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포커스] 로봇부터 영상까지 메이커들을 위한 축제...'도쿄 메이커 페어'

[ICT 포커스] 로봇부터 영상까지 메이커들을 위한 축제...'도쿄 메이커 페어'

2015.08.10.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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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ICT 트렌드를 소개해드리는 'ICT 포커스' 시간입니다.

로봇부터 예술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인 메이커들을 위한 축제, '메이커 페어'가 일본 오다이바에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열렸는데요.

그래서 오늘 'ICT 포커스'에서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실장과 함께 '도쿄 메이커 페어'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메이커 페어'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메이커 페어'는 2005년부터 재미있고 깜짝 놀랄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한데 모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미국 오라일리(O’Reilly) 에서 DIY 전문잡지인 ‘MAKE’를 발간하며 시작한 행사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시에서 2013년 100회, 2014년 131회, 올해에는 이미 70회가 개최되었고, 76회가 추가로 개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년 6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개최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DIY 발표와 관련 기술을 공유하는 행사로 과학자나 전문기업들도 참여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기술들을 실현하고 싶은 일반인들이 작품들을 전시하고 상호 교류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메이커들은 연구가 직업인 제도권 연구자들과는 달리 마치 장르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같은 느낌이 들었고, '메이커 페어'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을 하나씩 가지고 나와 즐기는 파티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메이커 페어'에 참여한 메이커들은 어떤 점이 돋보였나요?

[인터뷰]
전자, 로봇,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음악, 우주항공, 예술 디자인, 이동수단, 영상 등 다양한 분야로 구분된 전시장에는 무려 350여 명의 메이커들과 그룹이 참여했는데요, 일본은 2008년 한 국제학교의 낡은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30여 메이커들이 모여 시작한 모임이 현재 규모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메이커들의 세대가 다양했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움직이지만,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 나우시카에 등장한 괴물인 오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한 13세 소년, 배틀 로봇들을 제작한 중학생들이 그룹인 YamaX,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R2D2 로봇을 동작 가능한 실제 크기로 2년여에 걸쳐 혼자 만들었다는 50대 중반 아저씨, 아이들과 함께 아두이노로 만든 게임들을 출품한 엄마들 모임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는데요. 메이커 페어가 단순 전시회는 아니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특히 개인 메이커들의 작품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빛과 소리를 이용한 인터페이스, 360도 카메라, VR과 AR을 이용한 셀카봉과 다양한 게임들, 스마트 토이, 다양한 로봇팔, 지진 강도 측정기, 소리를 보여주는 카메라 등등 단순한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다소 상업성이 있어 보이는 제품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했다고 하니, 더 기발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기업에서 발표한 작품은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인터뷰]
기업 출품작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사물에 감성을 더해 예를 들면 먹을 것에 붙이면 그만 먹으라고 이야기를 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모노모메(monomome)', 다이어트나 운동용품, 일기장과 가계부 등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무선 테크에서 빛을 발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Wasuretena-i', 얼굴을 스캔해 만든 3D 마스크 등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후지쓰 사용자 경험 클럽(Fujitsu UX Club)'에서 출품한 사물인터넷 작품들이었는데요, 아이의 키, 몸무게, 체온 등을 자동으로 측정 저장하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설명해주는 시스템, 3D 프린터로 전신을 측정해 소형 아바타를 만들고 감성과 신체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 시험관에 있는 식물의 잎을 터치하면 미세전류가 물을 통해 독특한 음을 생성하는 시스템 등등 아이디어 제품이지만 완성도가 높고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시스템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최대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마쿠아케(Makuake)를 통해 개발된 제품들은, 올해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6년 1월부터 시행되는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하게 된 우리나라에서의 가능성을 한 번 더 상기시켰습니다.

150만 엔이 목표였으나 10배가 은 1,442만 엔을 펀딩 받은 과거 전구의 유리를 사용해 LED 발광 부분을 필라멘트 형태로 만든 복고풍 LED 전구 시폰(Siphon), 목표 금액 30배인 1,518만 엔을 펀딩 받은 나무로 만든 화학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50g 초경량 유기농 시계인 아바테루노(AB AETERNO) 외에 스마트 도어락 시스템, LED 술잔 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앵커]
이번 전시회에 특히 로봇들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요, 발표된 로봇들의 핵심 기능은 무엇이었나요?

[인터뷰]
아마도 가장 많은 아이템인 로봇들의 핵심 기능은 인간과의 감성 소통이었습니다.

'Vstone'이 개발한 가정용 대화용 로봇 플랫폼인 '커뮤터(CommU)'와 '소타(Sota)'는 테이블탑 사이즈로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을 활용한 소통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혼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TV와 연결해 소음에 반응하는 로봇 '베젤리(bezelie)', 'CRAFT@LIGHT'가 제작한 소형애완동물로봇은 얼굴 인식과 추적, 음성인식, 리모컨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페퍼 사용자 그룹 주도로 다수가 전시되었습니다.

아직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어린이와 야구도 하고, 타악기도 연주하고, 야구선수나 아톰 등으로 아이들이 꾸민 모습은 로봇을 가족의 일부로 점차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메이커 페어'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인터뷰]
사실 많은 개인 메이커들의 공통점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인 아두이노와 라즈베리 파이( Raspberry Pi), 그리고 3D 프린터, 레고 로봇 등이 없었다면 작품들의 개발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보다 중요하게 평가받는 휴먼 웨어가 그동안 사용자 중심에서 개발자 중심으로 이동했다는데도 커다란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일본 메이커 페어에서 느낀 점은 기술을 통해 어린 시절 꿈과 원하는 기술을 실현하는 일본인의 마니아적 기질, 1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돌볼 수 있는 가정용 로봇, 대형작품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형 작품들, 그리고 'IoT 핑킷(Pink Kit)' 등 자국 사람들이 친숙한 색상을 기술에 입히는 시도에서 이번 '메이커 페어'는 아마도 일본의 색채를 품은 행사였습니다.

기술은 항상 돈과 연결돼야 하고 기술교육이 스펙이나 학점과 연결되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고정관점이 아쉽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메이커 페어'는 2012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당시에는 30팀, 2013년에는 50팀, 2014년에는 90여 개의 팀이 참여했고, 2~3,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올해 '도쿄 메이커 페어'는 자세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이틀간 13,000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페어'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징과 매력을 가진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기술을 현실로 만들고, 여러 세대와 공유한 일본 메이커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개성 넘치는 메이커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실장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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