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도시 숲'에서 '멍' 때리면, 기억력 ↑우울증 ↓

[과학을 품은 뉴스] '도시 숲'에서 '멍' 때리면, 기억력 ↑우울증 ↓

2019.05.07.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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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도시 숲'에서 '멍' 때리면, 기억력 ↑우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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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YTN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도시 숲'에서 '멍' 때리면, 기억력 ↑우울증 ↓





글로벌 기업 '3M'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4개국 1만 4천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사람들은 과학이 인류가 직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답했답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낮았지만 관심은 높았다는데요.
호기심은 기본, 관심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는 코너.
인류가 직면한 사회 문제, 이곳에서 해결하세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이번 주는 YTN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어서오세요.

이혜리 YTN사이언스기자(이하 이혜리)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이슈와 함께 해보는 시간입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오늘 이 시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혜리 기자, 어제가 대체공휴일이었는데 잘 쉬셨나요?

이혜리 : 네, 쉬니까 좋긴 좋네요. 집 주변 숲에 들러서 일광욕도 좀 하고요.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좀 쉬다 왔어요.

조현지 : 제대로 쉬다 오셨군요.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쉬다 오면 정말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이혜리 :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휴식’에 담긴 과학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휴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반복적인 짧은 휴식'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조현지 : 휴식이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고요? 더 열심히 쉬어야겠네요.

이혜리 : 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짧은 휴식’이라는 겁니다.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고 이와 관련된 기억을 뇌에 오래 남기려면 지금까지는 장시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장시간의 휴식이란 밤에 자는 '잠'정도의 휴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자는 동안 우리 뇌에서는 정보가 정리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잠을 충분히 자야 그 날 뇌 속에 저장된 정보들이 잘 통합되어서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정보로 남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기억력과 관련된 이야기할 때 '잠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합니다.

조현지 : 이 대목에서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여기서 또 한 번 입증되는군요. 그런데 짧은 휴식이 잠과 같은 장시간의 휴식보다 기억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거잖아요? 짧은 휴식이란 게 그러면 일 하다가 중간 중간 짧게 쉬어주는 그 정도의 휴식을 말하는 건가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실험을 통해 관련 내용이 입증됐는데요. 연구를 진행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의 한 연구소에서 오른손잡이인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나는 숫자를 10초간 최대한 많이 왼손으로 타이핑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뇌파를 관찰한 건데요. 실험 참가자들은 10초 동안 최대한 많이 타이핑을 했고 10초간 휴식하는 과정을 36회 반복했습니다. 오른손잡이인 실험 참가자들에게 왼손 타이핑을 지시했으니까, 처음에는 타이핑이 좀 엉성했겠죠. 하지만 숫자를 올바르게 치는 속도는 몇 차례 시도에서 극적으로 향상됐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뇌파 패턴이 관찰됐는데요. 타이핑할 때보다 중간 휴식 때 뇌파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 된 겁니다.

조현지 : 어떤 변화가 관찰된 건가요?

이혜리 : 휴식 도중에 뇌파의 한 종류인 베타파의 파동이 변화를 보인 건데요. 베타파는 주파수 14∼30Hz의 뇌파로,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데요. 상식적으로 휴식 동안에 줄어들었어야 베타파가 오히려 휴식하는 동안 변화를 보인 겁니다.

조현지 : 그러니까 오히려 휴식 중에 수행 능력과 관련한 뇌파의 파동이 더 커졌다는 거군요.

이혜리 : 맞습니다. 이렇게 중간 중간 휴식을 거쳐서 과제를 수행했을 때 숙련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런 능력은 오랜 휴식, 그러니까 하루 자고 난 다음날 같은 작업을 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행 능력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연구팀은 어떤 학습을 할 때 휴식 시간의 간격과 배열을 최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현지 : 이번 연구 결과를 놓고 보니까 쉬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소위 '멍 때린다' 이런 말 하곤 하잖아요. 그런 종류의 휴식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현지 : 그런데 요즘처럼 스마트폰만 켜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이런 시대에는 '멍하게 있는 것'도 쉽지 않아요.

이혜리 : 실제로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었는데요. 우리 뇌에는 인지 작용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 부위가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활동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 부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는데요. 방송 듣고 계시는 분들, 혹시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셨다면 긴 휴식까진 아니더라도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지 : 맞아요. 휴식의 소중함, 빨간 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휴일에 특별한 일 꼭 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현대인들에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이혜리 :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게으른 성격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사람 많은 곳 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쉴 때 어디 멀리 가거나 하지 않고요. 그냥 동네에서 조용하게 푹 쉬거든요. 이번에 집 근처 숲에 갔는데 정말 좋았어요. 실제로 도시 숲이 우울증 증상까지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조현지 : 그래요? 예전에 기사를 통해서 도시 숲이 미세먼지 자체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네요?

이혜리 : 맞습니다. 도시 숲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여러 차례 입증이 됐죠.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 농도를 측정해보면 도시숲 속의 미세먼지 농도가 도심보다 평균 25% 정도 낮고요, 초미세먼지의 경우는 4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숲에 가면 청량감도 들고 피톤치드 덕분인진 몰라도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숲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울증 위험이 18.7%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현지 : 신기하네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건가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고려대와 함께 7개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6만5천여 명의 건강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이고요, 7개 도시를 구별로 평가해서 도시 숲이 가장 많은 지역부터 적은 지역까지 4개로 나눈 다음에 여기에 지역 주민의 우울증 증상을 평가해서 관련성을 조사했습니다. 도시 숲이 가장 적은 지역의 우울증 위험도를 1로 봤을 때 도시 숲이 가장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 위험도가 0.8 정도로 낮게 나타난 거죠. 사실 이렇게 정신이 건강해지면 신체적 기능도 활성화되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지고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되니깐 어떻게 보면 도시 숲 자체가 미세먼지도 잡고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현지 : 숲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과학적으로 입증이 됐다고 하니까 더 많은 숲이 도시 안에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요즘 ‘숲세권’이란 신조어도 있더라고요. 뭐, 부동산 측면의 가치를 떠나서 숲을 통해 많은 분들이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자 다음 이 시간도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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