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WTO' 공격하더니..."미, 체납 분담금 조용히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체납한 분담금 2천500만 달러(약 356억 원) 이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시간 29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기구들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검토하는 동안 연간 분담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나온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전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미국은 WTO 연간 예산의 11%를 부담하기로 돼 있습니다.

WTO의 지난해 예산은 2억500만 스위스프랑(약 3천650억 원)입니다.

WTO는 3월에 지난해 분담금을 미납한 미국을 '행정 조치' 대상에 올렸는데 내부 이메일을 통해 미국이 더는 행정 조치 대상이 아니라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도 "2024년 WTO 분담금이 납부됐다"고 FT에 확인했지만, 금액 등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WTO 사무국은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분쟁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WTO를 겨냥해 날 선 비판을 해왔습니다.

지난달에는 백악관이 WTO를 "이빨 빠진" 조직이라고 비난하며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무역 부정행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이후 백악관은 이 같은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WTO 분담금 납부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기존 접근법의 근본적 전환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맞는 방식으로 WTO에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사이먼 이베넷 교수는 미국의 분담금 지급은 신뢰의 표시가 아니라 연명 장치며 부활이 아니라 통제가 목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YTN 한상옥 (hanso@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