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가 문화공간으로...부산의 변신

달동네가 문화공간으로...부산의 변신

2014.06.06. 오전 11:1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역에는 낙후된 달동네나 구도심이 많지만 엄청난 예산 때문에 재개발이나 개건축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그 도시의 문화나 역사적 특징을 그대로 문화상품화하는 '도시 재생' 사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이 희망이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낙후된 달동네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바꾼 부산시를 소개합니다.

설다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파란 슬레이트 지붕에 알록달록한 벽돌담.

지붕 위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들이 익살스런 모습으로 앉아있고, 곳곳에 물고기 모양의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산 허리에 자리잡은 마을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곳.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불리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입니다.

[인터뷰:유미, 서울 당산동]
"저희가 찾아본 것과 같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도 많았고요. 건물도 많았고 건물 색이 다양해서 보기좋고 이뻤어요."

감천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면서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60~7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노년층만 남으며 죽어가는 마을이 됐습니다.

지난 2009년, 이 곳에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조금씩 바꿔 나갔습니다.

산지 비탈면에 자리잡은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부산사투리로 '산먼디'라고 불리는 이곳은 예술인과 시민들이 아름다운 그림과 조형물을 만들면서 문화마을로 변모했습니다.

담벼락에 벽화가 가득하고 계단식으로 형성된 집 사이사이에 예술가들의 조형 작품과 사진이 전시됐습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 겁니다.

[인터뷰:진영섭, 감천문화마을 기획자]
"주민들한테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을 활성화 시킬것인가 그런 것을 주민들과 같이 고민하고 또 행정 공무원하고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문화적으로 마을을 재생하자..."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 곳을 찾는 외지 사람들만 연간 30만 명에 달합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을이 깨끗해지고 예뻐진데다 관광객 편의시설 등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주민들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인터뷰:전순선,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부회장]
"옛날 과거에 비해서 환경적으로 많이 달라졌죠. 그리고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셔서 이런 부분에서 상권이 더 활발해졌죠."

기존 마을을 보존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덧입혀 도시 기능을 되살리는 것, 바로 '도시 재생'입니다.

도시 재생은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 오염이나 파괴 우려도 낮습니다.

반면 경제적인 효과나 현지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 새로운 도시 개발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원래의 것들을 존중하면서 다시 살려가면서 힘을 북돋우고 활성화시켜나가는, 그런것들이 도시재생의 기본개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촌문화마을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은 또다른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산복도로 르네상스'입니다.

부산 영도 해변, 절개지 위에 자리잡은 흰여울 마을.

해안길을 따라 크고 작은 벽돌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평범한 산동네지만 이 곳도 빠르게 문화공간으로 바고 있습니다.

건물 벽마다 그려진 다양한 벽화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그린 소박한 그림으로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인터뷰:김두진, 영도 문화원 사무국장]
"여기 집하고 나무하고 같이 어울려서 그린건데요,주민들하고 1년의 작업끝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저 강아지 같은 경우도 블로그에서 유명한 강아지죠.. 실제로 강아지가 살고있고..."

앞으로는 전체 집을 하얀 색으로 칠하고 곳곳에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됩니다.

그리스의 작은 해안 마을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산토리니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대상 지역은 구봉산, 엄광산, 천마산 안에 있는 9개 구역입니다.

각 구역의 지형적, 역사적, 문화적 특색에 맞춰 도시 재생이 진행됩니다.

[인터뷰:황동철, 부산시 창조기획과장]
"(모두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시행할 경우 지역의 소중한 자산과 공동체가 소멸되기 때문에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복도로 르네상스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입니다.

기존 마을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새로운 도심과의 연결 도로가 병목이 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차공간 부족과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등도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인터뷰:황동철, 부산시창조기획과장]
"아직까지 지역적 여건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들을 앞으로 빈집이라든지 공간을 활용해서 주차공간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달동네가 희망의 등고선'으로...

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목표입니다.

지자체와 주민 그리고 예술가가 함께 빚어낸 새로운 문화 마을.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이 아닌 살리고 보듬는 도시 재생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