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열섬현상을 날려줄 천연 에어컨, 잔디

[과학을 품은 뉴스] 열섬현상을 날려줄 천연 에어컨, 잔디

2019.08.27.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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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열섬현상을 날려줄 천연 에어컨,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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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이동은 YTN 사이언스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열섬현상을 날려줄 천연 에어컨, 잔디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이동은 기자를 검색해보면요. YTN 사이언스의 이동은 기자, 그리고 C모 채널의 이동은 기자의 기사가 나옵니다. 마치 페이스트리를 켜켜이 쌓아 다양한 필링을 채워 만든 프랑스의 인기 디저트 밀푀유 마냥 서로 앞 다퉈, 주고, 받고, 주고, 받고 차곡차곡 기사를 쌓아가는 모습,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기자, 계속해서 분발해주세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할게요. <과학을 품은 뉴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 이슈와 함께 해보는 시간입니다.

◆ 이동은 YTN 사이언스 기자장(이하 이동은)>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안녕하세요. 이동은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 이동은> 네, 제가 요즘 과학 관련 분야의 취재를 다니면서 재미있는 내용들이 좀 있었는데요. 오늘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좀 무더위가 한풀 꺾였는데요. 올 여름 뜨거운 햇볕만큼이나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게 바로 도시의 열, 열섬 현상이죠. 아마 다니면서 한 번쯤은 느껴보셨을 거예요.

◇ 조현지> 맞아요. 왠지 건물이 많으면 그늘 때문에 시원할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덥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 이동은> 그렇죠. 열섬 현상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도심에 열이 갇히면서 마치 섬처럼 그 지역만 온도가 올라가게 되는 건데요. 실제로 요즘에는 이 열섬 현상 때문에 도시 중심부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3~4도 정도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 조현지> 아무래도 도심에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차도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온도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 이동은> 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우선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데다가 건물이 'ㅁ' 자나 'ㄷ'자 형태가 되면 그사이에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흔히 '와류'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제자리에서 맴도는 바람이 공기의 흐름을 막아서 열이 빠져나가는 길을 차단하는 거죠. 또 말씀하신 대로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으니까 당연히 인공열도 발생합니다. 자동차가 내뿜는 열과 매연,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 이런 것들이 전부 열섬 현상에 영향을 주게 되죠. 특히 밤이 되면 외곽보다 도심에 인공조명이 훨씬 더 많잖아요. 이런 것들도 전부 도심의 온도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 조현지> 역시 사람이 하는 활동이 결국 도심의 온도를 높이게 되는 거네요. 특히 아스팔트나 보도 위를 걷다 보면 열기가 그대로 올라오잖아요. 이런 것도 열섬 현상 때문이겠죠?

◆ 이동은> 맞습니다. 열섬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이 바닥 포장재인데요. 도시의 경우는 대부분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깔려 있잖아요. 이런 소재들은 색이 어두운 데다가 열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낮 동안 빠르게 달궈지고요. 반대로 아주 서서히 열을 내뿜습니다. 그러니까 밤까지도 도심의 온도를 높이고 무더위를 더 느끼게 하는 거죠.

◇ 조현지> 그렇군요. 그럼 이동은 기자가 취재한 부분이 바로 여기일 것 같은데요. 열섬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도 개발된 건가요?

◆ 이동은> 해결 방법이라고 하기엔 좀 성급하지만요, 비슷합니다. 우리가 보통 이런 열섬 현상을 줄이려면 도시에 숲이나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천연 잔디만 깔려 있어도 도시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 조현지> 아, 그럼 나무나 숲이 아니라도 잔디밭이 있으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건가요?

◆ 이동은> 네, 그렇죠. 국내 연구진이 실험을 해봤는데요. 하루 중 가장 낮 기온이 높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과 대구의 도심을 대상으로 조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천연 잔디로 덮인 지표면은 평균 온도가 34.5℃를 유지했고요. 32℃에서 높게는 36℃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지역 아스팔트의 경우는 표면 온도가 평균 55.7℃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20도 정도가 높은 거죠. 또 요즘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데 많이 사용하는 게 우레탄 바닥이잖아요. 이 우레탄 바닥은 온도가 61도가 넘었고요. 천연 잔디가 아닌 인조 잔디가 깔린 경우도 평균 67도를 넘었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온도가 높은 거죠.

