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스푼] 알프스 정상 '붉은 만년설'...기후변화가 빚어낸 기현상

[과학 한스푼] 알프스 정상 '붉은 만년설'...기후변화가 빚어낸 기현상

2022.07.10. 오전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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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 최고봉에서 빙하가 무너져내려 등반객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났죠.

기후변화로 인해 유래없이 높은 기온이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알프스 산맥의 이상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눈부시게 하얘야 할 알프스의 만년설이 마치 피를 흘린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하는 기현상인데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양훼영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새하얀 눈이 1년 내내 쌓여있는 알프스 산꼭대기.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눈밭이 붉게 변해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마치 피가 흩뿌려진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바로 '빙하 블러드' 현상입니다.

프랑스 연구진은 빙하 블러드 현상의 원인으로 미세조류의 증식을 꼽았습니다.

연구진은 알프스 지역에서 눈과 흙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다나 호수처럼 눈 속에서도 산구아나 등 특정 미세조류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또, 미세조류가 최근 번성한 이유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와 대기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런데 녹색의 엽록소를 가진 미세조류가 붉은색을 띤 이유는 무엇일까?

알프스에서 발견된 미세조류는 붉은색인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갖고 있는데, 강한 햇빛, 특히 자외선으로부터 미세조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빙하 블러드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미세조류의 생존 본능인 셈입니다.

[에리 마레샬 /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연구원 : 눈 속에 있을 때, 미세조류는 빛의 강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와 같은 색소를 축적합니다. 그래서 미세조류는 근본적으로 녹색이지만, 붉은 색소라는 큰 방패 뒤에 숨겨져 있습니다.]

문제는 빙하 블러드 현상이 다시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는 점입니다.

흰색의 특성으로 인해 하얀 눈밭은 햇빛을 많이 반사하는데, 붉어진 눈밭에서는 햇빛을 덜 반사하게 돼 빙하가 더 빨리 녹게 되는 겁니다.

[알베르토 아마토 / 프랑스원자력청 연구원 : 우리는 이 미세조류가 만들어낸 붉은 색깔 때문에 눈이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하면 우리는 더 자주 붉은 눈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빙하 블러드는 이산화탄소 증가라는 기후변화의 결과물인 동시에 기후변화를 더 심화시켜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빙하 블러드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 현상이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YTN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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