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가 발암물질?...EU 지정 검토에 의료계 반발

손소독제가 발암물질?...EU 지정 검토에 의료계 반발

2025.10.21.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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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독제는 병원은 물론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일상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손소독제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연합(EU)이 손소독제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한 실무그룹은 지난 10일 내부 권고안에서 에탄올을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유독성 물질로 지적하고 대체 물질 사용을 권고했습니다.

ECHA 살생물제품 심사위원회(BPC)는 다음 달 24∼27일 회의를 열어 에탄올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성으로 판단하면 대체를 권고하겠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체물이 없으면 일부 용도에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클린 호스피털 네트워크' 소속인 알렉산드라 피터스 제네바대 교수는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알코올 기반 손소독제를 통한 위생 관리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천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탄올의 대체 물질로는 일반 소독제에 널리 쓰이는 이소프로판올이 거론됩니다.

피터스 교수는 이소프로판올에 대해 "오히려 독성이 더 강하다"며 "비누로 반복 세정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가 손상된다. 손소독제가 없다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매시간 30분 이상 손 씻기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하지만 이는 음주를 통해 체내에서 발암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손소독제에 쓰이는 에탄올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어서 인체 노출 방식이 다르고 현재까지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국제비누·세제·청소용품협회(AISDMP) EU 사무국장 니콜 베이니는 "ECHA 검토가 음주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면, 손소독제와 같은 외용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CHA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에탄올 유해 물질 지정 시 행정 부담과 비용 증가를 우려합니다.

피터스 교수는 "에탄올은 거의 모든 원료에서 생산할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손소독제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양조장을 이소프로판올 공장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CHA의 내부 권고안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CHA는 에탄올 금지와 관련해 올해 초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했는데, 접수된 약 300건의 의견 대부분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만약 에탄올이 유해 물질로 지정되더라도 기업들은 대체물이 없다는 이유로 개별 예외를 신청해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니 국장은 "예외 허가는 최대 5년 한시적이며, 사례별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비용과 행정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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