◇ 조현지> 아스팔트만 해도 잔디보다 훨씬 온도가 높은데요. 우레탄 바닥이나 인조 잔디는 정말 엄청 뜨겁게 달궈지네요. 여기서 운동을 하면 더울 수밖에 없겠어요. 그럼 이렇게 표면 온도가 올라가니까 당연히 대기 온도도 높아지겠네요?

◆ 이동은> 그렇죠. 연구팀이 실험한 날 낮 기온이 평균 37도 정도 되는 날이었어요. 천연 잔디가 있는 경우는 대기 온도가 36.8℃로 약간 낮게 나타났거든요. 그런데 아스팔트나 우레탄, 인조 잔디가 깔린 지역에서는 보통 38℃가 넘어갔고요. 문제의 인조 잔디가 깔린 경우는 기온이 39℃까지 나타났습니다.

◇ 조현지> 바닥 표면 온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그런지 대기 온도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 이동은> 사실 2℃라고 하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걸 에어컨으로 환산해보면 1,000㎡, 그러니까 300평 정도의 잔디밭이 90㎡, 우리가 보통 27평형 정도로 보는 가정용 에어컨 32대의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여의도 공원이 거의 7만 평 정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훨씬 작은 잔디밭만 있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죠.

◇ 조현지> 정말 잔디가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럼 이런 인공 소재의 바닥을 천연 잔디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관리가 쉽지는 않겠죠?

◆ 이동은> 네, 아마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 주변에 있는 잔디밭만 봐도 ‘들어가지 마시오’, ‘밟지 마시오’ 이런 표지판들이 꼭 있잖아요. 일단 천연 잔디는 계속 깎으면서 관리해야 하고요. 물을 주거나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손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좀 더 우리 기후에 잘 맞고 키우기 쉬운 자생 잔디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 조현지> 맞아요. 아무래도 잔디밭은 관리하기가 힘들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도심에 잔디뿐만 아니라 푸른 나무나 숲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더위를 식히는 데도 도움이 되잖아요?

◆ 이동은> 그렇죠. 이런 녹지 공간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게 사실인데요. 숲의 효과는 벌써 여러 번 확인이 되어 왔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가 잘 아는 여의도의 경우는요. 처음에는 광장이 먼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광장 주변으로 숲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한 건데요. 공원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 광장의 온도가 주변보다 2.5℃ 정도 높았다고 해요. 그런데 숲이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주변보다 평균 0.9℃ 이상 낮아졌어요. 그러니까 거의 3도 이상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난 거죠.

◇ 조현지> 정말 숲의 위력이 실감이 나네요. 그래서 요즘은 역세권처럼 ‘숲세권’이라는 말도 많이 하잖아요. 그만큼 숲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 이동은> 그렇죠. 사실 우리나라는 도심 녹지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특히 대도시가 그런데요. 실제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조사해봤더니 2017년을 기준으로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은 세종시였고요, 가작 적은 곳은 서울이었습니다.

◇ 조현지> 역시 서울이 인구에 비해서 녹지가 적은 편이네요.

◆ 이동은> 그렇죠. 수치를 한번 보면 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도시 숲 넓이가 세종은 24㎡ 정도인데요. 서울은 4㎡가 조금 넘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거죠.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권고 기준을 보면요. 한 사람당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숲은 9㎡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기준치인데 서울은 여기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수준인 거죠.

◇ 조현지> 그러네요. 이렇게 보니까 저도 서울에 살지만 정말 서울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야겠네요.

◆ 이동은> 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2022년까지 3년에 걸쳐서 전국 11개 지역에 도시 바람길 숲을 만들겠다고 밝힌 건데요. 대표적인 대도시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이 여기에 다 포함됩니다.

◇ 조현지> 바람길 숲이요?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건가요?

◆ 이동은> 쉽게 말해 도시 외곽에 있는 산림과 도시 곳곳에 있는 숲을 하나로 연결하는 겁니다. 침엽수를 중심으로 마치 길을 내듯이 나무를 심어서 도시 주변 큰 숲에서 나오는 맑고 시원한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인다는 건데요. 이렇게 해서 미세먼지도 줄이고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하겠다는 거죠.

◇ 조현지> 도시 주변 숲의 효과를 도심까지 끌어온다는 건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 이동은> 해외에서는 벌써 효과를 본 사례가 있는데요.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날씨와 공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심에 8km 길이의 바람길 숲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미세먼지 일수가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요. 도심 내부 온도도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바람길 숲을 이용해서 여름철 한낮 온도를 3~7℃ 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네요.

◇ 조현지>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동은>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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