서진 잡동사니들, 말라 죽어가는 화초는 장오의 생애를 그 자체로 보여줍니다.

몇 년째 이곳을 찾아오는 노숙인은 역시 집을 버린 인물로 장오를 이해하고 위로해 줍니다.

장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그나마도 얼마 없는 소유물을 희생하고 삶의 터전을 떠납니다.

[녹취]
"이 집을 비워주고 갈 때가 된게야. 다 내주고 갈 때가 된게야."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늦은 봄 눈만이 하염없이 내립니다.

그러나 이 연극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슬픔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해체되어 다시 다른 가구로 태어날 한옥처럼, 오래된 세대가 물려준 자리에는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 자랍니다.

[인터뷰:손진책, '3월의 눈' 연출가]
"이 집이 사라지고 있지만 사라지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태어남과의 어떤 순환구조로 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그런 순환 구조..."

사람이 살아가고 사랑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집. 그 집을 통해 이 두 연극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관객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YTN 김수진[sue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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