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에 나토 재래식 방어 주도 요구하며 내년 시한 제시"

미국이 2027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재래식 방위 역량 대부분을 유럽이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로이터는 현지 시간 5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열린 유럽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회의에서 "유럽이 2027년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미국은 나토의 군사 계획·병력 조정 등 일부 방위 조율 체계에서 참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래식 방위는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외한 일반적인 무기·군사력을 활용한 방위 체계입니다.

미국은 유럽이 2027년까지 재래식 방위 부담 대부분을 떠안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 측은 평가 방식과 무관하게 미국의 요구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럽이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산 방산 장비 구매를 늘리더라도 실전 배치까지는 여러 해가 걸리고, 그동안 미군이 담당했던 정보·감시·정찰 등 핵심 역량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2027년이라는 시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일부 미 의회 관계자들도 국방부가 유럽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을 알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나토 측 관계자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유럽 동맹국들이 안보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기 시작했다"며 "재래식 방위 부담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27년 시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재래식 전력 운용의 주체가 실제로 유럽으로 넘어가면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동맹 질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내내 미군 유럽사령관이 겸임해온 나토 최고사령관 자리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유럽에 넘길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지난 6월 미군 장성이 지명되면서 유럽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며 전 세계 동맹국들에 방위 분담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 분담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며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